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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통일이론’이 끝이라고? … 지식의 빅뱅은 계속된다
‘완전한 통일이론’이 끝이라고? … 지식의 빅뱅은 계속된다
  • 손동철 경북대·물리학
  • 승인 2009.02.23 13: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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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미래] 1. 물리학

문명의 전환기는 인류의 물적, 정신적, 문화적 지평의 변화도 동반했다. 이 과정에서 지식 생산의 모태인 학문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근대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 변화가 수리 및 실험 과학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나, 산업사회의 출현이 사회학 등을 탄생시킨 것이 그것이다. 이에, 여러 가지 점에서 또 한 번의 전환기로 평가받고 있는 21세기에 학문들의 지형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물음을 던져볼만하다. 정보화 사회의 심화, 신자유주의의 위기, 생명공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 환경오염 및 생태계의 변동, 휴먼인터페이스의 만개, 지구촌 네트워크화의 진전, 대중의 정치적·문화적 의식의 급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명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시점. 이 연재 기획에서는 과연 학문들의 향후 전망과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지식의 星座는 어떻게 변모될 것인지를 알아본다.


 

많은 사람들이 최종이론, 물리학의 종말, 과학의 종말이란 단어들에 짜릿한 전율감을 느끼면서 궁금해하는 것 같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저명한 입자물리학자 존 엘리스는 1986년 하나의 이론 (모든 것의 이론), 즉 중력을 포함하면서 우주와 자연의 모든 힘을 통일 기술하는 이론모형으로 모든 자연현상을 다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티븐 호킹도 한 때는 이러한 물리학자들 편에 선 적이 있지만, 2002년에는 이를 비판하면서, 찬반을 유보했다. 상당수의 이론물리학자들은 최종이론이란 것에 매료돼, 이러한 이론이 발견이 되면 물리학의 종말을 의미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입자를 다차원의 끈으로 생각하며, 이들의 모든 상호작용을 모두 포함할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모형(대표적인 것은 M-이론)의 성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종이론의 발견과 물리학의 종말을 등식화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는 “최종이론의 발견에는 20년이면 가능하나 ‘완전한 통일 이론’이 되려면 1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완전한 통일 이론’은 이론물리학의 종말은 아닐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자연현상을 단순화하면서 그 기본 원리를 추론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데, 어떤 이는 최종이론이란 이런 단순화과정의 하나의 산물로 생각한다. 호킹 자신도 M-이론으로 실제 새로운 현상을 예견해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최종이론’너머에 있는 것


기본 법칙을 이해한다고 해서 놀라운 새로운 발견이나 매우 흥미로운 새로운 이론 개발이 끝났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맥스웰이 1864년 전자기학을 통일해서 기술하는 방정식을 제시했는데, 이로써 전자기학의 종말이 아니라, 새 전자기학 시대가 열렸고, 20세기 초반에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디랙 등에 의해 양자역학 방정식이 제시된 이후, 물질의 전자, 원자, 분자를 비교적 자유롭게 다루게 될 수 있는, 현대의 과학문명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됐으며,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한 1916년 이래 이 이론으로 현대 우주론과 천문학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던 점 등 많은 20세기 물리학의 개가를 이뤘다. 비록 최종이론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물리학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물리학자들은 궁극적으로 ‘최종이론’에 담길 자연현상의 신비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초끈이론에 앞서 20세기 후반에 걸쳐 40여 년간 거의 확립됐다고 믿는 입자세계의 표준모형이나 우주의 표준모형에서 아직 불완전한 모습이 있음을 실험으로 알고 있다. 지하 27km의 터널 속에 초대형실험시설인 대형강입자가속기(LHC)를 건설해 14 테라전자볼트의 에너지로 양성자와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실험을 금년 9월부터 시작하게 된다. 물리학자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힉스입자를 찾으려하고 있으며, 아직 전혀 그 신비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초대칭성이론에 대한 실험적인 힌트를 얻으려 한다. 무려 4천여 명 이상의 실험 물리학자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려고 LHC에서 실험이 시작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137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한 우주는 아직도 거대한 신비로 남아 있다. 그러나 2003년 위성에 탑재한 극초단파검출기로 우주의 전자기파 배경복사를 연구하고 있던 천체물리연구단인 WMAP 그룹은 현재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중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거의 대부분임을 밝혔으며, 작년 3월에 지난 5년간 자료를 분석해, 알려진 원자 등은 4.6%, 보이지 않는 물질인 암흑물질은 23%, 암흑에너지는 72%나 된다는 것을 밝혔다. 또 우주 탄생 후 약 38만년이 되는 당시 우주의 물질 구성비가 현재와 크게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우주는 암흑물질이 63%, 빛이 15%, 원자가 12%, 중성미자가 10%가 된다. 당시의 빛에 의해 생긴 전자기파들을 현재 관측하고 있음을 보고, 우주에는 중성미자들이 가득 차 있는 증거를 찾았다고 한다.

입자물리학자들은 암흑물질이 어떤 입자나 물질인가에 대한 여러 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물질의 후보로 가장 큰 구성비를 가진 것으로 초대칭입자가 유력하다. 그러나 아직 초대칭입자들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략 수소원자의 약 10배 정도의 질량을 가졌을 것으로 예상되며, LHC 실험으로 밝히고자 한다. 이 LHC 실험은 20세기 후반에 걸친 여러 대형입자가속기에 이어 미래의 물리학에 대한 직관력을 제공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차세대의 물리학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입자물리학자들은 힉스, 초대칭입자의 발견에 이어서 길이가 31km나 되며, 1 TeV의 전자와 이의 반입자인 양전자의 충돌을 시킬 국제선형가속기(ILC)를 과거 10 여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 약 천 600여명의 물리학자들이 가속기와 검출기를 설계하고 있는 중이다. 암흑에너지의 기본적인 이해에 대해서는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에서, 지하에서, 또 우주 공간의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물리학 탐구는 계속될 것이며, 이미 여러 관련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향후 20년 내의 물리학 모습이 가장 분명히 들어나고 있는 계획들이다.

한편, 양자역학의 문제로 알려진 양자 정보의 얽힘(entanglement)에 관한 규명과 양자컴퓨팅에의 응용, 다체계의 복합체의 성질 내지 비선형계의 혼돈 등에 관한 복잡성과 진화, 뇌 활동과 같은 생체 등에서의 특이한 현상의 출현을 다루는 것도 미래 물리학의 관심사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응용물리, 기술적용 분야에서 활로 모색


최근 약진을 하고 있는 분야는 응용물리 분야이다.  100 여 년 전의 전자기학과 양자역학의 등장은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응용물리 분야를 탄생시켰다. 예를 들면, 전자공학, 정보공학, 의공학, 화학물리학, 생물물리학, 재료과학, 초전도체, 고온초전도체, 유체역학과 수학, 플라즈마물리학, 방사선물리학, 지구물리학, 저온물리학 등 무수히 많다. 직접적으로는 X-선, 전자현미경, SEM, TEM, 방사광 가속기, 병원의 진단장비로 MRI, CT, PET, 초음파장치, 치료용 기기를 통한 중성자 치료, 전자선형가속기의 X-선, 전자선, 양성자가속기, 감마나이프에 의한 암 치료, 수술도구를 통한 레이저의 이용 등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많은 장치들은 물리학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들이 결합돼 개발됐다.

20세기의 물리학이 대약진 했던 근저에는 19세기와 그 이전에 고전물리학들에 의해 알려졌으나 설명이 쉽지 않았던 흑체복사와 수소원자의 분광스펙트럼, 광전효과,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하는 광속의 일정함 등 당시 최고 기술에 의한 정밀한 실험 결과가 있었다. 이 결과들은 20세기 초반의 원자모형,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양자장론, 통계역학 등 당시 새로운 이론의 기반이 됐다. 또한 이 이론들 바탕으로 우리가 근접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초전도체 물질, 레이저, 가속기, 검출기 등과 같은 기기와 정밀한 도량형적 측정기술들이 새로 정립되고 다듬어지면서, 다양한 공학과 기술 개발에 의해 기술의 생활화가 이루지게 됐고, 산업경제에 큰 파급 효과를 낳았던 것이다. 이렇게 보급된 최첨단기술들은 다시 물리학 등 기초과학의 한계를 더욱 넓혀가는 기회를 주고 있다.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발견들을 20세기 중반에서는 이를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과학적인 시험단계였다고 하면, 후반에서는 다양한 기술의 완숙도가 깊어지고, 상업화에 의한 여러 기술들의 보편화가 이루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컴퓨터의 등장, 인터넷의 등장과 실용화에 의한 정보사회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현 정보사회시대의 그 근저에는 레이저, 반도체, 유체역학 등에서의 전자, 원자, 분자 수준의 물질에 대한 핵심적인 물리학적 이해와 이의 응용이 있었다. 요즘 이를 나노과학이라고도 한다. 물리학의 기본 원리로부터 실용화 기술의 시제품화를 거쳐 실제 실용화 되는 과정까지 각 단계 별로 거의 10~20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됐음을 많은 예들이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미래 응용 기술 발전의 방향으로는 원자핵 이하 (아원자) 수준의 이해와 기술의 개발을 들 수 있다. 핵종, 핵자들의 실용화 기술들은 비교적 늦게 등장했고 장시간의 개발이 필요했지만, 20세기 후반에는 핵에너지의 이용과 방사선의 이해와 환경에 대한 영향, 양성자와 중성자를 위시해 여러 핵종의 다양한 응용, 핵융합 등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생체계, 생태계와 자연의 거대 시스템의 순환과정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면서, 컴퓨터 등에 의한 복잡한 과정에 대한 계산과 자료 분석이 가능하게 됐다.

요즘 물리학자로 지내기가 결코 쉬운 세상은 아니다. 획기적인 이론 창출이나 현상을 발견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최첨단연구에 근접하기 위한 기본 교육훈련기간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취업전망이 밝은 다른 분야들이 많아 우수한 인재들이 순수물리학을 기피하기도 하는 것은 거의 전세계적 현상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많은 응용분야 및 여러 융복합분야들이 새로 창출되면서, 미래에는 이론과 실험을 중시하는 물리학 기초가 튼튼한 연구인력들이 이러한 분야에 많이 필요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획기적 도약을 기대하는 까닭
최근 21세기의 가장 큰 위기로 부각되고 있는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데에는 물리학과 같은 과학들이 올바른 해법을 제시해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의 전반에 걸쳐 알려진 위대한 발견은 분명히 약력과 전자기력의 통일 등에 의해 촉발된 입자의 표준모형과 양자색소역학 (QCD),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블랙홀의 존재 등 다수가 있다. 이들은 21세기 초반에도  물리학 연구의 핵심 주제가 될 것이며, 20세기 중반에 발견된 초전도, 초유동 현상 등에 대한 기술실용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으므로 향후에 사회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에너지, 고밀도 핵물질, 내방사능, 초저온, 초전도, 초유동 등에 대한 이해와 관련 극한기술의 개발과 함께 양자정보학에 의한 양자컴퓨팅,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서의 물리학적인 이해 등은 분명히 21세기의 새로운 도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언제나 예견되지 않았던 곳에서 새로운 획기적인 사실이 발견됐던 지난 세월의 물리학을 돌이켜보면, 물리학의 종말을 말하는 것보다 미래의 물리학은 정말로 엉뚱한 곳에서 새로운 획기적인 발견이 나타날지도 모르므로 젊은 물리학자들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손동철 경북대·물리학

필자는 미 메릴랜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Parameters for the Linear Collider」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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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2009-03-11 01:23:08
현재 헤켈의 발생 반복설이 정설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만, 원래 헤켈의 이론은 진화론이 나오기 전에 용불용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이론입니다. 헤켈 이론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해서 진화론이 틀렸다는 결론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중간화석이 발견 안 되었으므로 진화론이 반박된다고 하셨는데, 첫째, 중간화석을 얼마나 요구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고, 둘째, 진화의 속도에 가감속이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사실 초기 인류화석이나 말의 옛 형태의 화석들을 보면 이미 진화의 과정을 일련의 필름처럼 보여 줄 정도로 자세히 발굴된 상태죠. 그러나 화석이라는 것이 아무데서나 나오는 것이 아닌 이상 그 필름이 완벽히 연속적일 수는 없겠죠? 둘째, 진화라는 것이 적자생존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속도가 연속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되는 바입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현재 발굴된 중간화석의 연속성은 진화론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정도입니다.

또 하나, 진화가 재현되는 것을 관찰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적응하는 것만 봐도 명백한 예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세포 생물로 예를 한정해야 한다고 우긴다면, 그래도 이미 여러건 나와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관찰된 사마귀의 색깔 변화 예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세요.)

그리고, 진화론자간에도 통일된 견해가 없다고 하셨는데, 이게 왜 문제죠? 과학적 탐구에서 이견은 당연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연선택으로 핀치가 살아남았지만 진화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라고 하셨는데, 진화를 어떻게 정의하신 건지, 생존과 적자생존은 동일한 건지, 이게 진화의 예가 아니라면 왜 그런건지, 진화론이 왜 핀치의 생존이 진화일 것을 요구하는 건지, 전혀 개념적인 정리가 안 되는 주장이네요.

헤켈의 발생 반복설 2009-02-25 15:47:40
"...사진은 발생한지 13.5일 된 생쥐의 배아다.

이 사진을 보니 생물학자 헤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헤켈은 한 생명이 수정란에서부터 발생되는 과정은 태고 적부터의 조상의 진화를 되풀이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을 발생 반복설(진화 재연설)이라 한다."

헤켈의 발생 반복설(진화 재연설)은 벌써 데이터 조작으로 판명되었는데도 우리나라의 생물 교과서에 당당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생물 교과서 저자들인 사범대학 교수들은 알면서도 교과서를 수정하지 않는 것인가요?

그런데 진화설의 약점이 있는데 종의 진화에서 나타나야 하는 중간 화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또 진화가 재현되는 것을 관찰하지 못했죠.

스티븐 제이 굴드와 도킨스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서로 논쟁을 했는데 진화론자간에도 통일된 견해가 없다는 증거이죠. 진화설은 아직도 가설임을 우리는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화론자가 이것을 염두했으면 합니다.

자연선택설은 자연환경에 유리한 핀치의 부리를 가진 새만이 살아남게 된다고 한 것까지는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종의 진화가 일어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선택으로 핀치가 살아남았지만 진화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핀치는 어디까지나 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