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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이 쓴 교수의 연구생산성 분석 논문
대학원생이 쓴 교수의 연구생산성 분석 논문
  • 권희철 기자
  • 승인 2002.0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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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7 09:35:51
지난해 말 관심을 모으는 논문 한 편이 나왔다. 송혁순 씨(연세대 교육학 석사)가 집필한 ‘대학교수의 연구생산성에 관한 논문’이 그것이다. 이 논문은 연구생산성 문제를 실증적으로 조사·분석하고, 각 분야별로 상이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영역별로 서로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인문학의 경우 교내연구비를 대폭 증가해야 하며,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박사과정 연구자들의 증감에 따라 저서와 논문 모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과학의 경우 석사과정 연구자들의 수요가 필요하며, 공학 분야에서는 교외연구비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밝혀졌다.

저자는 연구 목적으로 세 가지를 거론한다. 학문 영역별 교수의 연구수행 환경의 차이와 연구생산성, 그리고 연구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겠다는 것. 먼저 한 사립대에서 1996년 이전 임용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전공교수 437명을 연구대상으로 설정하고 실증적인 조사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분석결과가 나타났다.

학문분야별로 분석 다르게 나타나

교내연구비의 경우 교수들은 영역별로 큰 편차 없이 5년간 평균 1천 173만원의 연구비를 수혜했고, 교외연구비의 경우 공학교수가 인문학교수보다 14배 이상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수들은 학부와 대학원을 포함 5년간 평균 22과목을 담당하며 이 중 대학원과목은 약 3학점의 수업을 개설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직행정업무의 경우 5년간 평균 학과장 보직을 약 2년간 담당하거나 교무위원급 보직은 1년 정도 맡고 있다. 교수의 평균 연령은 약 50세 가량으로 조사되기도 했으며, 다른 전공에 비해 인문학 교수의 연령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수의 학문적 배경을 보여주는 학위취득 유형과 박사학위취득국에서는 외국학위에 대한 선호, 특히 미국학위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연구생산성을 논문·저서·저명학술지 게재 논문 편수로 분석해보니 양적으로 공학계열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저자는 “각 학문영역은 고유한 지식의 구조와 사회화과정을 갖고 있으므로 비교연구는 학문영역의 특성과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적 지표를 갖고 분야별 편차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또 교외연구비는 교내연구비와 달리 학문 영역별로 균등하게 수혜되고 있지 못한 점도 고려해야 될 요소라는 것이다.

한편 연구생산성에 끼치는 영향요인들은 영역별로 다르게 드러났다. 인문학의 경우 교내연구비와 대학원수업 부담은 각각 논문과 저서 연구에 정적인(positive) 영향을 미친다. 교내연구비가 인문학 교수들의 논문 생산에 결정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이는 교내연구비 의존도가 높은 이 분야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 대학원수업이 저서 증감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여기서 수업을 저서와 관련시켜 개설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학문후속세대에 의존도 높은 교수 연구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박사과정 연구보조인력이 논문연구에 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과학의 경우 석사과정 연구보조인력이, 공학에서는 교외연구비가 논문연구에 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두 분야 교수들이 실제로 석·박사 학문후속세대에 대해 의존도가 높음을 방증해주는 결과이다. 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으로 볼 때, 이 분야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게 된다.

이 결과를 통해 저자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는 교내연구비 지원이 중요하며,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의 경우에는 대학원 입학의 문호를 확대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학 분야에는 더 많은 교외연구비 수혜가 가능케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 “학문 영역의 고유성을 고려할 뿐만 아니라 학문 영역간 연구생산성을 비교할 수 있는 모형 개발”을 창출하는 것과 전국적 규모로 조사범위를 확대하는 등 몇 가지 사항이 보완된다면 대학교육정책에 중요한 참고사항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권희철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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