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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주의는 과연 신자유주의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케인즈주의는 과연 신자유주의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강남훈 한신대·경제학
  • 승인 2008.12.31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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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반격』 뒤메닐 외 지음┃이강국 외 옮김┃필맥│2006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에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에 따라서 이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디까지 진행될 것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상당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들은 크게 보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이 위기를 단순한 금융상의 실수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너무 많은 대출을 해 주어서 버블이 생겼고, 버블이 꺼지면서 위기가 닥친 것이다. 따라서 얼마 안 가서 시장 기능이 회복될 것이고, 신자유주의적 축적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이다. 이들은 단기간에경제 위기가 끝날 것으로 전망한다.

둘째는 이 위기를 신자유주의의 위기로 바라보는 견해이다. 이 때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금융화이다. 금융화는 증권화, 파생상품화 등의 경향을 통해 금융자본이 경제를 주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화 때문에 위기가 닥친 것이므로 금융을 규제해 금융화 경향을 역전시키는 것이 해결 방법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가 끝나면서 케인즈주의로 복귀할 것이고, 자본주의적 발전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셋째는 이 위기를 신자유주의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로 보는 견해이다. 케인즈주의가 위기에 빠져 신자유주의가 시작됐는데, 이제는 신자유주의마저 위기에 빠졌다고 보는 것이다. 곧 이번 경제 위기에서 손쉬운 탈출은 존재하지 않고, 경제 위기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위기 중에서 자본주의 자체를 극복하는 대안 체제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뒤메닐과 레비의 이 책은 현재의 경제 위기가 닥치기 전에 쓰여진 책이다. 따라서 마지막 부분에서 경제 위기가 닥칠 가능성에 대해서 암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본질에 대해 이론적, 실증적으로 충실한 분석을 행하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현재의 신자유주의 경제 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뒤메닐과 레비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을 금융자본의 헤게모니로 규정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서는 자본 중에서는 금융자본이 중심이 되고, 금융 축적으로부터 얻는 이윤이 산업적 축적으로부터 얻는 이윤보다 중요해진다. 1982년 금융기업 순자산과 비금융기업 순자산의 비율은 12%였는데,  1999년이 되면 23%로 증가하게 된다. 비금융기업도 금융적 축적을 추구하고 있다. 비금융기업의 실물자산에 대한 금융자산 비율이 1980년 45%에서 2000년 90%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1970년 배당 수입은 영업이익의 3%에 불과했지만, 1997년에는 43%로 증가했다.

이상은 전형적 케인즈주의자들, 혹은 금융화론자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허나 금융에 대한 이들의 견해는 케인즈보다는 마르크스에 충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은 금융적 축적을 마르크스를 따라서 비생산적인 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적 축적을 범죄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은 경제에 자금을 제공하는 기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윤율이 증가하더라도 축적률이 증가하지 않는 현상이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이다. 또한 이들은 계급 분석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금융자본이 중심이 돼 자본가 계급의 권력과 소득을 회복시킨 계급 투쟁의 결과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뒤메닐, 레비와 케인즈주의자들 사이에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그들이 이윤율 저하 경향을 거시 경제 분석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들에 의하면, 이윤율은 자본주의 거시경제 변수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신자유주의적 축적은 이윤율 하락에 대한 대응에서 시작됐다.
이윤율 하락은 1965년 이후 1990년까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윤율 하락에 대응해서 금융지배세력들이 신자유주의적 쿠데타를 일으켜서 금융적 축적을 시도했다는 설명은 현재 위기에 대해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금융화가 현재 위기의 직접적 계기라도, 금융화 자체가 이윤율 저하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금융화를 억제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이윤율 저하 경향은 왜 나타났는가. 이윤율 저하는 뒤메닐과 레비의 일관된 연구 주제이다. 이윤율은 자본생산성, 노동생산성, 임금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자본으로 대체한다. 이때 자본생산성이 하락되면서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는데, 노동생산성 증가가 자본생산성 하락을 만회하지 못함으로써 이윤율이 저하하게 된다. 이러한 설명은 마르크스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에 따른 이윤율 저하 경향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유기적 구성 고도화에 따른 이윤율 저하를 잉여가치율 증가로 만회하지 못해서 이윤율 저하 경향이 나타난다는 마르크스의 설명과 미묘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마르크스에게 있어서 이윤율 저하 경향은 본질적으로 잉여가치 생산의 문제이고 착취의 문제이다.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나 연구개발 문제를 넘어선다.

그런데 뒤메닐과 레비는 기술 진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차이는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파악할 때에도 반영이 된다고 판단된다. 금융적 축적은 남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전유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축적이 가능하려면 누군가가 잉여가치를 생산해야 한다. 금융자본이 잉여가치를 더 많이 가져갈수록 누군가가 잉여가치는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는 금융적 축적만 강화한 것이 아닌 착취도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착취의 강화를 위해서 비정규직 증가, 외주화, 세계화, IT 감시와 통제 등의 방법이 동원됐다.
물론 뒤메닐과 레비가 자본가 계급의 소득과 권력의 증가와 분배의 악화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들을 보다 근원적으로 포괄하는 개념은 착취의 강화일 것이다.  

이윤율 저하 경향에 대해서도 장기적 추세와 순환적 흐름을 분명하게 구별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은 19세기 후반 이후 지금까지를 네 개의 시기로 나눈다.
첫째는 이윤율과 자본생산성이 하락하고 금융이 헤게모니를 가졌던 19세기 후반. 둘째는 자본생산성과 이윤율이 증가하던 번영의 30년. 셋째는 자본생산성과 이윤율이 다시 하락하면서 신자유주의가 확립되는 시기. 넷째는 1990년대 중반 신경제로 인해 이윤율이 다시 상승하는 시기.

그러나 이런 파악은 이윤율 저하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고 나타나지 않는 시기도 있다는 해석을 하게 될 위험이 있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이윤율 저하 경향은 장기적 추세이면서 순환적 현상이다. 순환적으로 반작용하는 경향이 활발할 때에는 이윤율이 상승할 수 있지만 장기적 추세는 불변이다. 뒤메닐과 레비는 신경제가 도래하면서 1970년대 이래의 이윤율 저하 경향이 역전됐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이렇게 보면 현재의 경제 위기를 올바로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뒤메닐과 레비의 분석에서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언급과 달러 지배 체제에 대한 분석이 일부 있지만, 충분하진 않다. 특히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한 이후에도 달러 지배가 유지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부족하다.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한 이후 달러 지배는 달러 석유 지배, 혹은 달러 핵무기 지배라고 할 정도로 제국주의적 군사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달러 버블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면 안 된다. 실제로 가장 큰 버블은 달러 버블이다. 달러 버블은 붕괴할 것인가. 미국의 대외부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외순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초 20% 수준이었지만, 2008년 말 현재는 30% 정도로 추정된다. 이 비율이 50%, 100%, 200% 등 초점이 되는 비율을 넘으면, 버블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 금융버블과 실물버블을 수습하려는 모든 케인즈주의적인 노력은 달러 버블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지금 위기가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이고 자본주의의 위기이다. 달러 버블에 대한 고려가 없으면 케인즈주의가 신자유주의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에 빠지기 쉬울 것이다. 뒤메닐과 레비는 마르크스의 이윤율 개념에 입각해 신자유주의 성립과 본질을 훌륭하게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위기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금융적 수탈뿐만 아니라 착취 강화가 신자유주의의 본질임을 이해하는 것, 이윤율 저하 경향에서 추세와 순환을 명확히 구별하는 것, 달러 버블에 대한 분석을 추가하는 것 등이 필요해 보인다.

강남훈 한신대·경제학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경제개혁정책』등의 저서와 「택지국유화의 경제적 가능성」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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