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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상징인 대학들] 우직하고 강건한 기백, 딱이네!
[‘소’가 상징인 대학들] 우직하고 강건한 기백, 딱이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8.12.31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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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소의 해’가 더욱 특별한 대학이 있다. ‘소’를 대학의 상징물로 삼고 있는 대학들이다. 한국사회에서 소는 농경의 역사를 함께 해 온 ‘절친한 친구’이자 은근과 끈기, 성실함, 봉사의 표상이다. 겸손한 인품과 끈기 있게 정진하는 저력을 학자의 자질로 꼽은 7개 대학은 소를 상징 동물로 채택했다. 소는 각 대학의 학풍에 따라 소, 황소, 코뿔소로 또다시 나뉜다.

건국대, 청주대, 호원대, 홍익대의 상징물은 한국 전통의 ‘황소’다. 청주대는 황소를 “힘이 세고 간교함이 없는 배짱과 뚝심의 사나이”, 호원대는 “끈질긴 투지와 신의의 정신”으로 비유한다. 홍익대는 “우직하고 강건한 기백이 진취적인 한민족의 기상과 닮았다”며 황소의 역동성을 빌려 구성원들이 표방해야할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광주교대는 체질이 강건해 더위와 추위를 잘 이기고 환경 적응력이 높은 ‘한국 소’를 “의젓하고 교육적 신념이 투철한 참 스승의 모습으로 삼을 만하다”는 점에서 校獸로 채택하고 있다. 대진대는 성실, 경건, 신념이라는 건학정신을 소에 빗대었다.


위덕대는 불교재단이라는 차별성을 십분 활용해 코뿔소(무소)를 校獸로 채택했다. 원시불교의 경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수타니파타』의 구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 차용했다. 수행을 위해 모든 집착을 버리라는 의미를 담은 수라니파타경에서 코뿔소(무소)는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학의 정체성과 교육 목표를 아우를 만한 校獸를 선정하는 과정은 특정 동물의 특성 외에도 여러 가지 요건이 고려된다. 먼저 공모전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고, 교내 위원회의 검토과정을 거친다. 특히 선정과정에서 ‘한국적 정서’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여부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적 정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문은 단연 ‘풍수지리’다. 풍수지리상 배산임수의 핵심이 되는, ‘뒷산’의 정기를 이어받는다는 의미는 빠질 수 없다.

홍익대와 청주대는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는 이름의 와우산과 우암산 자락에 각각 위치해 있고, 호원대는 호남평야, 광주교대는 광주 최초의 싸전(곡식상이 모여드는 시장)으로 유명한 풍향골 1번지에 터를 잡고 있다.
이 외에도 홍익대는 이중섭의 작품 ‘흰소’를 교내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는 점, 건국대는 농축산업 부흥을 통한 복지국가 실현이라는 설립자의 의지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상징은 숨은 그림찾기와 같아서 수용자의 적극적인 해석이 수반돼야 비로소 그 의미가 움틀기 마련이다. 대학의 상징물들은 구성원들의 무관심과 시대적 변화가 더해 점차 설 곳을 잃어 가고 있다.
최근 들어 대학 상징물들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학풍의 가치’로 이해되기보다 이미지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돼 온 게 사실이다. 신설 대학이나 대학 이미지 개편 작업이 한창인 대학은 상징물을 동·식물이 아닌 캐릭터, 캐리커쳐나 이미지 컷(UI)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건국대의 경우 1998년, 전통적인 상징 동물인 ‘소’를 형상화한 캐릭터 ‘건우와 건희’를 제작했지만 홍보 유행에 걸맞지 않아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부산대도 2000년대 초반, 독수리와 매를 캐릭터로 자체 제작한 ‘산지니’가 있지만 올해 UI 정비사업을 통해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교수신문>은 전국 4년제 78개 대학의 校獸를 무작위로 선별·조사했다. 조사 결과, 校獸는 대학의 진취적인 기상을 표현하면서도 대중성을 담보할 수 있는 동물이 주종을 이루었다. 독수리(10곳), 말(10곳), 거북이·사자·사슴·학(각 4곳) 등 역동성과 기백이 돋보이는 동물들이 인기였다. 이 밖에도 전설의 동물인 용과 봉황(각 3곳), 알바트로스(서강대)가 눈에 띠었고, 산양(안양대)과 코끼리(동국대)도 대학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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