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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마트 등 상업시설 들어서면 ‘교육여건’ 좋아질까
할인마트 등 상업시설 들어서면 ‘교육여건’ 좋아질까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8.12.31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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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설립·운영 개정안에 우려의 목소리

교육과학기술부가 규제를 완화해 대학 캠퍼스 안에 영화관, 대형 할인마트 등 다양한 상업시설 설립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상업시설이 대학 안에 들어오면 교육수요자를 위한 시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규제완화 효과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과부는 지난달 22일 대학이 민자유치를 통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대학 설립·운영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은 판매시설 운영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현재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수익사업 대상을 교원, 학생을 위한 교육지원시설로 한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유치원, 노인복지시설 등 문화·복지시설을 대학 안에 설립할 수 있고 사립대는 교회 등의 종교시설을 지을 수 있다. 개정안은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노유자시설, 수련시설, 운동시설, 공공업무시설, 주차장 등 대학의 교육·연구 활동과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두고 “대학이 과도하게 상업시설을 유치하면 교육여건이 오히려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생수가 적어 운영이 어려운 일부 대학이 재정확충을 위해 상업시설에 과도하게 투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안은 상업적 용도로 쓸 수 있는 면적을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더욱 크다.

황홍규 교과부 대학연구기관지원정책관은 이에 대해 “정부가 일정하게 규제하고 가이드라인을 줘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학이 그런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황 정책관은 “일부 대학에선 진통이 있을 수 있지만 대학이 진정한 발전을 위해 어떤 방법이 더 좋은 것인지 스스로 방법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업시설 유치 움직임이 규모가 큰 대학과 일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강대는 최근 대형 할인마트를 유치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부산대는 영화관, 병원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영기 전국대학교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경남대)은 “이번 개정안으로 지방 사립대의 재정운영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들이 얻는 자율화 효과에 비하면 그 파급력이 낮을 것”이라며 “대학 자율화가 자칫 중앙 집중화를 불러오는데 대한 예방책을 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하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 상임회장(부산대)은 “대학 운영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상업시설 설립을 허용한다는 교과부 입장은 오히려 대학의 연구, 교육 분위기에 손상을 입히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시장에 물들지 않고 대학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교육과 연구가 살아날 수 있는데, 민자유치를 통해 대학운영을 수월하게 해 나가는 방식은 대학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이밖에 대학의 수익사업과 산학협력 확대를 위해 校舍 총 면적의 10% 범위에서 일반 기업이 대학 건물에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교과부는 이번 조치로 학생들이 교내에서 현장실습, 인턴경험을 쌓고 학교는 입주기업으로부터 기부금 수입으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교 외의 지역에 캠퍼스를 설립할 때 적용되는 교사 확보 기준 학생수는 현행 1천명에서 400명으로 낮췄다.

자체정원조정 등 대학 내 구조조정도 사실상 완전 자율화된다. 이제까지 총 정원 범위에서 자체 정원 조정을 하고자 하는 경우 교원 확보율과 교지·교사 및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을 조정하고자 하는 연도의 전년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했다. 앞으로는 교원확보율만 전년도 이상으로 유지하면 총 입학정원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자체정원조정을 할 수 있다.

대학 운영 자율화와 더불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대학설립요건은 강화됐다. 수익용기본재산 확보기준을 강화해 대학은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전문대학은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학원대학은 4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설립요건을 상향조정했다. 교과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입법예고, 법제심사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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