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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절감 등 소극적 전략보다 장기변동 대비한 대학 역량 제고하자”
“예산절감 등 소극적 전략보다 장기변동 대비한 대학 역량 제고하자”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8.12.22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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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획처장이 말하는 위기 대처법

외환위기는 대학 행정본부 운영방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기획처 권한이 막강해졌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외환위기가 불거지고 대학마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기획처가 예산을 배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때부터 기획처가 행정본부의 핵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0년 전 기획처장을 맡았던 교수들은 “처음 겪는 경제위기에 대학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고 회상하면서 “당시 경험에 비춰 이번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효율성’이 대학 최대 이슈”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살림을 줄인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 했다.”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행정학과)가 기획처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IMF 사태가 터졌다. 송 교수는 “대학은 공황상태였다. 경제위기를 겪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심리적인 공황이 함께 왔다”고 기억했다.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제일 먼저 나선 것은 수도권 사립대였다. 지금과 비슷한 모습이다. 10년 전 서강대를 시작으로 고려대, 이화여대 등에서 등록금을 동결했다. 송 교수는 “이화여대도 등록금을 동결했었다. 인건비는 이후 2년 동안 동결됐는데, 일부 대학은 여전히 인건비를 인상해 우리와 그들 사이에 인건비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이화여대가 세운 대응책과 관련, 송 교수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적극적인 감축정책’이다. “전반적인 씀씀이를 줄이고 행정조직을 축소했다. 학부제 도입과 연관이 있긴 하지만 학과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학과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대학은 기업과 달리 경제위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진 않는다. 교육소비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등록금 수입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한 대규모의 인원감축 같은 구조조정을 시행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성장 일변도로 달려오던 대학이 효율성을 중시하고 과도한 지출을 줄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송 교수도 이 점을 지적했다. “대학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학생들이 있는 한 대학이 경제위기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등록금을 계속 동결하고 물가가 인상되면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 또한 대학 구조조정과 맞물려 감축 지향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IMF 이후 대학가의 변화다.”
송 교수는 “10년 전과 달리 경제위기를 맞아도 대학 운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등록금을 동결하면 인건비 등 다른 부분에 대한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당장은 느끼지 못 하지만 내년 이후에 우려가 현실화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IMF 이후 예산절감 일상화, 기금적립 시작”
“1997~1998년만 해도 지방 사립대를 비롯해 거의 모든 대학이 학과를 만들기만 해도 학생이 몰려드는 등 양적으로 크게 팽창하고 있었다. 그러다 IMF를 맞았다.”

권혁대 목원대 교수(경영학과)는 1997년~1999년, 2002~2005년 기획처장을 역임했다. “목원대는 97년부터 3+1제도를 시행했다. 학생들이 1년간 미국 대학에서 수업을 받는데, 환율 때문에 등록금 송금액이 2배 가까이 올랐다. 그때서야 ‘IMF가 이런 것이구나’를 절감했다.”
대학들은 인건비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목원대 역시 98년엔 직원을 채용하지 않았고 교수도 최소인원만 뽑았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학사관리 통폐합도 진행됐다.

외환위기는 대학 운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예산절감’을 일상용어로 사용하고 기금적립이 강화된 시기도 이 때부터다. 권 교수는 “대학 입장에선 어려운 때를 대비한다는 취지에서  기금적립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앞 다퉈 기금을 적립하면서 이후 등록금 협상을 할 때마다 적립기금이 갈등의 소지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인구통계학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이후 대학은 학생수 감소에 따라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 장기화라는 복병을 만났다. 대학이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으로는, 먼저 소극적 전략으로 구조조정과 예산절감, 엄격한 학사관리가 있다.” 권 교수는 그러나 “언제까지 소극적 전략만을 구사할 수는 없다. 적극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로, 베이비붐 세대가 퇴임할 때가 됐는데, 이들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이 이 기능을 담당한다면 국가와 대학 둘 다 살 수 있다. 둘째, 부족한 등록금 수입을 대체할 수 있도록 대학 스스로 수익사업을 위한 캐시 카우(Cash Cow)를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립대에 교육예산을 적극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립대 운영이 괜찮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사립대에 대한 지원이 더 이뤄져야 한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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