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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와 피스카스, 그 황폐한 마을이 되살아난 비결
오키나와와 피스카스, 그 황폐한 마을이 되살아난 비결
  • 김복경 신라대·시각디자인
  • 승인 2008.11.17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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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공디자인, 대안은 없는가

도시의 공공디자인은 사회의 통합과 안전만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도시의 매력과 가치를 교류하게 하는 주요한 시스템이다.
바람직한 도시의 공공디자인은 문화도시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문화도시를 바라보는 매트릭스의 관점은 역사성, 정체성, 공공성, 신뢰성, 생산성이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보다 디자인의 본질적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형태적 한계를 넘어 비물질적인 정신적 가치 생성을 목표로 함을 인식해야하며, 인간의 행동과 참여활동에 디자인의 가치나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공공디자인도 문화공간의 확대와 공공성 확장과 더불어 바람직한 공공정책에 의한 지역문화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일본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무런 산업적 자원을 가지고 있지 못했으며, 행정적 소외감은 지역민들에게 열등감을 갖게 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역을 점점 황폐하게 했고 인구는 급속히 감소됐다.
일본 정부는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오키나와를 혁신시키고자 프랑스전문가인 알랭 포바스에게 자문을 받아 도시 발전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일본은 매혹적인 오키나와를 만들기 위해 오키나와의 전설을 찾아내어 스토리를 만들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으며, 민속음악으로 노래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전통음식을 소개함으로써 지역의 숨은 가치와 잠재력을 발굴했다.

최고의 디자이너와 사진작가들을 동원해 아름다운 섬의 영상미를 담아냈다. 애절한 향토음악을 소개해 전 세계에 오키나와를 신비의 섬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건강과 장수의 섬으로 각인시켰다. 그것으로 국내와 외국의 관광객들을 불러들였고 외부로부터 투자가 이뤄지면서 오키나와의 지역 상품과 산업은 주목을 받게 됐다. 오키나와라는 지역브랜드는 역사와 문화를 가진 환상의 섬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필자는 2000년 핀란드를 여행하면서 피스카스라는 지방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피스카스는 1970년대까지 철광 산업으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철광 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은 활기를 잃고 말았다. 낙후된 광산촌으로 전락한 피스카스를 위해 핀란드는 넓은 땅과 아름다운 자연을 세계의 예술인에게 개방했고, 50년 장기 대여를 해 천연의 작업장에서 이들이 자유롭게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원하는 작가에게는 국적까지 부여해 행정적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피스카스는 도시 중앙에 많은 갤러리와 아트홀을 만들어 작가들에게 작품을 항상 전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갤러리에서는 작가들의 예술작품 판매는 물론 피스카스의 옛 영광을 기념하듯 강철 소품들을 제작해 꾸준히 판매하고 있는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와 같은 핀란드의 예술지원 사업은 핀란드의 국가적 이미지에도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피스카스를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시켰으며 한적한 시골마을에 새로운 품격을 부여했다. 호수를 낀 작업장과 갤러리의 방문으로 이뤄지는 세계인들의 교류는 작가와 관광객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우수한 자연적 작업환경은 작가들에게 꿈의 동경이 됐고, 방문객들에게는 다시 가고 싶은 유혹의 도시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이와 같이 성공을 거둔 공공디자인은 지역에 맞는 공공디자인으로 지역 자원을 유용하게  이용해 지역정체성을 강화시키고 있었고, 특히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보존하고 그 가치를 향상시키고자 했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 장벽과 전쟁의 흔적으로 얼룩진 역사적 공간을 공공디자인의 모티브로 활용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의 비무장지대도 미래의 가능성 있는 공공디자인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이상적인 공공디자인은 공동체들의 소통을 유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민의 참여와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공공디자인은 도시를 급속하게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천천히 소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즉 공공디자인은 현재의 도시를 재생시키는 것으로 도시가 가진 문제점과 취약성조차도 수용돼야 하며, 자연환경의 생태적 친화력의 관리는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할 점이다.

최근 전라남도의 담양, 완도, 신안, 장흥이 슬로우시티 국제연맹으로부터 아시아 최초의 슬로우시티로 지정 받았다.
슬로우시티 운동은 무조건적인 대도시형 개발을 모방하기보다 농어촌과 지방 소도시의 환경과 특성에 맞게 그 지역을 유지, 발전하고자하는 것이다.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농어촌의 공공디자인의 실천적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생태적 농수산물을 재배하고 전통수공예품을 전승, 발전시키며 지역의 경관과 환경을 보존하는 과정에서 지역민 스스로 이런 자주적 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함으로써 지역민으로서 자긍심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방 공공디자인 정책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방민이 갖는 소외감과 열등감은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경제와 정치의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로 인한 문화적 편중구조는 결국 중앙과 지방 모두에게 발전적 장애가 됨은 분명하다. 이러한 현실이다보니 지방은 중앙의 지원 없이는 새로운 정책과 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는 없지만, 또 이런 것들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것 역시 지방의 디자인 정책과 아이디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이런 시각에서 부산의 공공디자인의 가능성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부산은 아름다운 긴 해안선을 가진 해양 도시이며 바다 외에 강과 산이라는 천연자원을 고루 갖추고 있고, 쾌적한 활동성이 보장된 사계절의 기후는 자연 환경적인 기본요소로서는 최상의 주거환경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은 유럽에서 보면 대륙의 끝이라는 소중한 의미성을 가지고 있다. 이 의미성은 지역성이 갖는 특징으로 무한한 가치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일본은 부산과 일본을 해저 터널로 연결시키고자하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대륙의 끝이라는 의미성의 가치를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부산은 일본과 중국의 도시들의 접근성이 뛰어나 인적, 문화적 교류의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 우리의 역사에서 부산은 그러한 업적을 재대로 평가받거나 관리하지 못했다. 부산의 이런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동북아의 문화교류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부산 시민들의 열정적 기질도 주목할만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지역들이 독특한 문화 창조의 도시를 디자인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김복경 신라대·시각디자인

필자는 교토 공예섬유대에서 공부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일본전통가문과 기업의 VI system의 관련성 연구」와 「일본가문의 소재와 조형적 특질」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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