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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몇몇 대학으로 정상적인 교육 지속가능한가
서울의 몇몇 대학으로 정상적인 교육 지속가능한가
  • 손풍삼 순천향대 대외협력부총장
  • 승인 2008.11.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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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발전을 위한 제언

대한민국은 곧 서울공화국이기도 하다. 덕분에 국가의 모든 물적, 정신적 에너지는 서울, 수도권을 향한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비정상적인 집중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역대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시도를 한 바 있고, 지금의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진심으로 성공하기를 바란다. 균형발전을 도모하지 않고서는 나라의 항구적인 발전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점과 방법이다.

최근 정치권은 수도권과 지방의 발전 전략 논의로 뜨겁다. 균형발전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수도권 중심론자들은 기왕에 나라의 핵으로 성장해버린 수도권이 더욱 발전해야 지방으로 내려갈 에너지도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펼친다. 이른바 개발독재시대에나 가능했던 불균형성장론자들이다. 이런 논리는 지금까지 사실상 차별 속에 성장과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던 지역 사람들이 볼 때 궤변에 불과하다.
그래서 생겨난 정치적 지역감정의 골은 지금도 깊다.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로 국가경쟁력 강화’를 전제로 지방 자치단체장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 속에는 이제는 지방을 먼저 배려하지 않고는 장기적으로 결국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전제돼 있다. 이 명백한 문제의식조차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소통 부재의 정치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학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방에 소재한 대학들은 지금 고착화된 서열 구조와 열악한 재정 구조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이 구조를 개별 대학만의 힘으로 혁파하기는 불가능하다. 현 시점에서 단순히 시장 논리만 들이댄다면 지방의 많은 대학들이 고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방 경제 문제처럼 현 시점에서 ‘경쟁력’이라는 냉혹한 준거에 따라 간단하게 처리할 일이 아니다.

지방 대학의 교육담당자로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방 교육의 척박한 현실을 방치한 채 서울의 몇몇 명문대를 중심으로 한국의 정상적인 교육은 지속 가능한가?” 그리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만일 이 지적에 동의한다면 정부는 지금 당장 지방 대학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한 ‘대토론’에 나서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실제적이고 혁신적인 지원책은 마련하지 않고, 고작 해야 경쟁을 전제로한 몇 푼짜리 프로젝트 중심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런 방식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왜곡된 구조 속에, 타의에 의해 허락된 파이를 손에 쥐고 안주하지 않았는지, 그것도 경쟁력이라고 알 만한 사람을 찾아 뛰고 있는 지방 대학의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든다. 올해도 어김 없이 대학문을 찾는 고3 수험생들의 진학률은 83% 이상, 세계 최고다. 이 비정상적인 교육시장을 두고도 지방대의 온전한 발전책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허구에 찬 ‘글로벌 인재양성’을 외치고 있다. 현재의 교육 구조를 개선하고 지방대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지엽말단의 이익에 매달려서는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라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전제돼 있음을 생각해주기 바란다. 상생하는 교육구조를 만드는 일에 망설일 이유는 없다.이 나라 곳곳의 대학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역량으로 튼실하게 존립할 때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효율적인 교육과 인재양성이 가능할 것이다.

손풍삼  순천향대 대외협력부총장

 정치학을 전공한 필자는 현재 순천향대 국제문화전공 교수로 재직중이며 이순신 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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