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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심리학회 심포지엄 ‘새로 읽는 모성성, 새로 읽는 부성성’
한국여성심리학회 심포지엄 ‘새로 읽는 모성성, 새로 읽는 부성성’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8.11.17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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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아버지들, ‘마음 따로 몸 따로’ 어떻게 극복할까

가족 해체, 가족 관계의 위기는 오늘날 더 이상 추문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급박한 문제로 떠올랐다. 가족 돌봄의 위기, 가족 관계의 위기라는 말 속에는 ‘부모됨’에 관한 성찰과 인식이 그동안 결핍 혹은 부재해 왔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이 점에서 지난 15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한국여성심리학회(회장 방희정·이화여대) 추계 심포지엄 ‘새로 읽는 모성성, 새로 읽는 부성성’은 시사적이다.

무엇보다 시의적절한 주제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심포지엄을 준비한 방희정 회장은 “기존의 모성신화, 정상가족 등의 개념틀 만으로는 실제 우리 사회의 가족 모습이나 어머니·아버지의 역할과 활동을 제대로 읽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현실에서는 새로운 모성성과 부성성을 직접 경험하고 실천하고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족관계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이번 추계 심포지엄에 반영됐다.

“다면적 접근을 통해 이 시대 새로운 가족 관계에 대한 논의를 심리학을 비롯한 관련 학계에서 적극 활성화시킴으로써 모성성, 부성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다 개방적이고 확대된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게 방 회장의 판단이다.

시의성 있는 주제라도, 이것을 어떻게 꿰느냐가 또한 중요한데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한국 남성의 부성경험과 부성실천의 변화」, 이경숙 한신대 교수(재활학과)의 「우리 사회 자녀 필요성 진단」등은 실증적 차원에서 ‘부모됨’의 문제를 천착할 수 있는 논의의 징검다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부성 역할 문제를, 후자는 장차 모성성을 실현해나갈 여대생의 향후 출산의향을 검토했다.

전체적으로 이날 심포지엄의 무게중심은 김혜영 연구위원의 발표에 놓여 있었다. 부모됨의 의미를 자녀 돌봄과 가족 돌봄의 문제로 직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혜영 연구위원의 논문이 주안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제목 그대로 ‘부성경험과 부성실천’이 어떻게 과거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세대론적 차이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른 ‘아버지됨’ 혹은 ‘아버지 역할하기’의 자기 인식은 정확한 좌표가 필요한 대목임이 분명하다. 김 연구위원은 남성들이 이상적으로 개념화한 아버지 역할과 실제 자신의 주요 부성실천의 유형을 읽어냈다.

한국 남성들이 생각하고 있는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 스스로가 가장 되고 싶은 아버지의 모습은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아버지’(28.2%), ‘친구같이 지낼 수 있는 아버지’(26.3%), ‘가정적으로 자상한 아버지’(24.4%),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는 아버지’(13.5%), ‘가장으로서 위엄을 갖춘 아버지’(3.1%)로 나타났다. 과거 아버지들이 보여주었던 근엄하고, 엄숙한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아버지 像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도덕적으로 모범적인 아버지’라는 자기 모습 평가가 가장 많았다. 가정적으로 자상한 아버지, 친구같이 지낼 수 있는 아버지의 순서로 대답이 나왔다.

그러나 아버지 역할에 대한 변화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 구체적인 자녀 돌봄의 책임감이나 참여도는 여전히 아내의존적이라는 점에서 아버지됨의 논의는 갈 길이 멀다. 애정은 있지만, 자녀의 성장과정에 책임감을 인식해 구체적인 자녀 돌봄에 참여하거나 자녀들과 적극적인 여가활동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해법이 필요한 지점이다.

김 연구위원이 제시한 답은 무엇일까. 30~40대 아버지들이 가족 돌봄에 대한 공동책임의식과 아버지 역할 참여 의지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직장에서 업무 몰입 요구가 높은 시기라는 점에서 가족 돌봄과 직장 갈등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김 연구위원은 ‘생애주기에 따른 가족친화적인 제도’와 인프라 마련을 정부와 기업, 사회가 더 주목해줄 것을 주문했다.

IMF 이후 10년, 다시 구조조정이라는 광풍이 휘몰아칠 기세다. 가족 관계, 가족 돌봄의 문제야말로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가장 중요한 교두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됨, 아버지 역할, 돌봄의 문제는 더 많은 성찰과 실천이 요구되는 화두임을 이날 심포지엄이 거듭 확인한 셈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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