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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장학금 확대해 학업 전념토록 해야
무상장학금 확대해 학업 전념토록 해야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8.11.17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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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학 근로장학금, 장학금인가

“근로장학금은 장학금이 아니라 행정비용이다.” 근로장학금을 장학금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넘겨받은 ‘2007년 학비감면 현황’에 따르면 193개 4년제 대학 장학금 총액 1조 8천971억원 가운데 성적장학금은 7천308억원(36%), 가계곤란자장학금은 2천718억원(14%), 근로장학금은 1천271억원(7%), 보훈장학금은 1천71억원(6%)으로 나타났다. 지급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기타 장학금도 6천155억원(32%)이나 됐다.

본래 장학제도 취지에 맞게 대가성 장학금보다 성적장학금 등 무상장학금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은 성균관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의 뒷모습.  
사진 = 최성욱 기자

문제는 장학금 혜택을 늘리고 있다는 대학들이 ‘장학’취지에 맞도록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느냐다. 장학금 지급사유별 내역을 살펴보면 성적장학금은 낮고 근로장학금이나 기타 장학금 비중이 높은 대학이 많다. 한국교원대(28%), 국민대(27%), 감리교신학대(26%), 숙명여대(23%), 인천대(23%), 서울산업대(22%), 광주교대(21%), 동국대(20%)가 전체 장학금 대비 근로장학금 비율이 20%를 넘었다. 국민대의 경우 학기당 근로장학생 수는 8백여명 정도. 일반근로학생이 월 최대 30시간 일했을 때 받는 장학금은 72만원으로 한 학기 장학금에 한참 부족한 금액이다.

근로장학생이 근로장학금을 받기 위해 대학본부, 도서관, 행정실 등 교내에서 하는 일은 행정보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대학이 행정 비용으로 치러야 하는 업무다. 그래서 본래 장학제도 취지에 맞게 교내장학금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성적장학금 비중을 늘려 “공부 열심히 하면 등록금 걱정없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면학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희대는 최근 근로장학금을 지속적으로 줄여 2007년 장학금 총액 539억원에서 근로장학금은 3억원에 불과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근로를 대가로 장학금을 주는 것보다는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무상장학금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근로장학생이 맡는 행정 업무가 주로 단순보조업무가 많은데 직원들이 학생들을 위해 조금만 더 부담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2007년 전체 장학금 가운데 근로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불과했다.

근로장학금에 대한 이 같은 여론은 사회적으로 실질적인 등록금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내년부터 예산을 13배 늘려 국가근로장학생을 확대·선발하겠다고 나서자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교과부는 전문대생을 대상으로 매년 80억원 규모로 지원해 온 국가근로장학생제도를 4년제 대학생까지 포함시켜 7천425억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대학생 3만명을 추가로 선발, 지급 금액도 3백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방침에 “근로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이자지원 확대 발표는 실효성 없는 등록금 대책”이라면서 “근로장학금은 노동의 대가이지 장학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근로장학금을 대폭 늘린 것이 대학 발전과 학생 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성적장학금’을 늘려 장학금 취지를 살리고 대학교육 정상화를 꾀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의 포퓰리즘 정책이 돼서는 안된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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