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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부패망국지탄 - 이종상 경남대 교수(헌법학)
[원로칼럼] 부패망국지탄 - 이종상 경남대 교수(헌법학)
  • 교수신문
  • 승인 200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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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04 15:03:34
로마가 종교와 군대 그리고 법으로 세계를 지배했는데 그 중에서 법으로 지배했을 때가 가장 융성했다. 이스라엘의 탈무드에는 '물고기는 물 밖을 나오면 죽게 되고, 사람은 법질서 밖으로 나오면 죽는다'고 한다. 나라가 망할 때는 사법부가 먼저 없어지고 나라가 일어설 때는 사법부가 먼저 일어선다는 로마시대의 명언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국가의 흥망은 법질서의 확립에 있다.
오늘날 우리 나라가 위기를 맞은 원인도 다른 데서 찾을 수 있겠으나 근본적인 이유 중에는 이 나라의 구석구석이 부정부패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한 군데도 성한 곳 없을 정도로 부정부패가 만연해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심혈을 쏟아야 한다.
얼마 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우리 나라의 부패지수는 87년 34위에서, 99년에는 50위로 껑충 뛰었다. 우리 나라의 부패수준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 발전에 엄청난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부정과 부패를 일삼으면 살기 힘들지만, 우리 나라는 법을 어기는 자가 오히려 더 잘 사는 형편이다. 무전이 유죄이고 무전이 유죄라고 하니 한심하다 아니 할 수 없다.
정부는 이 같은 망국병인 부정부패의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사정을 벌인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일회적인 사정으로 비리와 부패가 근절될지 의심스럽다. 부정부패방지를 위해서는 몇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일관되게 원칙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정권교체기나 국경일에 원칙 없이 대대적으로 남발되는 대통령의 사면권 발동은 문제가 된다. 중요한 것은 법은 적용과 집행에서 모두 엄격해야 한다. 선심성 사면은 법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만을 낳게 된다. 두 번째는 지도층의 법치의 불감증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지도층이 법을 지키지 않는 이상 일반 시민들도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사정을 실시한다는 검찰이 탄핵문제로 갈팡질팡하는 처지에 놓여 있으니, 이것은 검찰의 중립성의 확립이 안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상명하복관계에 서지 않고, 중립성의 보장을 위한 법제도의 확립과 아울러 부패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제도의 최고 덕은 공정이다. 공정과 불공정의 구별은 어떠한 사회가 참으로 정의로운 사회냐가 기준이다. 정의로운 사회확립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또한 장기적 차원에서 부정부패의 방지를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 현재 중 고등학교는 입시교육에만 매달릴 뿐 인간다움의 기본을 닦는 교양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 인문은 사회부패를 막는 항암제의 구실을 하는데 이를 경시하고 있다. 대학은 학부제다 하며 직업훈련소로 전락한 듯한 느낌을 준다. 기초 교양교육을 튼튼히 하고 교육은 봉사와 지혜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치도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부패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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