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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주류 민족주의’ 제기한 왕샤오밍 중국 상해대 교수(중문학)
[인터뷰] ‘비주류 민족주의’ 제기한 왕샤오밍 중국 상해대 교수(중문학)
  • 권희철 기자
  • 승인 2002.0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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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8 16:14:12

이번 포럼에 참가한 해외 지식인 가운데 왕샤오밍 상해대 교수(중문학)를 만났다. 그의 저서 중 ‘인간 루쉰’(이윤희 옮김, 동과서 刊), ‘인문학의 위기’(백원담 편역, 푸른숲 刊) 등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루쉰과 문학사에 대한 연구에서 최근에는 문화연구 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개혁개방 현실에 대한 문화비판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인터뷰의 통역·정리는 박자영 씨(상해 하동사대 박사과정)가 맡았다.

△동아시아의 문화적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는 자본주의의 전지구화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로 떠오릅니다. 한편으로 이제는 과거처럼 일 국가의 고립적인 발전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각국이 전체와 연결돼 있다는 점은 이제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전지구화의 구도, 즉 미국 등 소수국가 주도의 구도가 사람들의 불만을 많이 사고 있는 점과 관련됩니다. 이러한 전지구화는 허다한 불평등과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전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목하 진행 중인 전지구화와는 다른, 새로운 전지구화 양식을 상상해내고 창조해내는 작업일 터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새로운 전지구화는 단일한 양식이 아닌, 複數의 양식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전지구화 양식을 어떻게 창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지역의 경험에서 출발, 즉 국가를 초월한 지역 내부에서 형성돼온 토대에 기반해 다른 전지구화의 양식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전지구화 양식은 허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토대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의 지역을 선택해 이 안에서 연대와 협력을 창조할 수 있는 기초를 발견한 다음, 여기에 기반해 새로운 전지구화 양식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실제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과거의 경험을 비춰보자면 이것이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로 이해됐고, 실제로 정부의 작용이 컸으며 민간 교류가 드물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원인으로 지역의 범위에서 문제를 사고하는 것, 곧 이러한 사고에서 출발하고 이런 목적에서 교류를 전개했던 적이 드물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또 기존의 교류를 보자면 경제적 요소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른 목적으로 교류를 진행했던 경험이 적었던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중국의 지식인들 중 한국이나 일본의 학술과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이가 극소수인 현실이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공통분모도 있겠지만 차이도 상당할 것입니다. 이를 넘어서 소통이 가능할 지 의문입니다.

“만약 차이가 없다면 서로 교류할 필요도 없겠지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류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의 목적 또한 차이를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지구화에 대한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가 바로 차이를 없애는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동아시아가 똑같은 상황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이는 최악의 상황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동아시아라는 지역으로 보자면, 지나치게 차이에 주목해 자신과 다른 문화를 거부하는 태도가 나타나곤 하는데 이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없는 태도는 새로운 동아시아 문화를 만드는 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이상적인 동아시아 상이란 내부적으로는 풍부한 다양성을 포괄하면서도 서로 연관돼 있는 그런 모델일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지역 간의 차이는 유리한 조건이지 불리한 조건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차이점만을 부각시키는 편견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시킬 것인가 하는 데 있습니다.”

권희철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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