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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거래 규제하고 대외개방 위험성 관리해야
자본시장 거래 규제하고 대외개방 위험성 관리해야
  • 교수신문
  • 승인 2008.11.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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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대책, 긴 호흡 필요하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도 커다란 충격과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주가는 극심한 하락 속에서 변동을 지속하고 있고, 환율 또한 크게 상승하면서 요동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은 외화 유동성과 원화 유동성 모두 상환과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금융기능의 부진은 물론 금융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면 대내외적 금융위기와 경제위기에 빠질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이러한 금융시장에서의 혼란과 위험에 대응해, 향후 3년간 은행의 해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건설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및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 기준금리의 파격적 인하 등과 같은 긴급 금융대책을 내놓았다. 또 재정지출 확대와 소득세 인하, 증권거래세 인하와 같은 경기부양 및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대외적으로 외화채무 상환 곤란을 겪고, 대내적으로 대출채권의 부실 위험을 겪어 우리나라 전체가 금융위기에 빠져드는 것을 막으려면이러한 긴급 금융대책이 부분적으로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해 발생한 실물경제의 위축을 개선시키기 위해 경기부양 재정정책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금융 취약성의 원인들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인 효과 이상의 대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또 어떤 것들은 부정적인 효과를 드러낼 가능성마저 갖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한국의 금융취약성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영향 속에서 발생한 것이며 특히 위험관리체계가 미약한 상태에서 자본시장의 대외 개방 및 의존을 심화시켜온 결과 더욱 심각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현재의 세계금융위기는 이전의 금융위기와는 달리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과 금융세계화의 내재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융거래의 전체적인 비유동성과 위험은 본래 감소가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개별 투자자 차원에서 이를 감소시키려는 금융기법을 개발해온 무모한 자본시장 발전이 금융거래의 과잉을 낳고, 그 결과 비유동성과 위험의 증대 및 금융위기를 초래하게 만든 것이다. 또한 금융세계화는 세계 각국의 자금흐름을 서로 연계되도록 했는데, 이것이 한 나라의 금융위기를 세계적 금융위기로 발전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취약성은 바로 이러한 세계 자본시장의 무모한 발전과 금융세계화 속에서 우리의 자본시장 발전 정책과 무분별한 대외 개방이 초래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도 결국은 이들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에서 설정돼야 할 것이다. 물론, 당장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위의 긴급 금융대책이 일부 불가피하며,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경기부양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의 효과도 해외의 금융위기 전개 상황에 따라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개인채무 증가를 부추겨 금융취약성을 더 강화시키게 될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나 투기적 거래만을 부추길 증권거래세 인하 정책은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경기부양 정책도 또한 소비성향이 높은 중산층 이하의 소득을 보전해 줄 세제개편이나 재정지출이 이뤄지지 않고 일률적인 소득세 인하나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정책만 추진된다면 정책효과는 감소되고 오히려 경기부진 속에서 경제적 불평등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단기적인 사후 대책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대내 금융안정성을 향상시키고 대외 외환위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어온 금융의 발전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즉, 자본시장의 무모한 발전을 억제하고 자본시장 거래에 은행 규제 이상의 규제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또 무분별한 대외개방에 대해서도 단기 자본유출입에 따르는 위험을 관리할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금융활동을 시장자율에만 맡긴 채 적절한 금융질서와 규제를 가하지 않는다면 금융혼란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조복현 한밭대·경제학

필자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현대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 등의 저서와 「포스트케인지언 이론에서의 금융과 성장」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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