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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진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두가지 시도
[화제의 책] ‘진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두가지 시도
  • 권희철 기자
  • 승인 2002.0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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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8 15:43:42

『풀 하우스』(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사이언스 북스 刊)
『핀치의 부리』(조너던 와이너 지음, 이끌리오 刊)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이 질문은 정체성에 대한 복잡한 물음으로 전개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기도 하다. ‘진화’는 기본적으로 변화이지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거대한 역사의 전개과정 속에서의 변화라는 게 상식적인 대답.

‘핀치의 부리’의 저자 조너던 와이너는 진화는 느리고 볼 수 없다는 상식이 오해라고 주장한다. “여러분은 이 교정에서 단풍나무나 개똥지빠귀나 회색 다람쥐를 볼 수 있고, 그 생물들은 작년이나 올해나 매년 똑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들은 다른 생물입니다.” 그들이 선택한 증거는 갈라파고스 군도에 사는 핀치라는 새들이다. 그것도 핀치의 부리들. 선인장을 이용하는 선인장 핀치, 채식성 핀치, 흡혈 핀치 등 다양하게 분화된 핀치들을 가르는 열쇠는 그들의 부리라는 것. 이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통해 핀치의 부리가 진화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임을 밝혀낸다.

‘풀 하우스’ 역시 진화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가 곧 진보라 믿는 것이 편견이라 지적하며, 진화는 ‘다양성의 증가’임을 역설한다. 이는 먼저 ‘진화’와 ‘진보’라는 말의 혼동에서 비롯된다는 것. 오히려 진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우연’이며, 진화는 사다리 오르기가 아니라 가지가 갈라지는 과정이라는 것. 다양한 예증 중 ‘4할 타자의 딜레마’가 눈에 띤다. 오늘날 야구에서 더 이상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타자들의 실력 저하나 투수 또는 수비수의 향상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선수들의 실력은 전반적으로 향상됐으며 “시스템 전체의 변이폭이 축소”됐기 때문에 정규분포곡선 오른쪽 꼬리이자 예외적 존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권희철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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