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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일본 교육시스템과 노벨상
[딸깍발이] 일본 교육시스템과 노벨상
  • 배영찬 편집기획위원 / 한양대·화학공학
  • 승인 2008.10.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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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찬 편집기획위원 / 한양대·화학공학

매년 10월 이맘때 노벨상 수상 발표 시즌이 되면, 언제쯤 우리나라에서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될 지를 두고 한국의 석학들은 항상 똑같은 의견을 제시를 한다. 창의성을 길러주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교육과 연구 환경 등을 들어 변화와 혁신을 지적 하곤 한다. 올해도 그 고견들에는 별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인다.
노벨상에는 창의성이란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도 인간의 창의력이 얼마나 인류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 것인지 깊이 깨닫고 있었고 또한 본인 스스로 그것을 보여 주었다.
이런 연유로 수상 기준의 첫째가 창의성인지도 모르겠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은 논문수가 일반 과학자들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젊은 나이부터 많은 수의 논문을 쓴 것으로 조사 됐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석학들은 소수의 창의적이고 대단한 논문만 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채롭다.

석학들이 논문을 많이 낸다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라는 상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캘리포니아 대의 심리학자 딘 케이스 시몬톤 교수는 논문의 양과 질이 서로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해석했다.  논문의 양과 질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며, 석학들의 많은 논문 편수는 창의적인 생산성이라는 것이다.
즉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은 창의적 생산성이 보통 과학자들보다 훨씬 높아 젊은 나이부터 많은 논문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본의 교육이 창의성 중심이었을까.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 하리라. 우리의 교육이 일본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이해하면 “아니다”라는 대답이 명백해 진다. 그렇다. 일본의 교육 시스템은 창의성 교육이 아니다.
적어도 30 ~ 40년 전에 일본 교육을 받았던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의 교육은 “절대 창의성 교육은 아니었다” 이다. 그러나 일본은 올해 13번째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러면 창의성 교육이 기반이 아니었던 일본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 했을까.

이 점에 대해 문득 내 귓가를 맴도는 말이 있다. 정말 인상적이었던 유학 시절 지도교수의 멘트 “서양의 석학들은 어느 연구 주제를 논할 때 그들은 교과서 어느 부분에 그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동양의 석학들은 그 내용을 완전히 외우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하고 그 당시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암기식 교육이 그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다고 말씀하신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동양의 그런 식의 교육방식을 은근히 나무라는 것 같기도 한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전자의 뜻이라 생각하고 싶다.
결국 교육시스템보다는 연구자의 열정이 더 큰 몫을 하는 것이고, 연구자의 열정을 묵묵히 뒷받침 해주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은 외부 요인에 의해 그 방향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몇몇 정책입안자의 생각에 따라 연구 분야, 연구비 지원 방향까지 정해진다. 일본의 석학들은 한 가지 연구 분야에 평생을 바친다. 연구 유행에 따르지 않고 묵묵히 자기 고유의 연구 분야에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일본 연구자들의 열정이 같은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참 부럽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해주는 과학기술분야 정책 입안자들이 있다는 것이 더 부럽다.
창의성 교육을 부르짖기 전에 교육 철학과 방향의 설정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과학기술정책에 좀 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왜곡되고 편협한 정책이 아닌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한국 과학자들도 세계 어느나라 과학자 못지않게 열정이 있다.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자. 교육이나 연구는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서두른다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아는 진리다. 이 평범한 진리를 터득하는 날이 올 때 우리나라도 노벨 과학상이 나오지 않을까. 

 

배영찬 편집기획위원 / 한양대·화학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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