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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법적 지위 필요하다” 87%
“교원 법적 지위 필요하다” 87%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10.2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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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개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 설문조사 결과

시간강사들이 직접 밝힌 처우 실태는 예상대로 상식 밖이다. 싼 값에 강의 절반가량을 시간강사에게 맡기고 있는 대학은 문제인식조차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센터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연구 의뢰를 받아 시간강사 처우 현황을 분석해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박인우 고려대 교수(교육학과)가 연구책임을 맡았다.


연구팀은 총 72개 대학을 선정해 주당 9시간 이상을 강의하는 시간강사와 강의전담교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상자는 총 360명으로, 이중 263명(73.1%)이 설문에 응답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6월2일부터 20일까지 실시했다.

시간강사들은 처우개선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강의료 개선(51.7%)과 법적 지위 확보(45.2%), 연구공간 마련 및 확대(2.7%)를 꼽았다. 연구팀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시간강사는 적정 수준의 생활 유지와 지위의 안정화에 가장 많은 요구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강사들이 요구하는 강의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희망하는 시간당 강의료 수준은 5~6만원 사이가 31.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6~7만원 수준(13.3%)이었다. 10만 원 이상 받기를 희망하는 응답도 12.5%다. 국·공립대 강사는 7만2천원을 희망했고, 사립대 강사는 5만4천원의 강의료를 지급받기를 희망했다. 희망 수준과 현재 수준을 비교하면 국공립대는 약 1.8배, 사립대는 약 1.7배 정도의 강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급별로 나눠보면 4년제 대학 강사는 6만6천원, 교육대학은 6만5천원, 전문대학은 4만8천원을 요구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위원장 하우영)는 주당 9시간 강의 기준으로 시간당 8만5천원의 강의료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3일 전남대 국정감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인가구 표준생계비’(월 130만원)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설문에 응한 강사의 과반수 이상은 강의료 차등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강인원에 따라 차등지급해야 한다(74.9%)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주·야간 강의(73.4%), 경력여부(65.0%), 학위등급(58.2%), 전업과 비전업 여부(54.4%)에 따라서도 차등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낮은 강의료 수준도 문제이지만, 특히 방학 중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학 중 교육경비 명목으로 일부라도 지급받는 경우는 6.8%로 매우 드물다. 방학 중 시간강사들의 생활고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방학 중 교육경비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90.5%로 압도적이다. 현재 국·공립대는 90.4%가 방학 중 교육경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고, 사립대도 91.4%가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강의료 이외에 강사들이 지급받고 있는 교육경비 실태는 어떨까. 교통비는 5.3%, 자료 복사비 8.0%, 교재비나 재료비는 5.7%, 시험 채점비는 2.7%, 방학 중 급여는 11.8%만이 지급받고 있다. 추가 교육경비 지급 필요성에 대해서는 ‘방학 중 급여’가 78.7%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교통비(56.7%), 교재비 및 재료비 지원(51.3%), 시험 채점비(40.3%) 순으로 요구가 많다.

기본적인 생활안정 기반인 4대 보험은 17.9%만이 지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시간강사는 9.2%가, 강의전담교원은 82.4%가 4대 보험 혜택을 받고 있었다. 78.3%는 4대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2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 측 의견을 물은 결과, 4대 보험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0%가 “문제없다”고 했고, 전면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83.3%가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부분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각각 33.3%가 찬반이 엇갈렸다. 부분 지원 시 가능한 보험은 고용보험 41.7%, 산재보험 50%로 나타났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 대학은 한 군데도 없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국회 앞에서 400일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며 주장하고 있는 ‘교원 법적지위 회복’ 요구와 관련해 강사 93.2%는 법적 지위 부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2.3%에 불과했다.
시간강사를 관련 규정에서 완전히 삭제하자는 의견이 53.6%, 시간강사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은80.6%였다. 기존의 시간강사를 다른 새로운 명칭으로 개칭해 교원의 범주에 추가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87.1%가 필요하다고 했다. 희망하는 명칭은 비전임 교원 32.3%, 대학 강사 25.1%, 비전임 강사 13.7%, 기간제 강사 2.3%, 기타 9.1%였다.

대학 측은 법적 지원과 관련해 문제 인식과 개선 가능성에 각각 50.0%가 ‘보통’이라는 의견을 밝혀 개선 방안 마련에는 소극적인 모습이 역력하다. 시간강사 명칭 변경은 25.0%가, 시간강사의 위치를 불명확하게 하는 내용을 삭제하는 방안에는 16.7%가 개선 항목으로 응답했으나 66.6%는 무응답이었다.

강사들은 절반 정도의 강의를 맡고 있지만 대학 안에서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땅치 않다. 연구공간의 경우 대다수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응답자 중 90.1%가 시간강사에게 연구공간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휴게실의 경우는 55.9%가 지원을 받고 있었다.

연구공간이 지원되는 경우 2인 이상이 함께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21.3%로 가장 많았다. 연구공간 지원은 국립대나 사립대가 별 차이가 없었다. 국립대는 24.7%가 연구공간을 지원했고, 사립대는 26.7%를 지원했다. 반면, 강의전담교원은 61.1%가 연구공간을 지원받고 있다.

이와 관련한 대학 측 의견은 연구공간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인식한 경우는 16.7%였고, 연구공간 추가 제공 지원에 대해서는 70.0%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휴게실도 8.3%가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지만 추가 제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58.3%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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