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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노동조합 결성 찬반] ② 허용해야 하는 이유
[교수의 노동조합 결성 찬반] ② 허용해야 하는 이유
  • 교수신문
  • 승인 2002.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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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9 10:44:47
김인재 상지대·법학/교수노조정책위원

교수노조의 결성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한 우리의 교육과 대학을 바로 세우려는 교수들의 충정에서 비롯된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며, 비리와 반교육적 통제로 점철돼 온 우리 대학에서 대학공동체를 살려내려는 주체선언이었다. 또한 그것은 보편적 인권으로서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과 교수들의 노동기본권을 회복하기 위한 교수들의 사회적 책무의 실천이었다.

교수노조의 결성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일관되게 부정적인 태도를 표명해 왔으며, 급기야 교수노조 출범 직후에는 교수노조 집행부가 소속된 대학의 총장에게 이들을 징계하라는 공문을 시달한 바 있다. 그 동안 교육관료들의 행태를 보면서, 과연 그들에게 우리의 학문정책과 대학정책을 맡겨도 되는가 하는 회의가 들며, 그들의 인권의식의 부재와 왜곡된 노동관에 대한 서글픔을 느낀다.

교육관료들의 시대착오적 의식

교육관료들은 대체로 5가지 이유를 들면서 교수노조를 반대하고 있다. 먼저, 교수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교수노조가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그들의 주장처럼 과연 교수들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지시에 복종하지 않고 고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가.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점이 교수노조의 불가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노동법 교과서나 대법원 판례를 잠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또 교수들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학문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대학의 의사결정과정에도 참여한다고 한다. 대체 교육관료들은 학문의 자유와 우리 대학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의문이며, 일반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를 통해서 경영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둘째, 교수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회적 신뢰를 상실한다고 하는데, 과연 검증된 국민의 판단인지 묻고 싶다. 또한 교육관료들이 뜬금없이 교수들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신뢰를 운운하는 것은, 노동조합은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낮은 지위의 노동자들이나 조직하는 단체라는 시대착오적인 의식이 저 밑바탕에 깔려있지 않는가를 의심케 만든다.

셋째,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거나 사학비리를 척결하는 데 교수노조가 아닌 다른 방법도 가능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교수들은 여러 방법 중의 하나로서 교수노조를 선택했다. 반대로 교육인적자원부는 왜 교수노조가 정책결정 참여나 사학비리척결에 복무해서는 안되는가에 대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넷째로, 교수노조가 계약제·연봉제의 강제실시를 반대하는 것을 빌미로 실력없는 교수나 보호하려는 조직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악의적인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우리 대학현실에서 계약제의 강제실시가 교수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제도적 장치가 된다고 누가 믿겠는가? 법령에 그 법적 지위조차 규정되지 않은 인사위원회만으로는 그것을 담보할 수 없다. ‘학문과 교육’에 있어서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자에게 재계약을 강제하는 법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사용자는 계약기간 만료시에 자유롭게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다는 계약제 법리하에서, 계약임용제는 교수들에게 사용자의 비위를 거슬리게 해서는 안되는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제도일 수밖에 없다. 또한 우수한 교수에 대한 인센티브는 현행 제도하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는가.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신규로 임용되는 교수에게만 계약제가 적용된다고 왜곡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행법에서 교수노조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교수노조를 결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징계할 수밖에 없다는 협박성 충고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공무원과 교수들의 노조결성 불허는 우리 헌법원리와 시대정신에 반하기 때문에 이를 합법화하기로 지난 정권에서부터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으며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 이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에 그 폐기가 예정돼 있는 법규정들을 전가의 보도인 양 이용해 대학의 총장들에게 징계를 강요하는 것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행태이다. 이 시점에서 교육관료들이 해야 할 일은 교수노조의 합법화를 위해서 노사정위원회의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교수노조와도 이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구조를 형성하는 일일 것이다.

실보다 득이 많다

과연 교수노조는 ‘누구에게’ 득보다 실이 많겠는가. 일반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처럼, 교육관료와 사학재단은 교수노조의 결성에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노조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교육관료와 사학재단은 교수노조 때문에 교원에 대한 통제력을 상당부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교수노조는 교원에 대한 통제력을 계속 행사하고 싶어하는 교육관료와 사학재단에게는 분명히 득보다는 실이 많은 조직이 될 것이다. 이는 역으로 교수들에게는 실보다는 득이 많은 조직이라는 의미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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