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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등 인간능력 이해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창의성 등 인간능력 이해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 문용린 서울대·교육학
  • 승인 2008.10.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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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7. 지능]다중지능, 지능지수 대체한다

모든 인간을 단일 능력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인간의 잠재 능력에 대한 낭비이자 모독입니다. 인류 역사에 공헌한 비범한 인재 혹은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은 IQ가 높았던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잠재 능력의 계발과 발휘에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IQ는 과연 저마다 개성과 재능을 가진 우리의 지능과 능력을 파악하는 유일한 기준일까요.  단 하나의 척도로 사람을 평가해 ‘머리 나쁘면 평생 고생’이라는 말로 타인을 깎아내리고 자신에 대해서는 자조해야만 할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각자의 강점을 살려 서로에 대한 우월감이나 열등감 없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난 100년 동안 군림해 온 IQ 이론의 결점과 한계를 통렬하게 지적하고 새로운 지능이론을 제시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 했습니다. 다중지능(다중지능: Multiple Intelligences, MI)의 이론을 제시한 가드너(H. Gardner)교수가 그런 학자들 중의 하나입니다.


가드너는 원래 음악에 정열을 쏟던 피아니스트 지망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학문의 세계에 들어와 심리학을 연구하게 됐는데 심리학이 예컨대 창조성을 기반으로 한  ‘예술’ 능력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는 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컨대 음악에 대한 소질과 적성과 능력은 IQ와 어떻게 관련되는 것일까요. 불행하게도 그는 오래 누적된 IQ 연구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동안 IQ라는 장막에 가려져서 좀처럼 찾을 수 없었던 인간 잠재능력의 진면목을 발견해 보려는 가드너 교수의 노력은 매우 주목받는 작업이었습니다.


인간이 가진 모든 능력은 뇌에서 나옵니다. 뇌를 통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어떤 능력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다중지능 이론은 뇌에 대한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특히 1981년 미국의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로저 페리(Roger Perry)가 발표한 좌우뇌 이론이 다중지능 이론을 뒷받침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대뇌는 왼쪽 뇌와 오른쪽 뇌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 반대편에 있는 몸의 지각과 운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뇌출혈이나 사고 등으로 한 쪽 뇌를 다쳤을 때, 그 반대쪽 몸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왼쪽 뇌는 언어 뇌라고 하며 언어 중추가 있습니다. 따라서 왼쪽 뇌가 발달하면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뛰어나게 됩니다. 오른쪽 뇌는 이미지 뇌라고 하는데 그림이나 음악 활동, 스포츠 등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IQ 검사는 주로 언어 및 수리와 관련된 두뇌의 기능을 측정한 것으로 좌우뇌 이론에 비추어 볼 때 왼쪽 뇌의 능력만을 측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드너는 두뇌 양쪽의 전반적인 기능을 모두 포괄하는 능력에 주목했고, 이 능력 중의 더 기초적이고 근원적인  능력 요소를 다중지능이라고 보았습니다. 뇌를 통해서 발현되는 능력이 하나의 다중지능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두뇌의 어떤 부위와 깊은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의하면, 무지개가 7가지 색으로 구성된 것처럼, 인간의 소질과 능력의 본산인 잠재능력은 다음과 같은 8가지 지능의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이 8가지 다중지능들은 각각 특정 두뇌부위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언어지능은 좌측두엽(왼쪽 뇌의 측두엽:왼쪽 귀의 안 쪽 뇌)과 전두엽의 기능과 관련돼 있는데, 그 부분의 뇌가 손상을 입으면, 언어지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신체운동지능은 소뇌, 기저핵 그리고 대뇌의 운동피질과 관련돼있으며, 인간친화지능은 전두엽, 측두엽 그리고 변연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자기성찰지능은 전두엽, 두정엽 그리고 변연계와 관련되며, 논리수학지능은 두정엽의 좌측부분과 우반구가 관련돼있습니다. 공간지능은 우반구의 후반부, 음악지능은 우반구의 측두엽과 관련이 깊습니다. 다만 자연친화지능은 아직까지 두뇌의 특정부위와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두뇌부위와 다중지능은 상호 깊이 관련돼 있습니다. 따라서 다중지능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두뇌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더욱 발전시키는 노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다중지능이론은 창의성이나 리더십 등 인간 속에 잠재된 고유한 능력에 대한 접근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혁시키고 있습니다. 가드너 자신이 피카소, 아인시타인, 프로이드, T.S 엘리어트 등의 창의성 분석에 심취했고, 간디, 루즈벨트, 루터 킹 목사, 대처 수상 등의 리더십 분석에 몰두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아마도 다중지능 이론은 칙센미하리의 몰입이론과 함께 장차 창의성과 리더십을 설명하는 가장 효율적인 패러다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용린 서울대·교육학

필자는 미네소타대에서 교육심리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했다. 주요 저서로는 『도덕교육론』,『EQ가 높으면 성공이 보인다』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개인의 역량 측정을 위한 다중지능 하위요소의 재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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