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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에서 서양이론 맞설 지혜를”
“동양고전에서 서양이론 맞설 지혜를”
  • 교수신문
  • 승인 2008.10.1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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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리실파 분카천 태국 출라롱콘대 교수

아시아인문학자대회가 끝난 9일. 트리실파 분카천(Trisilpa Boonkhachorn·사진) 태국 출라롱콘대 교수를 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정정호 중앙대 교수(영문학)와 함께 만났다. 동남아시아 학자의 참여는 아시아 연대를 위한 가교가 될 수 있어서다. 분카천 교수는 강력한 불교 전통의 태국이 서구 이데올로기의 전면적인 공략 앞에서 위태롭게 서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아시아 공동 연대의 인문학적 활로 모색에 공감했다.

미시건대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학위를 한 그녀는 최근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동아시아담론, 동아시아 연구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는 듯했다. 태국 역시 지난 20년 동안 동아시아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일본문학, 중국문학과 관련된 박사논문도 양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문학 쪽은 석사논문 한 편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정은 대학원 협동과정에 일본이나 중국관련 학제는 포함돼 있지만, 한국학은 아직 자리 잡고 있지 못하다는 대답에서도 확인됐다. 그녀는 동아시아 연구가 좋은 결실을 얻으려면, 동남아시아까지 권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정정호 교수는 비교문학이 아시아적 인문학의 모색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그렇다’ 였다. “비교문학뿐 아니라 인문학의 다른 전 분야가 서양이론에 대비해 아시아적인 지혜와 지식을 추구해야 한다. 동양 고전을 읽고 그것을 서양과 비교해서 새로운 비판적 이론을 창출해야 한다. 아시아 학자로서 서양이론을 추종만 할 수 없다. 특히 문화연구는 도덕적 문제와 가치 등을 깊게 다루어 젊은 세대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그녀가 대학에서 수행하는 일들은 탈식민주의적 작업이었다. 태국과 라오스의 민담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과거 역사를 읽어냄으로써 서구적 시각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학술대회에서 그녀는 최근 태국의 남부 지역 사태를 배경으로 한 소설 『남부사태(Southern Fire)』를 언급, 불교적 화해와 상호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비록 정부가 ‘남부사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해도 문학은 화해의 메시지를 제기함으로써 서로가 겨누고 있는 적대감, 편견을 씻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녀는 태국 대학 교수들 역시 과도한 승진심사, 업적 평가 등으로 신분 불안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과 한국학자들의 교류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했다. 비교문학을 통해 동남아이사와 동북아시아 관계 구축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 

분카천 교수는 미시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태국 왕립대학인 출라롱콘대에서 비교문학, 문화연구 등을 강의해왔다. 『태국소설과 사회』,『비교문학: 패러다임과 방법론』 등의 저서가 있다. 『태국소설과 사회』는 일본어로도 소개된 바 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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