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멜로디, 장엄한 서사의 비밀
로맨틱한 멜로디, 장엄한 서사의 비밀
  • 최유리 이화여대·실용음악과
  • 승인 2008.09.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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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의 마이다스 손, 앤드루 로이드 웨버

1982년 1월 15일자 타임지에서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1948~ )를 뮤지컬계의 마술사(Magician Of the Musical)라고 극찬했다. 뮤지컬을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인물인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
왜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 열광하는 것일까. 로이드 웨버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0), ‘에비타’(1976), ‘캣츠’(1981),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1984), ‘오페라의 유령’(1986), ‘텔 미 온 어 선데이’(2003)등 많은 뮤지컬들을 내놓았고 흥행에 성공했다.


그의 작품들 대부분은 블록버스터 형태의 뮤지컬이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 최첨단 기술이 함께한 대형화된 뮤지컬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 바로 1970년대 이후 로이드 웨버가 내놓은 일련의 작품들이다.
이전까지 브로드웨이(맨해튼 타임 스퀘어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뮤지컬 극장지구)가 뮤지컬의 중심이었던 것을 웨버는 영국 웨스트엔드(런던 템즈강 북쪽 뮤지컬극장 지구)로 바꿔놓았다. 결과적으로 브로드웨이와 더불어 웨스트엔드가 새롭게 부상하는 뮤지컬의 2대 성전으로 군립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로이드 웨버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친숙하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감각적이며 서정적인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드라마틱한 음악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캣츠’에서 흘러나오는 ‘메모리(Memory)’란 곡의 멜로디는 대중들의 귓가에 맴돌아 계속 흥얼거리게 한다.


그는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 작곡가임에 틀림없다. 그런 그의 음악에는 단순히 감정에만 호소하는 달콤한 선율이상의 작곡가적 테크닉이 숨어있다. 마치 19세기 그랜드 오페라처럼 스펙터클한 무대장치나 의상, 춤에 걸맞은 대규모의 음악을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낸 것이다. 대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장엄하고 화려함에 증폭된 음향과 규칙적 비트에 기초한 록큰롤과 팝의 어울림, 성악가에게도 고난도의 테크닉과 음악성을 요구하는 노래, 빠르게 돌아가는 극의 상황들을 전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음악 등 로이드 웨버는 블록버스터 뮤지컬 음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시상식인 토니상을 6개나 수상하는가 하면 웨스트에드의 뮤지컬 시상식인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5개나 거머줬다는 것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그만의 독특한 음악적 어법을 갖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그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오랫동안 미국 뮤지컬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영국 뮤지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작품으로 ‘헤어’, ‘토미’와 함께 3대 ‘록 오페라’로 불린다. 특히 이 뮤지컬에 나오는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이란 유명한 곡은 록 음악이라는 대중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뮤지컬에 사용해 ‘록 뮤지컬’이란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 곡을 대중 가수들도 즐겨 따라 부르면서 공연 개막전 관객들의 입에서는 이미 허밍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로이드 웨버는 쉽게 기억되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로 관객들의 감성에 호소한다. 그런 그가 팀 라이스와 함께 뮤지컬 ‘에비타’(1978)에서 ‘아르헨티나여, 날 위해 울지 말아요(Don’t cry for me, Argentina)’라는 주제곡을 작곡하면서 또 한번 대히트를 쳤다. 뮤지컬의 스토리가 경쾌한 안무에 의해 진행되면서 작품의 극적인 전개와 인물 묘사 또는 심리상태에 호소하는데 이 곡은 지대한 공헌을 했고 수많은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다. 
후에 웨버는 매킨토시와 짝을 이뤄‘캣츠’를 제작하는데, 이 작품으로 웨버는 오랜 뮤지컬 음악의 역사를 새로 쓰기에 이르렀다.


종래의 뮤지컬 음악의 형식을 탈피하고 감각적이면서 정교한 리듬과 화려한 무대, 그와 더불어 배우들의 춤과 노래가 모든 음악의 형태를 절충시킴으로써 뮤지컬 음악을 다양화시켰다.
각기 다른 개성과 성격을 지닌 여러 고양이들의 얘기를 통해 인간의 잠재된 내면세계를 들여다본다는 작품의 주제가 뮤지컬답게 너무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화려한 춤과 노래로 꾸며져 팝과 록, 오페라를 한데 섞은 음악으로 승화됐다. 또한 무게감 있는 클라이막스 부분을 극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에 걸맞는 판타지한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고양이의 캐릭터에 맞춰 음악에도 다양한 변주를 꾀했다.


현재까지도 뮤지컬 ‘캣츠’는 전세계 10여 개국에서 공연 중이며 여기에 사용된 음악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역할을 하며 뮤지컬의 국제화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쯤되면 로이드 웨버의 최대 흥행작인 ‘오페라의 유령’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곡은 프랑스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1868~1927)의 원작을 찰스 하트가 대본을 쓰고 연출의 대가인 헤럴드 프린스가 연출한 뮤지컬이다. 대규모의 무용과 무대 장치를 주요 특색으로 삼던 기존 뮤지컬을 이야기와 음악을 위주로 한 전통적인 뮤지컬로 회귀시켰다는 평가다.

그리고 로맨틱하고 서정적인 로이드 웨버 음악의 장점이 이 작품에서 다시 빛을 발한다. ‘나를 생각해 주세요(Think of me)’ 를 비롯해 유령과 크리스틴의 이중창 ‘오페라의 유령’, 유령이 마궁에 설치된 자신의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부르는 ‘밤의 음악 (The music of the night)’, 그리고 크리스틴과 그녀를 사랑하는 청년 라울의 사랑의 이중창 ‘내가 원하는 것은 그대뿐(All I ask of you)’ 등 우리 귀에도 익숙하고 친근한 멜로디는 모두 그의 작품이다. 특히 ‘오페라 유령’의 클라이막스 장면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장엄하고 웅장한 오페라 형식과 대중음악인 록음악과 팝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로이드 웨버의 음악적 스타일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확실히 어필한다.
쉽게 기억되고 따라 부를 수 있는 친근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구사하는 귀재, 로이드 웨버는 대중음악의 대표주자인 록음악과 팝음악을 뮤지컬에 접목시켰다.

록음악은 기본적으로 반복의 음악이다.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 역시 반복적이다. 반복적 가사는 간단한 화성과 단순 구조를 이룬다. 그런고로 더욱 더 쉽게 대중에게 인식될 수 밖에. 거기에 멜로디까지 감성에 호소하는 서정적 리듬으로 구성돼 있고, 대사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정교함을 갖췄다. 또 클래식 기법을 사용한 대중음악적 요소, 즉 오페라 형식을 차용한 것은 아리아가 있고 음악이 위주가 돼 극적인 상황을 주도해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극적 규모와 분위기에 있어서 블록버스터 뮤지컬 혹은 팝페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드 웨버의 음악은 이렇게 뮤지컬의 필요 조건을 전부 만족시킨다. 친근하며 그리 심각하지 않은 소재의 뮤지컬을 그만의 편안하고 즐거운 멜로디로 엮어나가면서도 웅장한 그랜드 오페라의 규모와 부드러운 팝송의 친밀함을 한데 섞어놓은 그의 음악은 대중성과 예술성의 양면을 잘 설명해준다.
뮤지컬의 재미를 최대한 끌어올려 전세계에 관객층을 확산시킨 웨버를 ‘대중의 영웅’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실감케한다.

 

최유리 이화여대·실용음악과

필자는 뉴욕대에서 「윤이상의 그래픽 작품분석을 통한 음악 스타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는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음악과 영상과의 상관관계 연구」 가 있고, 저서로는 『필름을 위한 사운드 디자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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