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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형 금융체계가 방향이다
방어형 금융체계가 방향이다
  • 백 일 울산과학대학·경제학
  • 승인 2008.09.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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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 한국경제 탈출구는

매각으로 위기에 빠진 미국 금융시장의 혼조가 계속되고 있다. 연초 베어스턴스 파산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금융위기 서막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 사태에 깊게 연루된 세계 최대 보험사 AIG 파산위기는 이 사태의 끝이 어딘지를 도대체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시급히 점검할 문제의 초점은 다음의 세 가지다. 미국 금융위기는 진정될 수 있는가, 덩달아 요동하는 한국 금융시장은 위기 극복 능력이 있는가, 만약 1929년 대공황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한다면 그 해결의 실마리는 무엇인가.

먼저 미국의 최소한의 사태 진정 능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850억달러의 연방제도이사회(FRB)의
대 AIG 구제금융지원과 헨리 폴슨(미 재무장관)의 부실채권인수기관 설립설 만으로도 증시가 즉각 반전할 만큼 유동성은 풍부하며, 금융시장은 활발하게 움직인다.  문제는 그 대부분이 2000년 이후에 급조성된 주택담보 모기지론(10조 달러), 즉 가공자본이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 위기를 극복하는 미국식 방법은 주로 두 가지, 즉 저금리와 돌려막기식인 더 많은 대출여건의 조성(부실채권담보증권 MBS, CDO)이었다. 물론 이번사태는 이 2차 증권화의 문제, 즉 불량채권 팽창과 연체율의 폭발적인 증가(20%)가 복합된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대책으로 거론되는 공적자금 추가 공급과 부실채권 정부 인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문제는 이 조치들이 원인해소가 아니라 사후수습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가예산의 20%에 육박하는 수천억불의
공적 자금이 투여됐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까닭은 부실규모가 정부가 감당할 수준을 넘는 천문학적 수치(모기지론 10조불)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직접 미칠 효과는 우선 금융 투자부문의 피해(한국투자공사 등의  직접 투자액 34억불)로 집약된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통합법 (2009년 시행예정) 모델이 아시아 금융허브론을 내세우며 미국계 투자은행 방식을 추종하고 있어 같은 경로를 탈 가능성이 잠재한다는 것이다. 먼저 미국처럼 주택담보대출이 대거 부실화할 가능성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한국의 주택 총부채상환율(DTI)은 60%이하여서 안전하다는 설이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빚을 얻어 빚 갚는 악순환의 징후가 여러 각도로 이미 포착되고 있다. 둘째 국내외 펀드 및 주식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이 (2006년 이후 320억불), 환율 및 물가인상과 내수부진의 장기화 등 실물경제로까지 번진 금융위기설의 실내용이 개선된 징후는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증시, 환율이 춤을 추는 악순환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정도가 과소평가되는 분위기가 만연하며 특단의 대안도 사실은 거의 추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자산통합법은 자본세계화 방식으로 결국 시행될 것이며, 정부의 대처라야 세제지원(펀드장기투자 소득공제 등)과 같은 임시적인 증시부양책을 발표하는 일상수준의 대책이외는 사실상 전무하다. 과연 이런 정도로 현 금융위기가 해소될 수 있는가.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무능력과 장기침체의 구조화, 그리고 한국금융위기의 연동화, 이것이 냉정한 사태의 초점이다. 이에 기초한다면 탈출구는 다음의 두 가지 방향이 고려될 수 있다. 한 가지는 현행 자산통합법 취지대로 세계 금융주류시장에 더 깊이 파묻혀서 여기에 완전히 연동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이 방법이 과연 효력 있을까.

다른 방향이라면 반대로 세계 금융시장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더 진행된 제 3의 방식은 완전히 발을 끊는 것이다. 미국 및 세계금융자본과 완전히 결별하려면 다른 대안적인 금융집단과 거래가 창출돼야 한다. IMF 및 세계은행과 결별을 선언한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볼리바르 대안(ALBA) 같은 적극 방식이나, 기존의 질서 내에서 상호협력하는 소극적 방식의 아시아공동통화(ACU) 움직임 등 그 단서는 여러 방향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추진 주체의 문제인식과 능력, 내외적 여건 구축 또는 국제협력 환경이 감안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행처럼 세계화 금융체계 표방을 고수하는 한, 그 방향 전환가능성부터 의문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생각해봐야 할 방향은 현 금융질서 내에서도 금융위기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어형 금융체계다.

그 첫발은 자산통합법 시행을 보류,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MBS 같은 파생금융상품의 발본색원적 규제, 해외부문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 보호책이 우선 모색돼야 한다. 현행 금융위기란 자본 부족이 아니라 너무 많이 풀린 가공자본의 세계적 현상 때문이다.

국내 자산 보호란 투자실익, 투자의 건전성과 그 질적 개선과 연관되는 것이다. 국내 총 유동성이 1천조원을 넘는 자본과잉시대에 IMF사태 때와 같은 외국자본 ‘묻지마 투자유치’가 과연 합당한지를 물어보자.

이 시점에서는 나라의 부의 상승이라는 고전적 협동목표, 외자 의존도를 줄이는 투자 내실화가 차라리 생산적이다. 이게 목표라면 투자 유형을 이중으로 구분하는 내실형 투자구분을 제안해본다. 해외자본의 투자 영역과 한도를 처음부터 제한하는 내외 이중투자시장, 생산적 자본 유치를 목표로 하는 유인개발과 장기투자시장(그린펀드) 등은 목표형 투자 설정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번 사태로 국민 연금은 500억원 손실, 상반기 투자손실만 4조원대가 넘는다. 미국의 연기금은 금융시장을 지탱하는 긍정적 역할과, 기금 파산도 각오하는 투기성과 위험도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공공자금이 이 위험구조를 모방할 필요가 과연 있는가. 공공자금의 투기성 투자를 제한하고 생산적 투자로 제한하는 투자 구분과 내실화 등 세계 금융 위기에 적극 대처하는 방어용 금융 시스템 설계, 이것이 위기의 세계금융체계를 살아나가는 시급한 최소 필요조건이 아닐까.                    
         

백 일 울산과학대학·경제학

필자는 통일문제연구소 상임연구원, 디지털경제신문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재벌교체론연구』, 『지역과 환경의 경제학』, 『한미 FTA 보고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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