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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자살하지 않는다”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자살하지 않는다”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8.09.22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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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탁 교수의 生死學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자살

“죽음이란 끝이거나 궁극적인 종말 같은 것이라기보다 다 낡아서 해어졌을 때 갈아입는 옷과 같은 것이다." 삶과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이요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불교의 연기론적 관점에서 나온 달라이 라마의 말이다.

높아진 자살률 때문에 자살에 대한 경각심과 자살예방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정작 중요한 것은 자살률이 몇 퍼센트 증가했는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자살충동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진탁 한림대(철학과) 교수는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자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빈번한 자살에 대해 “정신과의사나 전문가들이 정작 자살의 원인과 대안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는다.
오 교수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영혼의 성숙’이라는 다소 독특한 시각에서 바라본다. 즉 生死學의 관점이야말로 자살을 예방하는데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가장 적절한 방책이라는 것. 왜 자살해서는 안되는지, 아무 준비 없이 충동적으로 죽음에 뛰어드는 것이 왜 문제인지, 죽음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을 깊이 있게 제시하는데서 출발한다.

모든 자살 사례들에는 항상 개인의 ‘의식’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오 교수는 강조한다. 한마디로 죽음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해서, 또는 자살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자살이 당면문제의 최종해결책인 양 잘못된 선택을 하곤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빚 40억 때문에 자살했다고 치면,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자살로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게 아니란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이러한 개인적인 고민에 의한 자살이나 사회적 문제로 인한 자살은 근본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때문에 그가 주장하는 것은 “자살과 죽음에 대한 오해를 빨리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자살에 대한 오해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왜 나만 고통을 당하는가”에 대한 생각 , “자살하면 현재의 고통에서 단숨에 벗어날 수 있다”는 착각, “이 세상과 사회가 나를 자살하게 만든다”는 피해의식, “자살하면 세상과 완전히 결별할 수 있다”는 오해가 그것이다. 자살은 고통을 덜기는커녕 오히려 고통을 키우는 일임을 여러 자살자와 시도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또 삶과 죽음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문제인 까닭에 자살은 도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더러 죽음은 삶과의 결별이 아니라 삶의 마무리, 삶의 또 다른 모습, 삶의 연장이란 메시지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바람직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교육적 뒷받침을 하지 않는 한 자살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2006년 말 서강대 학생생활상담 연구소에서 대학생 6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2.4%가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자살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을 위해 자살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오 교수는 이것을 ‘웰다잉(well-dying) 교육’이라고 명명했다. “자살은 더 큰 고통을 부르며,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자살이 ‘끝’이 아님을 알리고, 자살할 수 있는 ‘권리’란 애초에 없으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남긴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하죠.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영혼의 성숙을 위한 것임 알려야 합니다.” 자살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아 죽음과 삶에 대한 올바른 안목을 세우고 ‘웰다잉’ 즉 존엄한 죽음과 인간다운 삶을 모색해 보는 기회를 가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 교수는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 『마지막 선물』, 『죽음, 삶이 존재하는 방식』이란 저서를 통해 웰-다잉의 이론적·실천적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생사학연구소 소장을 맡아 웰다잉과 자살예방전문가 양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배원정 기자 wjba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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