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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교류제 힌트 … 기초교양과목 제외
학점교류제 힌트 … 기초교양과목 제외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8.09.22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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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전국 대학에 강의 개방

고려대(총장 이기수·사진)가 내년 1학기부터 전국 모든 대학에 강의를 무료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8일, 고려대는 “국내 대학에 ‘교육개방’을 선언”하면서 기존 교류협정체결 대학간에 이루어지던 학점교류를 전국의 모든 4년제 국·공·사립대학에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정규 학기에는 수강인원이 제한돼 있는 과목에 한해 수강인원의 5%로 제한하고 무료로 강의를 개방한다. 계절 학기는 수강인원을 과목별로 자율적으로 정하되 유료로 개방한다. 수강신청을 원하는 학생은 고려대 학사일정을 참고해 수강신청 기간에 홈페이지에서 계정을 부여 받아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학생들간의 형평성을 고려해 학교측이 공지하는 인원제한선에서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단, 기초어학이나 교양과목, 의과대 전공수업은 타 대학생들에게 개방하지 않는다.

 고려대는 지난해 1학기 기준으로 과목별 총 수강인원이 17만 여명에 달한다. 전 학과에서 5%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다면 타 대학 수강생이 최대 8천850명(1인 1과목 기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학습난이도 조정, 연구기자재 확충, 평가기준의 표준화 등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학사관리 체계에서부터 수업여건 개선 등 구조개선이 뒤따라야한다.
남기춘 고려대 교무처장(심리학과)은 “기존의 학점교류제를 그대로 차용했다. 수강인원 제한이나 무료개방 문제 등 핵심사안들은 내부 회의를 여러 번 거쳤다. 우리가 먼저 열었으니, 이제는 다른 대학들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개방에 나서야 할 때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현재 전국 22개 대학과 학점교류를 맺고 있다. 2004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를 기준으로, 정규학기에 고려대에서 수강하는 타 대학 학생의 과목별 총 수강인원은 평균 353명, 타 학교로 나가는 학생은 평균 105명이었다. 교류 협정대학의 평균치(각각 159명, 111명)에 비춰볼 때 고려대는 타 대학 학생들의 수강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전면 강의개방을 앞둔 지금은 타 대학 학생들이 전공 선수과목을 이수하고 오는지, 실험실이나 학내에서 사고가 난다면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 등 대학 당국간 사전조율작업도 분명히 필요하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의사결정과정에 교수들이 참여했는지 의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평가해야 하는 입장에서 교수들에게는 중대한 문제인데,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유신열 학적·수업팀 과장은 “이미 많은 대학들이 외국 대학의 학생들을 이런 식으로 받아 들이지 않았나. 국외 대학생을 많이 받아들이면 경쟁력 있다고 평가 하면서 국내 대학생들이 섞이는 것에는 인색하다”며 학점 시스템의 표준화를 통한 대학간 협력 강화라는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여 줄 것을 강조했다.

 남 교무처장은 “신생 대학이나 특성화 대학들은 인문·사회과목을 신설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교수진이나 연구역량, 강의 기자재 등 부족한 부분을 상호보완하면서 상생의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무처장이 밝힌 ‘상생의 길’은 지난 16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확정·발표한 ‘대학자율화 2단계 1차 추진 계획’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교과부의 계획에 따르면 기존에 외국 대학과만 가능하던 공동 운영 교육과정을 국내 대학까지 확대했다. 고려대는 이에 발맞춰 강의개방을 폭넓게 운영하면서 전국의 대학을 대상으로 점진적인 협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대학이 교육과정의 협력과 보완을 통해 분야별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의 개방을 통해 장기적으로 졸업생과 사회인도 참여하게 되면 교육재정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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