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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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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02.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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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공생을 향한 새로운 전진
[임오년 교수 단체장들의 새해 바람]
황상익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서울대)

나는 국가주의자가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비웃음의 대상이 되거나 손가락질을 받는 일만은 없으면 좋겠다. 교육에 관해서도 그렇다.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인정되고 있는 교수노조를 ‘불법’이라고 탄압하고, 전문직 노동자인 교수 모두를, 아니 한가지 직업집단 전체를 비정규직 계약제 노동자로 강제하는, 동서고금에 전례가 없는 수치스런 일이 새해 우리나라에서 벌어져서는 안되겠다. 우리 전국교수노동조합은 국가적·민족적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또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절망을 안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수노조 탄압과 교수계약제의 강제시행에 맞서 교수·학생 직원 등 대학구성원들, 그리고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교수노조 탄압과 계약제 강행은 우리 대학사회의 수많은 문제점과 모순 가운데 극히 일부일 따름이다. 지금도 엄청난 수의 학생과 교원과 직원들이 부당하게 학원에서 추방되고 있으며, 온갖 비리와 부정이 교육당국의 묵인과 방조 아래 여러 대학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현실이다. 또 대학은 진리 탐구의 도장이 아니라 ‘상품화된 인력자원’ 생산기지로 전락하였으며, 그 ‘생산비용(?)’마저도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온통 전가되어 있다. 요컨대 교육의 공공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우리 전국교수노동조합은 비민주적·비자율적 대학지배구조가 그러한 온갖 병리적 현상의 근본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그에 따라 우리는 대학을 사회의 공공자산으로 되돌리는 일만이 빈사상태에 빠진 대학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처방으로 판단하여 그를 위한 모든 노력을 벌여나갈 것이다.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우리는 시간강사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핵심적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여긴다. 전체 대학교육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수만명의 시간강사들은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한 채, ‘일용잡급직’의 신세로 극심한 생활고에 쫓기고 있다. 이것은 그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거니와,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일 수밖에 없다. 나는 시간강사들의 법적 지위 및 생활급 확보, 그리고 교육·연구환경의 개선을 정규직 교수들의 문제와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개인적으로 또 교수노조 위원장으로 그를 위해 온힘을 기울일 것이다.

노동이 소외되고 탄압받는 것은 대학만의 현상이 아니라 우리 노동계 전체가 직면한 현실이다. 나아가 그러한 문제는 한반도와 전세계의 정세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우리 전국교수노동조합은 그러한 인식 위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노동자 시민들, 그리고 온 인류와 굳게 연대하여 대학과 사회의 개혁, 한반도와 전세계의 평화와 공생을 향해 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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