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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과면직, 이럴 땐 무효
폐과면직, 이럴 땐 무효
  • 교수신문
  • 승인 2008.09.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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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교수신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이하 소청심사위)에 접수된 폐과에 의한 직권면직처분취소 청구건수는 2006년 16건, 2007년 20건이다. 이 중 소청심사위가 직권면직 취소처분을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는 폐과조치를 둘러싼 전후사정이 학교마다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바탕으로 폐과처분이 무효로 결정된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다.

폐과 아닌 ‘학과 명칭 변경’으로 인한 직권면직은 무효


경상북도 ㄱ대학 실내장식조형전공 김 아무개 교수는 2002년 10월 전공분야 통합조치로 관련 전공이 폐과돼 직권면직 처리됐다. 김 교수는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직권면직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재심위는 “계열 내 전공이 폐과됐지만 재학생들이 해당 전공의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있다면 폐과로 볼 수 없다”며 김 교수의 신분을 회복시키고 미지급된 보수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산업디자인전공, 실내장식조형전공 두 가지로 이뤄진 산업디자인계열을 산업디자인과로 변경하면서 실내장식조형전공을 없애고 실내디자인과를 신설한 것은 결론적으로 관련 전공이 존재하기 때문에 폐과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적법한 절차 따르지 않은 폐과는 무효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학교 측이 제기한 ‘면직처분취소 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경상북도 ㄱ대학 모 교수는 지난해 2월 애완동물관리과가 폐과되면서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다.

행정법원은 그러나 학교에서 폐과 기준을 상향조정한 과정이 위법하다고 언급했다. ㄱ대학은 2004년 1월 폐과 기준을 신설한 뒤 같은해 11월 폐과 기준을 상향조정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폐과는 당해 학과 교원은 물론 다른 학과 교원이나 학생, 당해 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 등 다수 관계자들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항이므로 학칙개정으로 인해 직간접적 또는 현실적, 잠재적으로 권리의무관계에 영향을 받게 될 모든 구성원에 대해 일반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을 요한다”고 말했다. 즉 학칙개정 이전 및 이후에 상당기간 동안 학교홈페이지나 게시판에 학칙개정안을 게시하거나 교직원, 학생들에게 학칙개정안을 배포하는 등 열람조치를 취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행정법원은 또 “제1학칙으로 개정할 당시에는 위원장 외 5명의 위원이 참석한 대학발전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학칙 개정안을 심의, 의결한 반면 제2학칙으로 개정할 당시에는 학장 외 4명이 참석한 보직교수회의에서 학칙개정안을 심의, 의결한 점 등에 비춰볼 때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사전공고·심의·공포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치전환 고려 여부, 폐과 무효 판결에서 중요한 판단기준


대법원은 그러나 “합당한 절차를 통해 폐과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직권면직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판결을 통해 견지해 왔다. 

대법원은 지난 3월 광주광역시 ㄱ대학 문 아무개 교수가 학교법인을 대상으로 제기한 면직처분취소 소송에서 원심판결 중 피고(학교법인)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원심판결은 직권면직 당시 피고가 원고에 대한 면직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전직발령 내지 배치전환 등의 방법으로 면직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심리하지 않고 국가공무원법 제70조 제3항, 지방공무원법 제62조 제3항이 정한 기준에 준하는 면직기준에 의해 면직 여부를 심사, 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직권면직이 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한 위법이 있다.

재판부는 “사립학교는 폐과 등으로 폐직, 과원이 된 때 학교법인이 설치·운영하는 다른 학교가 없어 전직발령이 불가능하고 해당학교 다른 학과에도 관련 강의가 전혀 개설돼 있지 않아 타 학과 교과목 강의 배정도 불가능한 경우와 같이 교원의 실적이나 능력에 별다른 하자가 없더라도 면직이 불가피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성학 교수는 “지난 3월 대법원 판결은 학교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 ㅅ 대학 김 교수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면직회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에 한해 바로 직권면직할 수 있다’고 명시해 대학이 면직회피 여부를 더욱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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