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30 (금)
"임용형태, 업무실적 등 면직요건 충분히 고려해야"
"임용형태, 업무실적 등 면직요건 충분히 고려해야"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8.09.22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무분별한 폐과면직에 ‘제동’

구조조정 일환으로 경쟁력 없는 학과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가운데 대학 측의 폐과결정 절차가 부적절했다면 그로 인한 교수 직권면직 처분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폐과로 인한 직권면직 사례와 관련,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향후 폐과로 인한 직권면직의 부당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면 직권면직 취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김능환 대법관)는 지난 11일 전라북도 ㅅ대학 김 아무개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직권면직처분취소청구에 대한 기각결정취소’ 상고심에서 피고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ㅅ대학은 지난 2005년 3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신입생이 전무했다”는 이유로 이 대학 영어커뮤니케이션과에 재직 중이던 김 교수를 직권면직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3년에도 면직처분을 받았으나, 당시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의 ‘학교가 자의적으로 폐과와 면직처분을 했으므로 재량권을 남용·일탈했다’는 결정에 따라 2004년 복직했다.


김 교수는 두 번째 직권면직을 당한 뒤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김 교수는 이후 서울행정법원에 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소청심사위원회의 항소, 상고는 모두 기각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직권면직 여부는 직접적으로 해당 교원 신분에 중대한 위협을 주게 되므로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 근거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면직기준에 따른 검토 없이 ‘신입생 모집이 없었고 그로 인해 재적생이 없다’는 이유로 면직처분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이라고 밝혔다.

폐과에 의한 직권면직처분을 하기 위해선 임용형태, 업무실적, 직무수행능력, 징계처분사실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학교 측은 ‘신입생 모집이 없었으며 그로 인해 재적생이 없다’는 이유로 면직처분했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결과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폐과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부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영어커뮤니케이션과를 폐과할 당시 입시경쟁력, 신입생 수능 성적, 재정 부담 정도 등에서 영어커뮤니케이션과보다 경쟁력이 낮은 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신입생 유치에 대한 학교 측의 미온적인 태도도 하나의 원인이 돼 신입생 등록인원이 미달됐음에도 단지 신입생 등록인원 미달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학과를 폐과한 것은 객관적인 기준과 공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이번 판결과 관련,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교권쟁의실장(주성대학)은 “폐과면직 소송이 대법원까지 간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며 “대법원 판결은 최근 소청심사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학교 측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단순히 신입생이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 폐과여부를 판단하면 고등교육 정책은 갈 길을 잃는다”며 “설립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폐과조치는 없어야 한다.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학과 폐지현황을 조사해 무분별한 폐과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