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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단기계약제’로 이행될 듯
사실상 ‘단기계약제’로 이행될 듯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8.09.2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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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자율화 2단계 1차 계획 확정...직급별 근무년수 보장 사라져

“계약기간은 짧아지고 정년보장은 더 어려워진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17일 대학자율화 2단계 1차 추진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추진계획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교원 인사분야다. 45개 과제 가운데 19개 분야에서 규제가 완화되거나 대학의 재량권이 커졌다.

먼저 직급별 최소 근무연수가 폐지됨에 따라 능력이 뛰어난 젊은 교수들이 고속승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교과부는 “연구 업적 등이 탁월한 우수교원이 있더라도 경력이 짧을 경우 승진할 수 없었다”면서 “개별교수들의 능력에 따라 승진 시기를 달리함으로써 교수 사회의 경쟁이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교원 재임용 계약시 직명별 근무기간에 대한 지침 등에서 전임강사(2년), 조교수(4년), 부교수(5년)의 최소근무 연수를 명시하고 있었다.

대학측이 자유롭게 재임용 계약기간을 정할 수 있게 되면서 직급 체계와 정년보장제도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계약기간은 짧아지고 정년보장은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게 대학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계약기간이 짧아진 만큼 단기 실적을 강조하는 풍토가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단기 실적을 강요하는 경쟁이라면 연구·교육의 질 확보는 더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줄곧 제기돼 왔다.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경우 동일직급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들게 된다. 이미 카이스트처럼 교수 근무연수와 별개로 정년보장을 강화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교수들이 체감하는 연구업적이나 승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용하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부산대 교수회장·정치학)은 “최소 근무연수 기준 폐지는 교수들이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승진·재임용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와 맞물려 신분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들이 대학측에 밉보인 교수를 퇴출시키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또 전임교원 전담 임무를 다양화한 것도 결국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교과부는 ‘학문 연구’로 제한했던 교원 전담 임무를 대학이 필요한 경우 ‘교육·지도’,‘산학협력’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학들이 자체 규정을 두고 임용하고 있는 ‘강의전담 교수’, ‘산학협력전담교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재임용 심사에서도 전담 임무에 따라 평가항목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가 대학가에 그대로 반영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박현신 덕성여대 교무처장(의상디자인학)은 “기존에 비전임으로 뽑았던 강의교수, 산학협력전담교수를 제도가 바뀌었다고 바로 전임교원으로 뽑기는 어렵다”면서 “산업체 경력이 많은 지원자를 산학협력전담교수로 임용했을 경우 몇 년 동안은 감당이 되겠지만 정년을 보장한다면 대학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강의·산학협력전담 교수들이 각종 정부연구지원사업의 기준이 되는 고등교육법상 전임교원에는 포함되지만 비전임교원처럼 신분이 불안한 기형적인 임용형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 연구지원사업에서 요구하는 교원확보율을 맞추기 위해 전임교원을 늘려야 하지만 비용 문제로 부담스러워했던 대학들이 전담교수제도를 변칙 운영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임재홍 영남대 교수(법학부)는 “고려대가 2009년도 전기 교수암용 공고를 내면서 산학협력전담교수 자격 기준을 55세 이상으로 했다”면서 “정년보장된 정년트랙 교수 가운데서도 비정년트랙 교수와 같이 신분불안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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