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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육부에 쓴 소리한 남승희 전 교육부 여성정책담당관(명지전문대 교수)
[인터뷰] 교육부에 쓴 소리한 남승희 전 교육부 여성정책담당관(명지전문대 교수)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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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8 16:54:10
“글이 나간 뒤에 아는 분이 선악과를 따먹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를 몸으로 체험한 이상 어쩔 수 없이 교육개혁에 앞장설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주간지 ‘솔’ 12월 17일자에 교육부 내부개혁을 요구하는 ‘한완상 부총리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써 파장을 일으킨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사회교육과, 전 여성교육정책담당관·사진)는 발표 이후 ‘잘했다’는 격려와 ‘배신자’라는 딱지를 동시에 받았다. 그런데 전자는 얼굴도 모르는 교육현장의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 후자는 3년 동안 함께 했던 교육부 관료들이었다.

글에서 교육부의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남 교수는 글이 나간 이후에 또다시 그 관료적인 폐쇄성으로 인한 비난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국민들의 요구로 개방형 임용직이 생기고 이에 따라 교육부에서 근무한 것인데 전 동료들은 자기 직장에서 일하게 배려해 줬는데 나가서는 뒤통수를 친다고 비난한다”며 교육부만의 ‘우리의식’에 갑갑해 했다. 이 비난의 대열에는 교육부의 수장도 빠지지 않았다.

남 교수는 일부 관료들이 교육부를 국민을 위한 서비스 기관이라기보다 자신의 직장으로 생각하는 것이 교육정책의 비효율성을 불러온다고 진단했다. “예산을 확보할 때 보면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열심이다. 그러나 이 예산이 적절한 곳에 투입되고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고민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혼란을 겪고 있는 교육정책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 출발지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남 교수는 “퇴직이후 대학에 돌아와보니 교육부에 대한 분신과 지탄이 심각한 수준이다”며 교육부 쇄신을 위해 교육부 스스로 옷을 벗고 신체검사를 받는 자세로 어디가 잘못됐는지 진단 받자고 제안했다.

남교수는 교육부 안에서 본 교수사회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토론회에서 보면 대학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교육정책에 대해서 감놔라 배놔라 한다. 그러나 전공분야에서는 전문가일지 모르지만 교육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다”며 교육정책을 교수들만이 독점하려 하는 경향이 중등교육의 부실과 교육의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1998년 정부 부처에서 처음 실시한 개방형 임용직 특별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돼 초대 여성교육정책담당관으로 3년 동안 일했으며, 지난 6월 퇴임해 명지전문대 사회교육과 교수로 복직했다.

辛巳年 세밑에 던진 남 교수의 쓴 소리에 壬午年 새해 교육부와 교수사회가 어떠한 메아리로 답할지 궁금하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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