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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펀드레이저, 한국 연착륙 가능할까
미국발 펀드레이저, 한국 연착륙 가능할까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8.08.25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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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수 대학들은 발전기금 모금 부서에 모금 관련 전문 인력만 수십명씩 배치하면서 기부금 모금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모금 전문가(fund raiser)는 지난해 미국 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선정한 유망직종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이들에 대한 미국 대학들의 관심은 뜨겁다.

 “모금 전문가 고용보다 자체 직원 전문화”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금 전문가들은 주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수백억 원에 이르는 발전기금을 유치하기도 한다. 국내 대학의 사정은 어떨까. “발전기금 조성사업은 주로 대외협력처에서 담당하고, 직원들이 기획과 마케팅을 비롯한 기금 관련 업무를 기존 업무와 함께 담당하다보니 인력난이 심각하다.” 김남훈 한양대 대외협력처 팀장은 담당인력 확충과 전문화를 첫 손에 꼽았다. 모금 전문가 국내 도입에 대해 이무석 전국대학발전기금협의회 회장(영남대 발전협력팀)은 “대부분의 대학들은 모금 전문가에 대한 고용계획을 접고, 자체 직원을 전문화시키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한다. 국내 대학들의 현실적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어느 독지가가 쾌척한 거액의 장학금 출연 소식 이면에 “역시 믿을 구석은 동문밖에 없다”는 말이 나돈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동문들에게 무작정 기대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최근에는 대학마다 특수대학원을 운영하면서 영향력 있는 학생들에게 기부금을 많은 부분 의존하는데, 동문들이 이리저리 적을 두니까 한 대학의 동문을 두고 여러 대학이 기부유치 쟁탈전을 벌일 때도 있다”고 김 팀장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동문을 대상으로 거액의 기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기부층을 다양화한 상품들이 봇물을 이룬다. 기부층을 확대하고 소액기부(1천원~1만원)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이버머니’나 ‘등록금 한 학기 더 내기 운동’ 등은 예상 밖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문 네트워크 관리에 초점

한양대의 경우 단과대학별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공대는 경제인 동문을 중심으로 실험실이나 연구장비 지원사업을, 법대는 고시원 확장사업을 컨셉트로 사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한양대는 또 전체 동문을 대상으로 매달 ‘한양미래전략포럼’이라는 조찬모임을 열고 모금 사업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발전기금 유치에 들어간 대학들은 기존에 투자와 기부금 유치 업무를 담당하던 대외협력 부총장제를 신설하고, 대외협력처의 조직을 확대·개편하는 등 기금 조성을 본격화하고 있는 추세다. 대학마다 발전기금 사업을 브랜드화해 친근감을 유도한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의례히 발전기금 코너를 ‘목이 좋은’ 자리에 노출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기부금에 관한 △약정 △종류 △사용처 △예우(혜택) △신규사업안 등을 상세히 안내한다.

대외협력처 직원들 사이에서는 발전기금을 흔히 ‘기부상품’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대학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다. 대학들은 기부상품의 고객(?)을 △기업체 △동문 △기타(개인)로 구분해 ‘맞춤형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 서울대도 기업체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계약학과’를 도입했고, 성균관대와 한양대 등은 산학협력이 기부로 이어질 수 있게끔 협력업체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기부자가 사망한 뒤 보험금 기부를 위해 ‘기부보험’이나 ‘기부펀드’ 등 다채로운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의 발전기금 조성사업은 주로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액 기부’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체의 고액 기부도 수도권 일부 대학에 편중돼 있어 대부분 대학들은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발전기금 모금 방식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달 31일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담긴, 대학기부금 세액공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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