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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풍경] 겨울 대학가에 부는 휴학바람
[대학풍경] 겨울 대학가에 부는 휴학바람
  • 교수신문
  • 승인 2002.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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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9 10:35:30
올겨울 경기 침체에 따른 취업난으로 대학 재학생들의 휴학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대학가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들에 따르면 지난 해 10월 1일 기준으로 서울 소재 대학생의 재적생 대비 휴학생 비율은 30∼40%에 이르고, 지방 소재 대학은 50%를 웃도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국대는 전체 재적생 1만 9,283명 중 7,382명(38.3%)이 휴학 중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1학기(37.4%) 보다 0.9% 증가한 수치다. 고려대는 재적생 2만 7,374명 가운데 9,326명이 휴학해 1학기보다 3.8% 늘어난 34.1%의 휴학률을 기록했으며, 동국대는 1학기 휴학률이 31.2%였으나 2학기에는 36.5%로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의 이러한 양상은 지방대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전남의 한 대학은 2001학년도 2학기 재적생 4135명 중 50.2%인 2,074명이 휴학한 것으로 나타나 지방대 휴학률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경북의 ㄷ대학도 재적생 5,577명 중 2,684명(48.1%)이 휴학한 상태다. 그러나 대체로 지방대의 경우 휴학률이 40% 안팎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재적생이 3,431명인 경북의 ㄱ대학은 1501명이 휴학해 휴학률 43.7%를 나타냈으며, 충남의 ㅎ대학은 재적생 1만 5,257명 중 5,840명(38.3%)이 휴학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2학년도 신입생 정시모집에 치열한 홍보전으로 대학가가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지방대의 경우 신입생 모집에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란 상황에서 휴학률의 급증은 또 다른 고민을 떠 안은 형국이다. 대학생 3명 중 1명이 휴학하는 현상은 이미 고착화되고 있는 현상 중의 하나라 지적되지만 지방대의 경우 그 정도라면 그나마 낫다는 것이 세평. 학생 부족으로 인한 재정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지방대의 현실이다.

이같은 현상에 전남의 ㄷ대 교무처장은 “소위 서울에 위치한 대학에 다녔던 휴학생은 거의 대부분 다시 복학하는 잠재적 재학생이지만, 지방대의 경우 복학하지 않는 학생도 많고 편입하기 위해 휴학하는 학생도 상당수에 이른다”며 수도권지역의 대학에서 나타나는 휴학과 지방대에서 벌어지는 휴학의 차이를 지적했다. 군입대나 해외연수, 취업대비 외부 교육 등을 통해 취업난을 피하려고 휴학하는 학생의 경우, 1학기에서 길면 2년까지 졸업을 유예한다는 측면이 강하지만, 편입학을 위한 휴학의 경우는 해당 대학의 결원을 의미한다는 것.

지방대의 경우 결원을 채우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실제로 2001년도 1학기 수도권대학으로 편입한 4년제 대학 출신자의 40%(1,440명)가 지방대 출신이었으며, 수도권대학이 당초모집예정인원의 95.1%를 모집한 반면 지방대의 경우 당초모집예정인원의 74.3%밖에 모집하지 못해 수도권과 대조를 보였다.

경남의 K대 관계자는 “지방대 들어온 학생들은 기회만 있으면 서울로 올라가려고 기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대를 나와봤자 날품팔이 자리도 없다”며 “자원이나 취업의 기회 등 모든 것이 서울에 밀집돼 있는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되는 지방대학 공동화 현상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울하게 전망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지방 4년제 사립대의 2002학년도 모집정원이 5,412명 증가된 것을 놓고 “마구잡이로 신입생을 모집해 수지를 맞추려고 하지만 앞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재적생의 절반 가량이 휴학해 학교가 한산한 경북의 ㄷ대학 교학처장은 15%가 넘는 학생들이 학교를 중도 포기한다는 점, 휴학을 한 후 복학하지 않아 제적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제적생수를 줄일 수 있다면 신입생수를 증원하는 만큼이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입시 홍보보다 복학 예정자들에 대한 학교/학부(과) 홍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덧붙여 “편입입학생수가 제적생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제적생수를 줄이면 그만큼 편입생 모집 인원도 줄어 편입생 모집이 수월해지게 될 것이다”는 논리를 폈다. 그만큼 지방대에서 목표로 한 정원을 채우는 것이 어렵다는 것.

더군다나 이렇다할 처방전이 나오지 않고 있는 현재, 휴학생의 증가, 수도권지역으로의 편입, 미복학·미등록으로 인한 제적, 증가하는 미충원 인원 등으로 사중고를 겪고 있는 지방대의 앞날은 더욱 어두컴컴하다. 부산·광주·전남지역은 올해 입시부터 고교 졸업자가 대학정원보다 적어 이 지역 지방대의 대규모 미달사태가 점쳐지고 있는 상태. 내년부터는 전국의 고졸자가 대학정원보다 6만 여명이나 적어 지방대의 정원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구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가 “지방대들의 유령 캠퍼스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지적한 대목도 염두에 둘 만하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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