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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육부의 졸속행정 구태
[기자수첩] 교육부의 졸속행정 구태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2.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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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8 16:44:52
“과연 6만명이 넘는 교수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규정을 법률상으로 2002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해서, 하루전인 2001년 12월 31일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인가. 참 대단한 교육관료들이다.” 개정된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대한 영남대 배 아무개 교수의 넋두리다.

교육부가 교수계약제 시행을 앞두고 전격 처리한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과정은 배 교수의 지적대로, 밀실행정·행정편의주의에 젖은 교육관료들의 전형적인 구태를 또 다시 보여 주었다.

12월29일, 기자는 ‘임용령’의 처리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교육부를 찾았다. 담당 행정관료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다. 공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그때 가서 보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보도하는 것은 오히려 교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함구를 요구했다.

해를 넘겨 지난 1월2일, 기자는 임용령이 12월3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사실을 뒤늦게 ‘관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교육관료 입장에선 이 규정 개정은 단순히 대통령령 중 하나를 바꾸는 것에 불과해 보인다. 칼자루는 자신들이 쥐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임용령은 전체 대학교수의 신분을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다. 잘못된 법 조항 하나가 셀 수 없는 교수의 학자적 생명을 빼앗고 있는 사실을 교육관료들이 모를 리 만무하다. 그런데 단 하루사이 교육부는 소리소문없이 수 만명 교수들의 신분을 뒤바꿔 놓았다. 도대체 언제쯤 교육관료들의 이런 구태가 사라지는 날을 볼 수 있을지 깜깜하기만 하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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