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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글쓰기 교재 개발, 세 가지가 관건이다
대학 글쓰기 교재 개발, 세 가지가 관건이다
  • 교수신문
  • 승인 2008.07.0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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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연세대 ‘한국 언어·문학·문화 국제학술대회’(7.4~5)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BK21사업단(단장 김철 교수)이 주최한 ‘한국 언어·문학·문화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4일부터 이틀동안 연세대에서 열렸다. ‘한국 근대 계몽기 한국어 연구’, ‘한중일 삼국에서 간행된 백거이 문집의 판본과 영향’, ‘한국 근현대 문학과 문화 읽기’, ‘한중일 글쓰기 비교 연구’등 굵직한 주제로 허경진(연세대), 후지이히데타다(일본 릿쿄대), 끌로드 무샤르(파리8대학 명예교수) 등 31명의 연구자들이 논문을 발표한 자리였다. 이 가운데 ‘한중일 글쓰기 교육 비교 연구’ 의 하나로 김병길 연세대 글쓰기교실 선임연구원이 발제한 ‘대학 글쓰기 교재 개발 과정에 관한 연구’는 그동안 여러 대학에서 공들여왔던 ‘글쓰기 교육 교재’ 문제를 집중 거론한 작업이어서 관심을 끈다. 김 연구원의 제언을 게재한다.

독자가 쓰기 편리한 교재를 개발하는 데 저자들이 실패하는 경우는 우선 저자가 해당 주제에 지나치게 빠져 있어 관련 지식이 부족한 이들에게 방관자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해당 주제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지식에 혼란을 느낄 때이다. 또한 교재를 이용하게 될 예상 독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정확하지 못할 때도 그러하다. 이 경우 필요한 내용이 빠져 있거나 무관한 내용이 포함될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교재의 구조나 순서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접근 방식에 부합하지 않거나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재의 수준이 사용자의 독해 능력에 걸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관련 전문 기술에 대한 저자의 이해가 부족할 때도 성공적인 교재 개발은 어렵다. 저자가 해당 분야의 지식에 대해서는 전문가이나 이를 표현하는 글쓰기 능력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저자들은 대개 독자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쉽게 이해해 본인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글로 표현해내는 일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교재 개발의 이러한 실패 요인은 글쓰기 교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교재 개발 일반에 걸쳐 저자들이 범하기 쉬운 이 같은 사실을 경계 삼아 향후 대학 글쓰기 교재 개발의 방향과 관련해 몇 가지 제언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과정 중심 글쓰기 교재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수의 교재들이 직간접적으로 과정 중심의 교과과정을 염두에 둔 체제로 구성돼 있다. 이는 현재 학기 단위의 교과과정 편재에 의해 先규정된 체제이지 결코 글쓰기 교육의 내재적 특성이 반영된 체제라고 보기 어렵다. 구상하기에서부터 고쳐쓰기에 이르기까지 분절적이고 연쇄적인 행위로 글쓰기를 환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쓰기의 다양한 명시적 전략들을 바탕으로 이들 간에 활발한 소통과 결합을 꾀하는 전략적 통합의 관점에서 글쓰기 교수-학습 모형에 관한 충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학 글쓰기 교육의 성과가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평가 모형과 기준이 필요하고, 이를 교재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선명한 평가 기준이 제시되지 못할 때, 글쓰기 교육이 자칫 개인의 타고난 작문 능력을 검증받는 교양교과목의 하나쯤으로 폄하될 수도 있다. 아울러 명확한 학습 목표와 이에 대한 성취도를 측정하고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평가 모형과 기준에 관한 연구가 외면돼서는 곤란하다.

셋째, 범교과적 혹은 전공영역별 글쓰기 교재의 유효성이 전반적으로 검토될 시점에 이르렀다. 현재 한국의 대학 글쓰기 교육 체제는 범교과적 단일 교재와 전공영역별 교재 구도로 양분돼 있다. 글쓰기에 대한 각 대학의 교육 목표가 다르고, 그에 따른 교과과정이 다르며, 강의 여건 역시 다르기에 어떠한 형태의 교재의 선택이 더 타당하다고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2000년 이후 대학 글쓰기 교육 전반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가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보다 효과적인 대학 글쓰기 교육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판단 준거로 그 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안 외에도 ‘교재 평가 및 교재 개발에 관한 메타적 연구’, ‘자료의 축적(모범적인 사례 제시를 위한 전문가의 글과 학생의 글)과 활용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한국어 글쓰기 교육의 특성을 고려한 교수법 연구’ 등이 효과적인 교재 개발을 위해 해결돼야 할 선행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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