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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설문조사 : 교수 100명의 2001년 고뇌와 새해에 대한 바람
[송년특집] 설문조사 : 교수 100명의 2001년 고뇌와 새해에 대한 바람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12.26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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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6 11:37:55
‘五里霧中’. 교수들은 2001년을 이렇게 표현했다. 날 새면 바뀌는 교육 정책,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암울한 국제정세,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은 국내현실, 계약제·연봉제가 불러온 신분 불안들이 2001년을 ‘도대체 한 치 앞을 헤아릴 수 없이 혼돈스러운’ 한 해로 기억하게 한 원인들이었다.

대학과 교수사회에서 벌어진 사건, 사건들

대학들이 저마다 ‘돈 버는 대학’이라는 확고한 목표로 한 발짝 더 나아간 올해, 교수들은 ‘교육 정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계약제·연봉제’를 꼽았다. 경제 논리 아래서는 교수의 신분 또한 흥정과 거래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뼈저리게 다가온 한 해였던 것이다. 교수들은 ‘교수노조’와 ‘전국대학교수회 출범’을 ‘교수·대학사회에서 올해 생긴 일’ 가운데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에 많은 교수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덕성여대·숭실대 등 ‘분규대학’들도 기억에 남는다고 답해서, 2001년은 대학사회에 유독 굵직한 사건들이 있던 해로 기억될 듯하다. 교육의 형평성 논란과 긴밀히 얽혀있는 ‘기여입학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2001년 한 해 동안 교수들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준 것은 무엇일까. ‘강의·교육’과 관련해서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학생들’을 꼽았다. ‘예전에 비해 기초 소양이 부족’하고, ‘호기심과 지적 자극이 없’고, ‘학습열의 또한 부족’해서 수업 시간이 영 재미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공통된 하소연. 수업시간에 울리는 핸드폰 소리, 산만한 수업태도와 무표정 등 학생들의 자그마한 행동 하나 하나가 교수들에게는 커다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뒤를 이어 ‘행정잡무’, ‘과중한 업무 부담‘이 강의준비를 해치는 큰 요인이라고 답했다.
연구에 있어서는 어떨까. 많은 교수들이 ‘연구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불평등한 수혜’에 더해 정작 ‘얼마 되지도 않는’ 연구비에 꼬박꼬박 요구하는 ‘정산서’ 역시 상당한 스트레스라는 것. ‘연구시간 부족’, ‘연구자재 확보의 어려움’, 그리고 ‘업적평가’에 따라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대학 분위기, 성과급 실시로 동료 교수들과 ‘논문 수 경쟁’을 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 또한 교수들에게는 커다란 스트레스였다.

테러, 안티조선, 생명윤리…논쟁, 논쟁들

유난히 논쟁과 논란이 많았던 학술·문화 분야 설문에서 교수들은 ‘지식인 조선일보 글쓰기 거부 운동’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미국 테러와 이슬람 다시 보기’가 뒤를 이은 사건. 일반인들 뿐 아니라 교수들 또한 9·11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 세계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음을 나타냈다. 한 해 동안 철학계와 과학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생명윤리 논쟁’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문학권력 논쟁’과 ‘도올 김용옥의 철학 대중화 논쟁’ 또한 교수들의 기억에 남는 사건들이었다.
2001년은 또한 국·내외적으로 사건이 많은 해였다. ‘국·내외 사회쟁점’에서는 ‘테러’와 ‘전쟁’이 첫손가락으로 꼽혔다. ‘언론사 세무조사’에도 여전히 많은 교수들이 관심을 보였고, ‘신자유주의와 반세계화 시위’를 꼽은 교수들도 많았다. 정작 ‘교원 정년 논란’을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답한 교수는 별로 없어서, 정치 논리가 빚어낸 해프닝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 했다. ‘2001년을 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역시 많은 교수들이 ‘테러’와 ‘전쟁’을 꼽았다.

급여·복지 아쉬움…상대적 박탈감 토로

‘급여·복지’ 부분에 대한 교수들의 스트레스는 상당히 컸다. 대체로 교수들은 ‘봉급이 적으’며, 특히 ‘세금을 많이 떼인다’고 느끼고 있었다. 복지 또한 턱없이 미흡하다고 답하고 있다. 같은 연령대의 다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봉급이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온다고 답한 이들이 많았다.
‘연금 재정의 부실에 따른 노후 대책의 불안감’도 지적해서, 장래에 대한 불안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적은 급여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봉급협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양반의식’을 깨야한다고 역설한 교수도 있었다.
‘기타분야에 대한 스트레스’ 항목에서 많은 교수들이 ‘인간관계’를 들었다. 동료 교수와의 불화’, 교수들 간의 편가르기, 대외활동에 대한 동료 교수들의 호응 부족, 교수들의 이기주의 등 많은 교수들의 ‘동료 교수’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대학원생과의 갈등, 가족 안에서의 소외, 자녀 교육 등도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풀어가는 데 교수들도 애를 먹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치와 교육정책의 후진성 역시 예민한 성정을 가진 교수들을 괴롭히는 일이었다.

그래도 버릴 수 없는 새 희망

교수들은 2001년 한 해 어떤 보람을 느꼈을까. 많은 이들이 ‘연구’와 관련된 대답을 내놓았다. 연구평가를 잘 받았을 때, 국제 학술지에 논문이 실렸을 때, 숙원하던 저서를 출판했을 때, 진행해온 연구에 진척이 있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많은 교수들이 ‘학생과의 관계’를 꼽았다. 학생이 취직했을 때, 학생들에게 인정받았을 때, 소수지만 학문의 길을 걷는 학생이 나올 때, 학생들과 진심으로 교류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답한 교수들이 많아, 그만큼 교수들이 학생들과의 교감에 목말라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 한편으로 ‘사회적 사명을 다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답한 이들도 있었다. 교협 회장, 단체장을 맡으면서 총장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었던 점,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했을 때 느끼는 보람 역시 크다고 답했다.
교수들은 새해에 대해 한결같은 바람을 품고 있었다.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환경 개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학 운영’, ‘복지와 처우 개선’ 등을 이야기했다. 사회에 대한 바람으로는 ‘투명하고 부정 부패 없는 사회’,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사회’, ‘노력한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 등이 공통된 의견이다.
아울러 연구와 교육에 충실하며, 가정과 사회에도 성실한 책임을 다하는 것, ‘열심히 하고, 제대로 대우받는 것’이 2002년을 기다리는 교수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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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2007-02-02 15:24:06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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