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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게재는 ‘살라미’와 다른 문제”... “표절여부 판단은 학계에서 신중히”
“중복게재는 ‘살라미’와 다른 문제”... “표절여부 판단은 학계에서 신중히”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8.06.30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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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연구윤리포럼, ‘자기표절’무슨말 오갔나

“학계는 왜 논란이 되는 표절여부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나?”
“언론은 표절이다, 아니다처럼 깔끔한 결론을 신속히 보도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일 터진 다음날 결과를 알려고 하지 마라. 연구윤리는 학계 전문가가 신중히 판단해야한다.”

언론이 연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자기논문표절 논란에 대해 학계가 언론에 신중한 자세로 대해야 한다는 게 학자들의 중론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이 지난 26일 서울 숙명여대에서 개최한 ‘제2회 연구윤리 포럼’ 토론장에서 교수들이 보여준 해법이었다.

이은정 KBS 기자는 이날 토론회 청중질의에 나와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과)에게 ‘학계가 논문표절관련 의견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에 대한 규정은 없는지’,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왜 학계가 입장을 정리하지 않는지’를 따져 물었다.

신 교수는 최근 중복게재 논란을 사례로 들어, “학진 등재지로 (업적)평가를 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기 때문에 “일부 교수들은 교내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가 나중에 업적으로 인정받는 학진 등재(후보)지에 다시 논문을 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살라미 논문(쪼개내기)이나 출처없는 인용 등과는 조금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듣지 못한 이 기자는 “교과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 같다. 정부차원에서 직접 조사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가”라고 다시 물었다.

김도균 서울대 교수(법학)는 “학회 등은 윤리규정이 마련돼 있다”면서 “대개 용역을 받은 보고서 경우가 논란이 돼왔다. 그러나 이것도 ISDN을 받지 않고(공중 출판물이 아닌) 일부 전문가들만 보관할 때는 문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승복 교과부 학술연구윤리과장은 “연구비를 받은 연구논문의 경우는 표절 문제를 정부차원에서 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연구논문에 대해 정부가 표절을 문제 삼을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올바른 논문저자 표기와 연구윤리’를 발표한 김형순 인하대 교수(신소재공학부)는 미국 ORI(Office of Research Integrity) 예를 들어 “ORI는 연간 150~200건 정도의 연구윤리 위반 제보를 받는다. 이 중 매년 판정이 완료되는 것은 15~20%내외다.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또 연구윤리를 위반한 것 중에서도 ‘정말 나쁜 것’은 그 중 50%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기자에게 “언론은 깔끔하게 표절여부를 판별한 보도를 신속하게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터진 일의 결과를 다음날 알려고 하지 말라”면서 언론의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포럼에서는 표절여부 판단은 대단히 복잡한 전문적인 영역으로 학문 분야별 각 전공 특수성을 존중해 대학 내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와 같은 전문가 그룹이나 유관 전공분야 몇 학회가 클러스터를 형성해 연구윤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구(실험)노트 공개에 대해, 특허 및 아이디어 도용 문제가 없는 선에서 퍼블릭액세스 차원으로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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