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6:15 (수)
[특별기고_ 대통령에게 보내는 학계의 苦言③] 採長補短의 지도력
[특별기고_ 대통령에게 보내는 학계의 苦言③] 採長補短의 지도력
  • 김종회 / 경희대·국문학
  • 승인 2008.06.30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범 초기의 이명박 대통령이 지도력의 위기에 봉착한 것은, 그것이 ‘초기’이기 때문에 다행이다. 그 쓰라린 경험을 거울삼아 만회할 시간이 있고, 그 첫 단추를 다시 잘 고쳐 채웠을 때 오히려 더 큰 소득을 산출할 수도 있을 터이다. 이 대통령이 당대는 물론이요 역사의 평가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하는 것은, 그의 성공 또는 실패가 민족적 命運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이므로 문제의 根本으로 돌아가기가 쉽고 돌이킴의 효력도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5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통치 기간의 처음을 점유해야 할 ‘근본’이 무엇인가에 있다. 노무현 정부 5년이 ‘조중동’과의 싸움이었다면 이명박 정부 5년은 ‘초중고’와의 싸움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는 가장 악의적이고 치명적인 비난이다. 이런 지적이 浮遊할 정도이면 대통령의 권위는 이미 상식적 수준 아래로 곤두박질 친 형편이다.

그런데 정말 이 대통령에게 기대할 장점이 없을까를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선거의 압도적 지지는 지도자로서의 경륜이나 도덕률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었다. 어렵고 힘든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나라의 경제를 잘 살릴 이명박식 실용주의에 건 기대의 표출이었다. 청계천 살리기와 시내버스 운행 개선은 그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였다. 다른 여러 조건이 함께 결부돼 있을지라도, 이것이 그의 장점이요 또 국민 앞에 이루어 놓아야 할 사명이다.

국내 경제가 어렵고 국제 경제의 흐름도 가장 힘든 시기에 처하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인사 난맥상 등의 과오가 타는 불길에 기름이 된 형국이지만, 이 대통령의 근본은 ‘경제’에 있다. 지난 1백일 간의 처절한 경험을 통해 이제 실감하겠지만, 국가의 경제는 기업의 경제와 다르고 그 성취에 따른 가치 기준도 양자가 매우 다르다. 그의 경제는 민심과 함께 가야하고 그럴 때만 예기치 않은 난관 앞에서 국민의 이해와 협력을 얻을 동력이 생성된다.

꼭 해야 할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그것이 내일의 희망을 여는 열쇠가 돼야 한다. 하지만 그 내일을 ‘내다보기’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돌아보기’와 연계돼 있지 않으면 쉽게 변질되고 부패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신화는 없다’와 같은 자기 인생 역정의 성공을 이끈 初心으로, 곧 사회운동 세력에서 말단 샐러리맨으로 출발하던 그 때의 겸허하고 풋풋한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과 바다가 수백 개 산골 물줄기의 服從을 받는 이유는, 그것들이 항상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뒤에 있을지라도 무게를 느끼지 않게 하며, 그들보다 앞에 있을지라도 그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 老子의 말이다.

김종회 / 경희대·국문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