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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만열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숙명여대 한국사학과 교수)
[인터뷰] 이만열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숙명여대 한국사학과 교수)
  • 교수신문
  • 승인 200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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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6 21:16:19
친일인명사전편찬을 위한 힘든 여정이 시작됐다. 지난 2일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는 독립운동가, 학계, 정계, 사회운동가, 일반시민 등 3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반성과 화해를 위한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 창립대회 및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위원장 이만열 숙명여대 한국사학과 교수) 발족식을 열었다. 해방 이후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리되지 않은 과거를 역사적으로 청산하고, 진실을 규명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친일인명사전편찬은 여러모로 뜻 깊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만열 교수를 만나 친일인명사전편찬의 역사적 의미와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은 주요 사업으로 친일인명사전편찬을 꼽고 있습니다. 친일 문제를 재론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21세기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남북 갈등, 한-일 민족 갈등, 지역 갈등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잘못을 제때에 청산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반성 없이는 민족 화해가 이루어질 수 없고, 화해가 없이는 우리가 원하는 통일 시대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러한 점에서 친일 문제를 빨리 정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 것입니다.”

△친일인명사전편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며, 어떠한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까.


“친일파 문제를 다루는 것의 목적은 과거의 것을 다 들추어 관련된 사람들에게 모욕을 주고, 불명예를 준 다음, 역사에서 제거시켜버리고자 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단죄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진실 추구를 통해서, 화해로 나아가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같은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청산해서 단절해버리자 하는 것과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화해로 나아가자고 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진실규명을 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해서 깨끗하게 화해하자는 겁니다. 학문적인 면에서 본다면 그간 누락되거나 방치됐던 친일파를 민족사로 포용한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친일파라고 규정할 때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친일파를 일본제국주의 국권 침탈과 식민지배 및 침략 전쟁에 의식적으로 협력한 자, 그리고 의식·무의식적으로 민족에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끼친 행위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할 때는 과거의 직책, 소속 기관들을 위주로 하겠지만, 그 판단의 중심을 개인의 사상 경향과 실제 행위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지금에 와서 친일문제를 들추느냐, 편가르기가 되지 않겠느냐, 불필요한 작업이지 않느냐는 등 친일인명사전편찬에 대한 잡음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친일파들이 깊이 반성을 하고, 또한 제때 일제 잔재를 청산했다면,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후세에 자료를 남겨 반면교사로 삼게 하고, 부끄러운 민족사이기는 하지만 친일파의 문제를 우리 민족사의 한 페이지로 받아들이자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만큼, 친일문제에 있어 우리는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청산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이런 시각들은 강자의 손에 움직이는 것이 역사이고, 정의라고 하는 것은 칼 쥔 자의 것이지 별 것이 아니다는 역사 허무주의에 가 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는 데 재정적인 측면에서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대략적으로 출판비 빼고 32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금액으로 3억 3천만원 정도 모았습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앞으로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따른 국민모금 허용과 사업 추진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관계당국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정부가 관여한 적이 없었고 친일파 문제에 관한 국민적 청원이 해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정부가 어느 정도 지원하게 된다면 상징적인 의미도 크리라 봅니다.”

△향후 활동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 편찬입니다. 이를 위해 조직위와 편찬위를 구성했습니다. 친일 인사의 친일 정도와 그 활동 내역 등을 밝히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각 분과별로 자세하게 검토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 다음으로 각계에 재정적인 지원을 얻는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친일인명사전편찬의 운동적인 측면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지지와 지원을 받는 사업이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사실 운동성이 사라지면 이런 사전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힘듭니다. 즉 친일인명사전의 편찬은 국민과 함께 하는 하나의 운동인 동시에 학문적인 활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방향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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