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토론회는 일회적인 자리가 아니라 연속 기획의 하나로 마련됐다. 안경환 회장은 “그동안 헌법학회의 각 분과학회는 헌법사를 중심으로 연구를 해왔다. 그런데 당시 헌법 제정에 실재적으로 관여했던 사람이 증언할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고, 기록들도 남아 있지 않아 역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 자료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문제를 느끼고 “학회차원에서 자료를 남기기 위해 역사와 헌법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제헌이래 헌법의 역사를 연속적 발전으로 보지 않고, 불행한 정치사로 인한 헌정 파괴 내지는 상실이라는 단절로 보는 시각이 학계에 존재해왔다. 그러나 정치사 의미로 헌법의 역사를 재단할 수는 없고 영욕의 역사를 평가내리기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자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안경환 회장의 깊은 속내다. 한편에서는 역사적으로 이미 정리된 얘기를 왜 다시 끄집어내느냐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그뿐 아니라 사실을 증언해줄 원로들을 마이크 앞으로 이끌어내는 일도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한국헌법학회는 1992년 재창립의 전환점을 가졌다. 한태연 초대회장을 주축으로 한 이전의 한국헌법학회와는 단절을 의미하며 과거의 유산을 이어받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안경환 회장은 자신의 임기동안 계획한 일들을 세가지로 나누어 밝혔다. 첫째, 역사를 연속으로 파악하는 ‘역사와 헌법’시리즈를 2월, 4월, 6월에 개최. 둘째, 헌법학의 지적 배경을 다지기 위해 인문 사회영역의 성과들을 헌법 속에 수용. 셋째, 헌법이 일반 국민들과 거리가 멀고 학술적 논의에만 치중한 점을 반성하고 계몽용 표준헌법 안내서를 집필하는 것이다.
한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과 일반 국민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역사에 대해 냉정한 성찰과 판단을 견지하려는 학계의 이런 노력이 풍성한 결실을 맺도록 기대해본다.
강연희 기자 allesk@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