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1:20 (목)
집중진단 - 학부제 어디로 가고 있나<끝> - 특별좌담
집중진단 - 학부제 어디로 가고 있나<끝> - 특별좌담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12.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부-대학동상이몽에 방향 표류…교과과정 개편 통해 궤도 수정 필요
이번 좌담 토론자로 참가한 문성학 교수는 현재 학칙기구화된 경북대 교수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경북대는 지난해 국립대학 평가에서 2위를 하고도, 교육부의 모집단위 광역화 방침과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재정지원을 받지 못한 바 있다. 문 교수는 학부제가 기초학문 연구자의 정예화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문자체의 사망을 불러오고 있으며, 대학의 기능분화보다는 모든 대학에서 실용학문이 득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시각이다.

손동현 교수는 학부제 이후 가장 위협을 받고 있는 철학자들로 구성된 철학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손 교수는 학부제가 교육과정과 교육구조 개편이 가장 먼저 선행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재정 효율화, 우수학생 유치 등에만 치우쳐 대학교육이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서남수 대학지원국장이 참가했다. 서 국장은 1998년 대학교육정책관을 맡아 현재 학부제의 모태가 된 고등교육법시행령 37조를 마련한 바 있다. 토론회에 앞서 서 국장은 대학과 교수들이 학부제를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해명하고, ‘이해’를 돕는 데 무게를 뒀다. 학부제를 제대로 시행해야 현재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풀 수 있다는 것이 서 국장의 입장.

좌담 : 학부제 평가와 기초학문을 살리는 길

때 : 2001년 12월12일 곳 : 교수신문사 회의실
참가자 : 문성학 경북대 교수(경북대 교수회 사무처장, 윤리교육과)
서남수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지원국장(교육학 박사)
손동현 성균관대 교수(철학연대 공동의장, 철학과)
사회 : 손혁기 교수신문 기자(교육보도부)

사회:학부제 기획으로 대학을 취재한 결과 최근 대학가의 내홍의 상당 부분은 학부제나 모집단위 광역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인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부산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기까지 했다. 교수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학부제의 실상은 어떠한가, 그리고 이에 대해 교육부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 "교육부는 교육한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과정에는 간섭하지 마라" <문성학>
문성학(이하 문):많은 교수들이 학부제로 인한 어려움을 교수회에 하소연한다. 경상대는 복수전공하는 학생이 5천명씩 몰려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고, 공과대 전기전공은 전공이수학점을 35학점으로 낮춘 뒤에 학생들이 기본적인 ‘실습’강의마저 안듣는 상황이다. 전기가 우리 산업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전자’의 인기에 밀려 그 학문이 고사되고 있다. 대학에서는 한쪽은 배 터져 죽고, 다른 한쪽은 배고파 죽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손동현(이하 손):지금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부제는 ‘학부 없는 학부제’다. 겉포장은 학부제인데 교육과정, 교수활동, 학생들의 수강내용을 볼 때 학부가 없다. 인문학부라고 하면, 철학, 역사, 문학을 두루 배워야 할 터인데, 지금은 인문학부라는 형식만 있고, 그 안에 과가 나란히 그대로 있다. 학생들에게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니까 학점따기 쉬운 전공, 돈벌이 잘 되는 전공으로 간다. 그 결과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전공교육이 안되고 있다. 학부제 이후 정말 중요한 기초학문분야 강좌가 위축, 축소, 폐지되고 있다.

‘학부 없는 학부제’

 ◇ "대학과 교수들의 오해가 학부제 시행의 커다란 장애요인이다" <서남수>
서남수(이하 서):현재 대학교육이 위기라고 하는 것은 그동안 대학이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학부제와 결합돼서 나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오히려 학부제를 제대로 운영하면 이런 문제점을 풀 수 있다. 학부제의 목적, 방법,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대학사회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종전의 학과체제에서는 학과가 교수조직이면서 동시에 학생조직이었지만, 학부제에서는 학과는 교수조직이고, 모집단위가 학생조직이다. 학과체제에서는 전공하는 학생이 없으면 그 학과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전공하는 학생들이 없더라도 학과가 개설한 강의를 많이 신청하면 교수들을 더 뽑아야 하고, 결국 그 학과는 興盛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 쏠림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 학과의 존폐와 교수의 신분불안이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잘못된 것이다.

사회:학부제의 부작용 가운데 가장 먼저 꼽는 것이 교육부의 밀어붙이기에 따른 획일화와 대학의 자율권 침해이다. 이는 정서적인 부분도 포함돼 교수들이 학부제 자체를 거부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손:학부제가 됐든 뭐가 됐든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렇다면 순서를 지켜가면서 정책을 풀어가야 한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교육구조, 대학편제를 바꿔야 하고, 입학제도문제를 다뤄야 한다.

문:교육부나 장관들의 학부제에 대한 구상은 옳지만, 이는 이상론이다. 교육은 현실이다. 학부제 이후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강좌를 보면 한 학기 내내 비디오를 틀어주는 것으로만 때우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을 모으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다 보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다. 교수와 학생이 분리해서 가야한다는 것도 이상만 좋다. 철학과가 철학자를 양성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어디 철학과 교수들이 철학과를 없애고 교양과정으로만 있으려고 하겠는가. 실제로는 안된다. 교육부가 이렇게 저렇게 끌고 가려고만 하지 말고 왜 정책이 자리를 못잡는지 살펴봐야 한다.

서:이전에는 학과장벽이 높다보니까 10년 동안 같은 강의노트로 강의를 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들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개발할 동기가 별로 없었다. 총장이나 보직을 맡은 교수들이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총장 직선제 등과 맞물려 자체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다. 교육부는 당초의 취지에 따라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재정지원을 통해 정책적으로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과를 통합해서 학부를 만들지, 광역화를 할지는 전적으로 총장들이 알아서 할 몫이다.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는 것은 옳은 지적이 아니다.

교육부의 밀어붙이기 논란

사회:대학에 대해 국가나 사학법인의 지원이 미비하고,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의 수익원은 한정돼 있다. 대학의 재정이 넉넉하다면 ‘선택’이겠지만 기근 상태에서 재정지원을 미끼로 하면 곧 강제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문:경북대는 지난해 국립대 평가에서 2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을 못받았다.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돌아갔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 경북대는 역사학, 철학, 고고학, 인류학을 묶었는데 이것은 학제간의 시너지 효과나 교육, 학생들의 취직에 유리한 점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학부제를 하면 재정지원을 한다고 해서 도입했다. 그 돈으로 연구실마다 TV를 설치하고, 어학전공교수 연구실에는 위성방송을 연결했는데, 이런 것은 헛돈 쓰는 것이다.

서:대학재정이 지나치게 열악하다는 것에는 교육부도 문제의식을 같이 한다. 그러나 평가를 통한 재정지원액은 그렇게 많은 금액이 아니다. 실제로 평가를 해보면 대학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돈’보다는 ‘우수대학선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학운영자의 입장에서 대학의 이미지, 지역사회의 평가, 업적 등과 관련해서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지 돈의 액수가 기근상태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 "기왕에 학부제가 도입됐다면 이제는 속도를 더 내기보다 천천히 가면서 정비해야 한다" <손동현>
손:대학교육의 내용을 개혁하자는 취지는 좋은데 교육부, 대학당국, 교수들도 호흡이 너무 짧다. 학생들은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금까지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한 것을 보면, 계획을 잘 해서 문서를 제출하면 이를 보고 재정지원을 해줬다. 그러면 대학에서는 일단 학과들을 묶고 본다. 교육부에서 이러한 동인을 주면 대학에서는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숙의를 하고 실행해야 한다. 한학기 만에 결정해서 제대로 되겠는가.

서:비행기가 생긴 것을 보면 우선은 날게 되고 그 다음에 불편한 것을 하나 하나씩 해소해 왔다. 모든 여건이 다 됐을 때 제도를 도입한 예는 거의 없다. 어느 제도든지 현실적인 제약조건하에서 그쪽 방향으로 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가는 것이지, 조건을 다 갖추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할 마음이 없어 할 수 있는 것도 안하고는 여건이 안돼 있다고 하면 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손:서 국장의 비유대로 하면 우선 비행기가 뜨고 이후에 안락하게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지만 비행기가 뜨다가 곤두박질치면 어떻게 하겠냐. 제대로 된 학부제는 기초학문분야 교수들도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학문경쟁력을 강화시키려고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학문을 퇴보시키는 형국이다.

사회:학부제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것은 교수들의 학과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학부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교과과정개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데 교수들이 자기 전공과목을 내놓지 않으려 하고, 학과를 지키려고 하기때문에 진척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교수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로 가야 한다. 학부제하에서는 자신의 강좌 가운데 경쟁력이 없는 것은 없애고 다시 만들어 교육과정 개발과 연계해야 한다. 학과폐지라든지 구조적인 변동이나 고통없이 자연스럽게 교수 스스로 바꾸어 가야 한다. 학문분야가 없어지면 해당 교수가 정년퇴직하고 나서 새로 각광받는 분야에서 신임교수를 뽑는 형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손:교수들은 밖에서 보는 것만큼 앞뒤가 막힌 사람들이 아니다. 교수들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먼저 안다. 올해 호서대가 철학과를 없애기로 결정했을 때 철학교수들은 “철학과가 축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철학 전공하는 학생을 확보하려고 애쓰지 말고, 철학강좌를 듣는 학생이 많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학이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 없지 않느냐, 그러니까 철학과는 문 닫아라”고 하는 처사이다.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 것이다.

교과과정개편 왜 안되나

문:학부제의 기본적인 생각 가운데 하나가 대학을 구조조정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비용 저효율 시스템일 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인데 우리대학이 언제 고비용인 적이 있었던가. OECD국가 가운데 최하위수준이다. 교수들의 연구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투자수준을 고려할 때 그만하면 많은 논문을 쓰는 것이다. 우선 대학에 투자해야 한다. 현재 사학들은 학부제를 통해 재정적인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생각이 더 많이 가 있다.

서:학부제를 오해하고 있는 대학운영자들도 많다. 전공하는 학생들이 없다고 해도 학생들이 강좌에 몰려드는 한 그 쪽의 교수는 더 충원해야 한다. 제대로 된 학부제 방식을 시행하면 대부분의 교수들은 공감하리라고 생각한다. 전공자가 없다고 학과를 없애는 학교운영자들과 학과가 없어질까봐 불안해 하는 교수들이 학부제를 시행하는 데 커다란 장애요인이다.

사회: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교육부의 평가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면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모집단위를 점점 광역화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등 외형적인 측면만 평가하면서 형식뿐인 학부제를 조장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서:아직 우리의 대학평가 시스템이 외형위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 총장들이 학부제에 맞춰 교육과정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하면 일단 받아들인다. 세부적으로 교육과정 변화까지 살피면 이는 평가가 아니라 사찰수준이 될 수도 있다. 시행상의 문제들은 대학에서 풀어갈 것이라고 본다. 대학사회에서 학부제와 관련된 지식이 축적돼야 한다. 지금도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를 아주 잘하고 있는 대학에서부터 형식적으로 운영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학까지 다양하다.

손:광역화의 취지는 좋다. 학생들에게 하기 싫은 전공을 4년 동안 하라고 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문제는 학생이 어떤 전공을 선택하든, 급변하는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원을 대학에서 얻고, 이를 토대로 사회에서 스스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갖춰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전공선택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공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보장되면 기초학문은 죽을 수가 없다.

서: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학문이 점점 인터지시프리너리티하게 되고, 박사학위를 받았더라도 3∼4년만 공부를 안 하면 그 뒤에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 평생동안 지식을 익히고 학습하기 위해서도 학사과정에서 폭넓은 기초지식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 서열화에 따라 전공에 대한 고민도 없이 입학해 한가지 강의만 듣게 하는 종전의 학과제는 맞지 않는다. 철학과라고 해서 더 이상 철학자만 양성해서는 안 된다. 전세계적으로도 학사과정에서는 전공이수학점을 대폭 낮추고 있다.

사회:일부 대학이 최근 학과제로 복귀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학부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대학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문:학부제 이후 학부교육이 부실해져 대학원 수업을 할 수가 없다. 복수전공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전공이수학점을 60점 정도로 높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고르다 보면 입에 단것만을 고르기 마련이다. 졸업을 위해 35학점만 전공과목을 듣고, 스포츠, 레크레이션 같은 교양과목만 듣다가 졸업하는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 모집단위 광역화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대학 현실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을 점검한 후에 실시해야 한다.

서:우리나라 대학의 교과과정은 체계적으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그 학과에 있는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인 경우가 대단히 많다. 외국의 대학처럼 교과과정의 선후를 거미줄처럼 짜놓아서 편식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아니라 필수와 선택만을 정해놓고 있어 매우 취약하다. 이는 학부제 시행여부와 관련 없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다음으로 학생들의 졸업 이후 진로를 고려해서 교육과정을 지도해야 한다. 과거에는 학과간의 장벽이 엄청나게 높았으나 이제는 교육부가 못마땅하더라도 교수들 스스로 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이 중요한 변화다. 이제는 대학교육을 위한 기본을 하나하나 잡아가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학 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은?

문:교육부가 대학을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고 가이드 하기보다는 어떠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 입학하는 학생과 졸업하는 학생들을 평가해서,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훌륭하게 교육하고 있는 대학을 좋은 대학으로 평가해야 한다. 결과를 보고 내실 있게 교육하는 것에 대해서 평가해줘야 한다. 과정에는 간섭하지 마라. 대학별로 서열화된 상태에서 학과제를 한다고, 혹은 학부제를 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취업가능성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물론 교과과정 개편과정에서 보면 교수들의 이기주의도 대단하다. 교수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전세계의 대학이 변화하고 있다. 세계 수준을 따라가기조차 벅찬 상황에서 학부제를 힘들다고 안 할 수는 없다. 지식기반사회의 중심은 대학이다. 대학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교육부와 대학이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면 같이 빠져 죽을 것이다. 교육부도 앞으로 대학의 입장을 더 많이 섬세하게 신경쓰면서 정책을 펴나갈 것이고, 교수들도 내 대학, 내 학과가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상황을 고민하면서 풀어 가면 못할 것이 없다.

손:교양교육, 전공교육 구획을 떠나서 교과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교육과정은 고쳐야 하는데 학부제를 하니까 더욱 나쁜 길로 간다. 전공예약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수한 학생들이 기초분야에서 대학원을 안 가기 때문이다. 기초학문분야에서 학문 후속세대가 고사한다면 10년 후에 대학의 학문체계마저 고사할 수밖에 없다. 교과과정 개편은 교수와 대학운영자의 몫이지만 교육부도 학부제 외형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교육의 기회를 주고 있는지 내용을 살펴야 한다. 기왕에 비행기가 떴다면 이제는 속도를 더 내기보다 천천히 가면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