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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내부 공개로 수정 … “장기적으로 역효과 우려”
익명·내부 공개로 수정 … “장기적으로 역효과 우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8.06.0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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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평가 결과 공개 이후 동국대는

동국대가 지난해 말 강의평가 결과를 외부에 공개해 교수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지 6개월이 지났다. 대학 측과 교수들은 평가 결과 공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대학과 교수들간 평가는 엇갈린다. 대학 측에서는 강의평가 결과 공개 결정을 성공적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이명천 학사지원본부장(생명화학공학)은 “정량적으로 성과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교수들이 휴강을 한다거나 수업에 늦게 들어오는 경우는 크게 줄었다”면서 “학생들의 호응도 좋지만 교수들도 강의를 대하는 태도가 전보다 신중해 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는 강의정보를 제공하고 교수들에게도 자극으로 작용하면서 교육적 효과까지 거뒀다는 분석이다.

반면 거세게 반발했던 교수들은 강의평가 결과 공개를 ‘이벤트성’ 정책에 불과했다고 일축하고 있다. 정재형 동국대 교수회장(영화영상학)은 “강의특성이 전혀 반영 안 된 신뢰성 없는 강의 평가 결과를 보완하지 않은 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교육학 전공 교수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국대는 공개 수위와 평가문항 등을 조정해 이번학기 강의평가 결과도 공개할 방침이다.
단 대학 외부까지 공개하면서 논란이 됐던 공개 대상은 내부 구성원으로 제한했다. 단일화 됐던 평가 설문지를 이론과 실습으로 나누고 3등급으로 분류됐던 등급은 4등급으로 세분화했다. 평가 횟수도 중간과 기말 두차례 실시했던 것을 학기 초에 한 번 더 늘려 총 3회 실시된다. 평가 결과 하위 10%의 교수들은 해당 소속 학장에게 따로 통보되고 평가 결과는 인센티브를 지급할 때도 반영된다.   

이 본부장은 “실명으로 공개했던 부분은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다는 법률자문을 받아 姓만 표기하고 이름은 지우는 수준으로 시행될 것”이라면서 “다른 부분은 단과대학별로 의견수렴을 거쳐 점차 개선해 나가겠지만 공개 방침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일반인까지 열람이 가능했던 방식이 일정정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일부 수정이 됐지만 강의 평가 결과 공개에 대해 교수들은 여전히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평가문항이나 설문지가 세분화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평가 등급을 4등급으로 나눈 점과 평가 횟수를 늘린 점에서는 오히려 개악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강의에 불성실한 교수들에게 충격요법으로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시행됐을 경우에 어려가지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교육자가 교육적인 입장에서 훈계를 하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도 있고 학생들이 특정교수에게 보복하기 위해 담합행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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