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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동문’ 연구 증가 … “‘보이지 않는 대학’ 형성했다”
‘박사 동문’ 연구 증가 … “‘보이지 않는 대학’ 형성했다”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8.05.26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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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공동연구자 관계망 분석한 두 편의 논문

공동연구를 하는 저자들간에 ‘동문’·‘사제’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홍보학계의 경우 지난해 공동연구가 1인 연구 횟수를 처음으로 앞질러 공동연구가 주류 연구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홍석민 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부)가 지난달 24일 열린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보이는 대학과 보이지 않는 대학 ―사회연결망을 통한 광고 홍보학 연구자의 공식관계와 비공식관계 비교분석(2004년부터 2007년까지)’에 따르면, 학보 게재 논문 중 공동연구는 2004년 42.3%, 2005년 39.5%, 2006년 48.6%, 2007년 52.6%로 점차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비중이 줄어든 것은 학회가 특별호를 발간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광고홍보학보에 게재된 공동연구 논문을 대상으로, 논문 저자 중 대학 교수 56명을 추려내 이들의 학부·석사·박사졸업대학별 사회연결망 지표를 통해 공동저자 간 관계를 분석했다.


홍 교수는 “기존 연구관행에서 벗어나 학제 간 혹은 산학협동을 통한 다양한 공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새로운 학파(school) 탄생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내다봤다. 학자들 간 개인적 연대관계 강화는, 개인과 개인사이 협력(collaboration)과 결합(network)이 부가가치 창조의 원동력이 되고, 이 원동력이 경제사회 창출을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공동연구가 주류화되는 현상을 “과학적 지식도 사회적으로 생산된다”는 의미로 읽으면서 “과학적 지식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보이지 않는 대학(invisible college)을 자연스럽게 형성, 학문의 주요영역 확장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공동연구 증가추세에 대해 홍 교수는 “학문간 벽이 점차 낮아져 공동연구가 활발해진 것이 이유”라면서 “앞으로 개인의 지적 호기심과 더불어 다른 연구자와의 관계성 형성, 학문의 유기적 연대가 중요해진다”고 분석했다.

공동연구 저자들 간 관계망을 분석한 결과, 같은 대학 소속 교수 간에 이뤄지는 ‘보이는 대학’ 공동연구(밀도 0.047)보다 동문관계 등으로 이뤄지는 ‘보이지 않는 대학’(0.126) 공동연구가 더 조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결망 밀도는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 간 관계가 얼마나 응집돼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으로, 밀도가 높을수록 유대관계가 더욱 밀착돼 서로 협력과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홍 교수는 또 ‘보이지 않는 대학’의 연결망 밀도 중에서도 동일박사연결망의 밀도(0.077)가 가장 높고, 동일석사(0.06), 동일학부(0.055) 순으로 나타나 “동문 중에서도 박사동문 관계망이 가장 조밀하다”고 밝혔다. 박사동문들은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공유하는 정보가 많다는 점이 공동연구에 유리한 이유가 된다.
홍 교수는 “유유상종(Homophily)현상은 자신과 비슷한 학문적 유전정보를 공유한 연구자를 학계에 많이 번식시키려는 사회생물학적 욕망”이라면서 “특히 지도교수-제자간 연결망, 같은 대학 출신끼리 연결망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공동연구자들 간의 인적 연결망은 행정학계에서도 이미 보고된 바 있다. 오수길 한국디지털대 교수와 김대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2006년 행정학회 춘계학술대회에 발표한 ‘한국행정연구의 패러다임 변화: 한국행정연구자 분석과 거버넌스를 중심으로’에서 였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늘어난 행정학 분야 공동연구를 분석했다.

1967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행정학보에 게재된 논문 1천513편을 중심으로 공동연구 현황을 조사한 오 교수는 “단독연구가 83.4%로 절대적으로 많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로 공동연구가 점차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학보의 공동연구 논문은 1980년대 중반전까지 7편 정도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 12.6%(74편), 그 이후로 28.1%(170편)까지 늘어났다. 공동연구 저자들의 관계는 1990년대 중반까지 ‘같은 직장’이 많았다가 이후로는 ‘사제 관계’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1저자-공동저자 관계에서 사제관계는 26.7%(66편)로 가장 많았고, 같은 직장인 경우는 20.2%(50편)로 나타났다. 시기별로 보면, 사제관계 논문은 1987~1996년 15.7%(11편)에서 1997~2005년 32.4%(55편)로 크게 늘고, 같은 직장일 경우는 각각 34.3%(24편)에서 14.7%(25편)로 비중이 줄었다. 석사동문은 14.3~14.7%, 박사동문은 12.9%~13.5%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동연구논문 제1저자를 중심으로 공동저자와의 관계를 정리하면 △수도권대 제1저자, 사제관계 28.2%(35편) △지방대 제1저자, 사제관계 29.9%(26편)로 사제관계 공동연구에서 지역 간 차이는 별로 보이지 않지만, △지방대 제1저자, 같은 직장 23.0%(20편) △수도권대 제1저자, 같은 직장 15.3%(19편) △연구원 제1저자, 같은 직장 37.9%(11편)로 나타나 연구원·지방대에서 같은 직장 내 공동연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를 보였다.

제1저자의 최종 학위를 중심으로 공동저자 관계를 정리하면 국내학위자의 경우 사제관계 28.0%(23편), 박사동문 23.2%(19편, 같은 직장 23.2%(19편)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반면 제1저자가 해외학위자일 경우 사제관계 26.4%(43편)이지만 동문관계나 같은 직장 외 관계가 31.9%(52편)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편 홍 교수는 공동연구자들 간의 인적 관계망 형성에 대해 “공동연구 구성원사이에 많은 지원과 도움이 사회적 자본으로 치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박사동문끼리의 연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더 두고볼 일이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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