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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사회를 기다리며
[나의 연구실]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사회를 기다리며
  • 윤현도 / 충남대·건축공학과
  • 승인 2008.05.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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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에서 서로의 관심 대상이 같은 후배들과 함께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처음 모교에 채용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처럼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필자를 이렇게 살맛나고 하루하루 신나게 만드는 것은 20여 년 전 대학에 입학하며 가졌던 설렘과 대학 4년 동안의 많은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교 캠퍼스 그리고 필자가 학창시절 사용했던 그 강의실에서 20여 년 전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후배들과 함께 연구하고 그들을 교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배들의 반짝이는 눈과 열정은 필자를 더욱 노력하고 분발하도록 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고 필자의 이러한 모습은 후배들에게 열정으로 보여 더욱 그들을 노력하게 만들어 우리는 서로에게 교육과 연구를 게을리 하려는 마음에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연구실은 1990년 시작된 구조해석 실험실을 모태로 두 분의 선임 교수들이 이미 연구기반을 조성한 탓에 다른 신임 교수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인적 및 물적 연구  환경 하에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필자 연구실에서 현재까지 주로 진행해온 연구주제는 ‘영구 순환형 건축물의 건설 요소기술’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연구주제는 현재 국토해양부에서 “미래사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치 창출자(Value creator, VC)”라는 비전을 갖고 추진 중인 VC10 사업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현재 VC10사업의 하나인 도시 재생 사업에서 기존 구조물의 성능복원 기술 개발과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해체시 발생되는 폐콘크리트로 부터 생산되는 순환골재의 재활용 기술 개발이라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기존 구조물의 성능복원 기술 개발에서는 기존 콘크리트의 균열 및 취성적 특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개념의 변형 경화형 시멘트 복합체(Strain hardening cement composite, SHCC)를 사용해 기존 구조물의 지진에 대한 저항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제진요소(Damper)를 개발하고 이를 실용화하고자 한다. 여기서 사용된 변형 경화형 시멘트 복합체는 필자의 연구실에서 건설교통부(현재 국토해양부의 전신) 및 한국과학재단의 연구비 지원에 의해 본교 공업화학공학과 및 섬유공학과 교수들과 공동으로 개발한 필자 연구실의 특화 기술이다.

인접 학문분야와의 공동연구로 개발된 변형 경화형 시멘트 복합체의 제조 기술은 필자 연구실의 특화 기술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타 학문분야와 공동 연구함으로써 타 학문분야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수용이라는 점에서도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다. 필자와 대학원생들이 타 학문분야에서 일반화된 기술이나 정보도 우리 분야에 적절하게 융합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크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이를 계기로 과거 연구실 구성원들의 사고 범위가 주로 건축구조 및 재료분야에 국한됐다면 인접 학문분야와 공동연구이후 사고의 폭을 더욱 넓게 가질 수 있게 됐고 또한 자신의 학문영역만을 고집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이고 열린 사고로 타 학문영역을 수용하고 접목할 수 있는 자세를 갖게 됐다. 이것은 필자 연구실의 실훈(室訓)이기도 하다.          

 필자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에게 지도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논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지방대학의 출신이며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필자가 과거 교수라는 직업을 갖게 될 때까지의 경험상 대학원생 특히 지방대학의 대학원생으로 자신의 능력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논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 각자가 참여하고 있는 연구과제의 진척상황 및 계획을 발표하고 논의한다. 필자가 빼 놓지 않고 매주 확인하는 것은 대학원생들의 논문에 대한 준비상황과 계획에 대한 것이며 또한 석사과정 학생은 졸업논문을 제출할 때까지 등재학술지 2편 및 학술논문발표 4회 이상, 박사과정 학생의 경우 SCI급 1편 및 등재학술지 6편을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조건은 학문분야별로 다르겠지만 건축구조분야에서 쉽지 않은 조건이라 생각되지만 지금까지 모든 대학원생들이 그 이상의 성과를 발휘하고 있어 졸업 후 취업이나 2단계 BK21과 같은 국가지원사업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필자는 대학원생 특히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보다 적극적이고 열린 사고를 갖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성취하기 바라는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그 성과를 논문으로 발표 하면 분명히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항상 말해 왔다. 하지만 아직 세상은 필자가 말한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그들에게 입증해줄 만큼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 신명나게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것은 좋은 연구 환경과 우수한 인재도 중요하지만 지방대학의 교수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해 실력을 갖춘 제자가 다른 요인이 아닌 실력만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의 조성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윤현도 / 충남대·건축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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