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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선택과 집중 … ‘기본 재산’ 확보에는 소홀
철저한 선택과 집중 … ‘기본 재산’ 확보에는 소홀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05.19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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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정운용 어떻게 하고 있나

‘대기업 학교법인’ 전성시대인가.
재계 순위 10위권에 드는 대기업 6곳이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중공업, 한진, 포스코 등 5개 대기업은 이미 대학운영을 맡아 왔고, 두산도 최근 중앙대를 인수했다. 유진그룹은 광운대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경기대는 “깜짝 놀랄만한 대기업과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기업 학교법인’의 재정운용 실태와 해당 대학구성원들이 말하는 장·단점, 기업의 특성은 대학운영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취재했다. 기업의 우산 아래 있는 경험있는 교수들은 “환상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대기업 학교법인’을 들여다본다.

 

대기업이 대학운영을 맡으면 확실히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까.

‘재정기여’는 늘어난다. 대기업의 전폭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포스텍. 지난 1987년 당시 포항제철이 설립한 포스텍은 전폭적인 재정지원으로 한 순간에 명문대로 도약했다. 지난해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는 포스텍에 총 1천151억 원의 법인전입금을 내놓았다. 인건비 등 경상비 지원만 371억 원. 시설건립비 267억 원과 기자재 구입비 등에도 219억 원을 투자했다. 2007년 현재 수익용 기본재산은 237.5%, 2008년 교비 예산 가운데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8.2%에 불과하다. 교수 연봉도 최상위급이다. 다른 일반 사립대와는 비교가 무의미한 게 사실이다.

다른 '대기업 학교법인' 대학들도 재정운용 실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한 해 교비 예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일반 사립대 평균보다 낮다. 지난 2005년 사립대 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65.5%. 성균관대는 올해 교비 예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52.4%를 차지했다. 울산대는 59.0%, 아주대는 59.6%를 등록금이 차지하고 있으며 인하대는 63.6%가 학생 등록금이다. 국민대만 등록금 비율이 84.5%를 차지해 실제 대학운영에서는 법인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등록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음에도 전체 평균 인상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일반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 평균인 6.6% 보다 인상률이 낮은 ‘대기업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인하대는 9.3%를 올렸고, 아주대는 7.9%, 성균관대는 7.4%, 울산대는 6.7%를 인상했다.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이 재정여건이 비교적 좋지만 어디에, 어떻게 재정을 배분하고 있는지는 눈여겨 볼 대목이다. 기업문화와 논리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는 삼성으로부터 지난해 1천억 원 넘게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골고루’ 지원은 절대 없다. 경상비전입금 661억 원 중 588억 원이 임상교원 인건비였고, 그외 삼성장학금이 55억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철저하게 ‘선택과 집중’ ‘특성화’ 전략에 따라 지원이 이뤄진다. 반도체 인턴쉽 지원비(1~2학년)에 15억7천만 원, 반도체 특성화지원금 15억 원,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인 GSB에 33억 원을 투자했다. 280억 원은 학술정보관, 국제관 등 신축건설사업비에 들어갔다. 성균관대는 “선택과 집중, 특성화 전략이 단기간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이라고 밝혔다.

대학구성원들이 바라는 대로 안정적인 재정투자는 이뤄지고 있을까. ‘대기업 대학’에 비교적 많은 법인전입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반 조성에는 소홀하다. 기업의 경영성과가 좋으면 모를까, 인수·합병의 위험에 노출이 되거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탄탄한’ 재정지원도 장담하기 힘들다.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그룹이 해체돼 재정지원이 줄어든 아주대와 국민대 사례로 충분히 알 수 있다.


2007년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예상과 달리 확보율이 낮게 나타난다. 수익용 기본 재산을 일반 사립대 평균보다 더 많이 보유한 곳은 포스텍과 한국항공대, 국민대뿐이다. 지난해 전체 사립대의 수익용 기본 재산 전체 평균은 55.6%. 반면 포스텍은 무려 237.5%를 확보했고, 한국항공대는 151.7%를, 국민대는 69.1%를 확보했다. 아주대(44.0%)와 인하대(38.1%), 울산대(15.2%)는 평균을 밑돈다. 특히 성균관대는 거의 운영수익이 나지 않는 토지만 보유하고 있는데 4.7%를 확보해 1천억 원이 넘는 법인전입금과는 대조를 이룬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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