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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현실 빗겨간 정책 시행에 정치적 혼란 겹쳐 사회모순 심화
[학술대회] 현실 빗겨간 정책 시행에 정치적 혼란 겹쳐 사회모순 심화
  • 강연희 기자
  • 승인 2002.03.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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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2 15:01:19
1997년 IMF 관리체제 이후 한국 사회 특히 노동시장은 유래없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라는 슬로건이 나부낄 정도로, 노동계는 ‘신자유주의 급류’에 휩쓸려가고 있다. 오비이락일까, 50년 만의 정권교체로 평가받는 이른바 ‘국민의 정부’ 출현과 이 현상이 기인한 형태로 맞붙어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구조조정’이라는 용어가 사회 각 부문을 쥐락펴락했지만, 이것을 김대중 정부의 탄생과 연결해 치밀하게 분석한 실증적 작업은 드물었다.

지난 7일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회장 정성진 교수)이 마련한 학술대회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체제의 변화’와 14일부터 이틀간 열린 한국사회학회 후기사회학 대회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색, 학계의 시선을 끌어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정책은 종속적 신자유주의’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이 마련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체제의 변화’의 주요 논의틀은 현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이 노동자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노동자 운동의 대응 방식을 검토함으로써 앞으로 지향해야할 노동체제의 방향을 모색하는데 있었다.

수편의 논문이 발표됐지만, 이날 문제 의식을 집약한 논문은 아무래도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의 ‘김대중정부 구조조정정책의 전개과정과 성격’으로 보인다. 장 교수는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의 성격을 ‘종속적 신자유주의’로 명명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해 발전을 유도하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자본의 지배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가 나타났고, 또한 IMF, IBRD 등 국제경제기구와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강화했기 때문에 ‘종속적 신자유주의’로 규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결과 고용조건의 악화, 독점의 강화, 빈부 격차 확대, 대외적 종속의 심화 등 자본주의적 모순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장 교수는 이를 가리켜 “김대중 정부가 한국경제의 발전단계에 맞지 않는 정책을 시행해 경제불안과 정치적 혼란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으로 규정했다. 이와 같은 종속적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장상환 교수는 “노동을 보호하는 진보적 내용을 담은 구조개혁”을 제시했지만, ‘노동을 보호하는’ 구조개혁이 노동으로부터 보수화하는 정부에서 어떻게 가능할지 부연 설명을 남겼어야 했다.

이종래 박사(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의 ‘국민의 정부 아래에서 노동정책의 성격’도 장 교수의 논의에 이어 주목할 만한 주장(타협의 계급정치)을 담은 것으로 읽혔다. 현정부의 노동정책이 ‘사회적 합의주의’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를 분석한 이 연구원의 작업은 특히 노동운동의 방향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는 “국민의 정부는 집권 초반기에 사회적 합의주의를 도입해 안정적 성장정책을 지속하려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흐름속에서 사회적 합의주의의 입지는 더욱 협소해지는 방향으로 전개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친노동적 정부를 노동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사회적 합의주의가 어째서 신자유의적 세계화 흐름 속에서 ‘협소‘해지게 됐는가를 구명하는 성실성을 보여주는데는 실패한 것 같다. 예컨대 사회적 합의주의의 실험 무대인 노사정위원회의 파행적 운영을 지적하면서 정부에 ‘더 많은 책임’을 물었지만, 동어반복의 비판적 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그같은 실패가 어떻게 ‘현상화’했는가를 설명하고, 극복하는 일일테니까 말이다.

이번 한국사회학회(회장 석현호 성균관대 교수)의 후기사회학대회는 ‘노동과 불평등’을 키워드로 일궈낸 종합 학술대회였다. 채구목 원광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비정규 근로자의 증가원인 분석및 과제’라는 주제로 현노동시장의 비정규 근로자 문제를 분석했다.

비정규 근로자 문제 제도화 방안 모색

한국의 비정규 근로자 규모와 변화추이의 특징중 하나를 살표보면 임시 및 일용근로자 비율이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정규 근로자가 증가한 것을 두고 채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주도한 시장 경제질서와 정보통신 등 기술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한국의 노동유연화 정책이 촉진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또 “비정규 근로자를 활용하게 만드는 법적, 제도적 측면 때문에 기업들이 비정규 근로자의 고용을 선호”함으로써 증가 현상이 고조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비정규 근로자 제도가 바람직한 방면으로 정착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채구목 교수는 “노동복지를 실현하고 고용보장을 확보하기 위해 비정규근로자의 노동조합 조직을 활성화하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한국의 임금구조는 연공적이지만, 실제 그 연공임금의 적용을 제대로 받는 노동자는 소수에 그친다는 사실을 밝혀 낸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인문학과)의 ‘한국은 장기근속과 연공임금의 나라인가’도 흥미롭게 읽힐 논문으로 보였다.
강연희 기자 alles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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