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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터뷰] 『朝鮮後期 鄕村支配政策硏究』(혜안 刊) 펴낸 오영교 연세대 교수(역사학)
[저자인터뷰] 『朝鮮後期 鄕村支配政策硏究』(혜안 刊) 펴낸 오영교 연세대 교수(역사학)
  • 강연희 기자
  • 승인 2001.1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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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4 16:03:13

조선시대 사회사 연구의 새로운 해석틀이 제기돼 질정을 기다리고 있다. 논의의 대상은 임란 이후 조선후기 공적사회제도의 하나인 鄕村제도.

극심한 전란을 겪은 조선사회는 17세기를 지나면서 체제붕괴에 대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수립한다. 그 중 생산현장이자 통치의 객체인 향촌사회를 둘러싸고 국가권력과 재지세력의 갈등이 나타나고, 그에 상응하는 사회제도와 조직이 발생한다.

“제 관심은 19세기 중엽을 중심으로 농민들이 목숨을 걸고 쟁취하려던 것이 무엇이었으며, 농민들이 대항한 국가권력과 지배체제는 어떠한 것인가에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저자는 어느날 농민의 1차적 생활의 장이 향촌이고, 향촌과 民을 지배하기 위한 공적인 사회제도 또는 국가권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런데 이 공적사회제도는 17세기에 새롭게 추진, 성립됐으며 당시기 경세론으로서 國家再造論과 관련돼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17세기의 새로운 향촌제도가 성립하게된 사상적 기저가 무엇이고 다른 시기와 달리 面里制, 五家作統制가 강조된 이유와 전개과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17세기 국가의 향촌정책은 기존 郡縣制, 守令制 중심에서 향촌사회와 민에 대한 통치조직을 정비하고 운영직임을 확정하여 민에 대한 직접 지배를 시행한다. 그 중 面里制와 五家作統制는 자연촌이 성장함에 따라 변화된 촌락구조의 질서에 대응하여 만들어진 국가차원의 공적사회제도이다.

국가권력이 종전의 군현제 내지 수령제까지만 간섭할 때에는 재지세력과 국가권력의 갈등이 심화되지 않지만, 재지세력의 1차적 근거인 향촌사회를 국가권력이 장악하려고 할 때는 갈등이 증폭된다. 재지세력이란 향촌의 기본적인 조직과 단위를 바탕으로 향촌 내에서 토지와 신분제에 의한 계급적 지배를 관철하고, 또 나름대로 鄕權이라고 불리는 독자적 세력을 가진 집단을 의미한다.
향권의 장악을 둘러싼 국가권력과 재지세력의 갈등구도는 사학계의 주요 연구과제였다. 그러나 기존 학계의 시각은 국가권력의 위상을 지나치게 상대화했다.

“국가권력을 강조하게 된 배경은 19세기 이후에 나타나는 농민항쟁 즉 민란과정에서 나타난 국가권력과 농민의 대립구도에 있습니다. 그 중간에 사적 권력으로서 향촌사회의 재지사족들은 개입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향촌사회 내에서 재지사족은 명목만 남은 형해화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17, 18세기까지 士族支配體制라고 불리는 士族들에 의한 향촌사회지배가 강권한 것처럼 보이다가 19세기에 들어와 사족들이 힘을 잃고 그 반동으로 국가권력이 강화됐다는 보는 것은 모순이다. 국가권력은 17세기부터 의연하게 존재해왔다는 것이 조선후기 사회사 연구에 대한 저자의 조심스런, 그렇지만 단호한 입장이다.
“17세기 정부의 향촌지배정책은 재지세력에 의한 향촌 장악을 배제하고 집권체제의 정비를 도모하는 國家再造의 목적에 따라 강화됐습니다.”

이와 같은 제도는 동시대 일본과 중국에도 나타난다. 중국의 保甲制와 里甲制, 일본의 五人組와 十人組 제도, 조선의 五家統, 十家統 제도는 중국의 封建制와 鄕遂制를 모델로 가호를 중심으로 촌락을 구별했다. 이것은 동아시아 삼국이 儒敎라는 공통된 사상기반을 가졌고 중국의 古法制를 이상향으로 삼은 결과 공적 사회제도의 하부구조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근래 저자의 관심의 축은 지역의 지방사 연구에 있다. 역사의 현장을 발로 열심히 뛰어다니다보면 뜻하지 않은 중요한 사료를 얻게 된다. 각 지역별로 나오는 자료를 중심으로 지방사와 결합해 연구하면 실재 재지사족이 향촌을 어떻게 지배했느냐에 대해 실재적이고 폭넓은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주지역학 연구에 오랜 시간을 바쳐온 저자는 한강 인근 수도권 지역의 사족들의 지배형태,즉 동족마을과 문중과의 관계를 분석해 조만간 책을 낼 예정이다.
강연희 기자 alles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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