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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상징성’ 뿐 … 내실 의문”
“재외 과학자 네트워크 구축 활용 바람직”
“해외 석학 ‘상징성’ 뿐 … 내실 의문”
“재외 과학자 네트워크 구축 활용 바람직”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05.13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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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확대] 정부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 ‘실효성’ 논란

“‘해외 석학’에 얽매여 정치적 ‘상징성’만 강조하는 것 아니냐. 얼마나 내실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수한 해외 학자라면 3년 이상 전임교원으로 채용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해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자만 지원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획기적인 기획이다. 한 대학에 1~2개 과제만으로는 세계 수준이 될 수 없다. ‘클러스터’ 형태로 집중 지원이 된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해외 학자를 산발적으로 유치한다고 ‘연구 문화’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 내 시스템이 문제인데 어느 정도 인프라를 갖춘 대학이라야 가능하다.”

 

앞으로 5년간 8천250억 원을 들여 ‘해외 석학’을 유치해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을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새 대학재정지원 사업이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사업은 해외의 우수교수를 영입해 국내 교수 경쟁을 촉진시켜 보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이 사업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추진할 예정이다. 연구과제 유형별로 사업비 배분도 하지 않고, 신청을 받은 뒤에 수요를 파악해 선정 과제수와 사업비를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원분야를 신 성장동력 창출 분야로 한정하고, ‘새로운 전공분야 개설 지원 과제’ 유형은 기존 대학에 개설돼 있지 않은 융·복합 전공으로 금융공학이나 과학철학 등을 예로 들며 학과 내 전공이나 학과 신설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금융공학이나 과학철학 전공은 학부나 대학원 협동과정으로 개설돼 있는 대학도 있는 현실인데도 새로운 전공분야를 강조해 공청회에 참석한 대학 관계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교과부는 융·복합 전공 개설 실태 등을 파악해 확정짓겠다고 밝혔다. 이 같이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충분한 사전 실태조사와 면밀한 검토없이 조급하게 신규 사업을 내놓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재외 한인 과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거쳐 활용 실태와 정책 방안을 제시했던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재외 한인 과학자의 의견을 들어 보면 사실 ‘기초 연구 환경’을 문제 삼고 있다”면서 “연구시설 등 물적 기반 뿐 아니라 창의력 있는 과학자도 못 견디게 하는 국내의 연구풍토가 문제인데 이런 부분은 정책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적다”라고 말했다. 진 연구위원은 “자녀 교육이나 주거 환경 등 정주 환경을 정비하는 사업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한인 과학자 유치를 위해서는 한국의 연구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이전에는 더 좋은 선진국에서 연구성과를 쌓도록 하고 이를 한국에서 공유하도록 하는 네트워크 활용 형태가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정으로 교과부는 WCU 사업 가운데 세 번째 유형인 ‘세계적 석학초빙 지원과제’에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공분야 개설 지원 과제’와 ‘개별 초빙 지원 과제’는 해외 학자를 3년 이상 전임교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전제하는 사업이어서 사실상 어느 정도의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대학이 추진 가능한 연구과제다. ‘석학초빙과제’는 해외 학자 1명 기준으로 3~5억 원 내외를 지원하며 비전임교원으로 최소 연 2주 이상 국내 체류하는 조건으로 공동연구나 수업, 특강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어 ‘현실성’ 있는 연구과제로 받아들여 관심이 높다. 교과부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해 대학이 신청할 수 있는 과제수와 전체 지원금액도 제한을 둘 방침이다.

인하대의 한 교수는 지난 8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교과부 공청회에서 “‘석학초빙과제’는 최소 국내에서 2주 이상 체류하도록 제시했지만 해외 석학을 데려와 관심을 집중시키고 국내 연구를 활성화 하려면 2주는 짧다”면서 “노벨상 수상자의 경우는 한국에 온 김에 다른 학교 특강도 하게 될 텐데 최소 체류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대의 한 교수는 “생명공학분야를 전공하고 미국에 있는 재미 한국인과 미국인 학자에게 이 사업을 설명했더니 이 정도 지원으로는 한국으로 오기 힘들다고 했다”면서 “미국 쪽 일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일자리를 옮기는 게 굉장히 힘들어 (3년 이상 전임교원 채용을 전제로 하는) 이 사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 사업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 박주호 학술연구진흥과장은 “해외 학자 유치 사업만으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만들 수는 없다”며 “개인연구과제는 내년에 3천억 원을 늘려 모두 6천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체 고등교육정책과 연구개발사업을 함께 판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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