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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사고력 연계 ‘모색중’ … 이공계 글쓰기는 약진
문장·사고력 연계 ‘모색중’ … 이공계 글쓰기는 약진
  • 교수신문
  • 승인 2008.05.0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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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글쓰기 관련 교재들, 어디까지 와 있나

기술적인 측면보다 내용에 집중하라, 좋은 글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즐겨라, 좋은 글은 단순하고 정확한 말이 생명이다, 글에 대한 헌신과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져라…. 이것은 지난 2005년 6월에 출간된 『성공한 CEO가 직접 말하는 비즈니스 글쓰기 노하우』(케빈 라이언 지음, 권오열 옮김, 길벗)에 수록된 주장들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고, 그들의 잠재 욕망을 읽어내서 내놓은 책이긴 하지만 사회생활 역시 글쓰기와 무관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해주었다는 점이, 다루고 있는 ‘글쓰기 방법론’보다 더 신선한 책이다.
글쓰기를 화두로 한 책은 대학 교재 말고도 숱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07년, 2008년에 한정해도 대략 40여 권 가까이 출간됐다. 이들은 크게 세 가지 부문으로 성향이 나뉘고 있다. 첫째는 전통적 글쓰기, 둘째는 철학적 글쓰기, 셋째는 이공계 글쓰기 등 영역별 글쓰기로 대별할 수 있다.

전통적 글쓰기는 ‘국문과’를 중심으로 한 어문학계열 저자들의 독무대였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대학 글쓰기 강좌의 주도권을 발판으로 교양 글쓰기를 제도화하는 데 기여했다. 『대학 글쓰기』(정희모 외 지음, 삼인, 2008) 등이 강좌의 주교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여기에 『글쓰기 생각쓰기』(윌리엄 진저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7) 같은 눈 밝은 출판사 저작이 포진해 있다. 특히 후자는 주로 문장구성력 강화, 글쓰기의 기본체력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글쓰기 저작이다.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1 : 글쓰기에도 매뉴얼이 있다』(탁석산, 김영사, 2005)에서 저자는 “국문과에서 주로 가르치는 글은 ‘문학적인 글’이다.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논술이나 기획서 같은 데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글쓰기이다. 그것의 기본은 논증이다”고 말했다. 철학이 ‘논증’을 무기로 글쓰기 영역에 분명하게 진입한 장면이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A.P. 마티니치 교수의 1996년 저작을 옮긴 『철학적으로 글쓰기 입문』(강성위·장혜영 옮김, 서광사, 2007)이 대표적인 책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논리와 논증에 무게를 실은 『비판적 사고를 위한 논리』(박은진·김희정, 아카넷, 2004), 『비판적 사고와 논리』(한상기, 서광사, 2007), 『비판적 사고 : 실용적 입문』(앤 톰슨 지음, 최원배 옮김, 서광사, 2007) 등이 있다.

이들은 글쓰기를 ‘작문’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와 논리의 문제로 이해했다. 따라서 이들 교재의 초점은 ‘사고력’ 훈련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서광사 김신혁 사장이 “많은 일반인들은 글쓰기를 국문과 영역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철학적으로 사고를 하지 않으면 글을 올바로 쓸 수 없다.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올바른 사고를 하고 글을 쓰는데 바탕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출간했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 놓여있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는 이들 철학적 글쓰기를 강조한 교재들에 대해  “텍스트 분석에는 뛰어나나 쓰기 과정의 세밀한 부분을 지도하는 데는 약점이 있다. 지나치게 논증 형식에 매이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국어 교육 쪽과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있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 연구를 해 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신중하게 평가했다.

공동 연구로 교재 개발하는 것도 아이디어
글쓰기 교재들도 영역별로 진화하고 있다. 요 몇 년 사이 꾸준하게 출간되고 있는 이공계와 관련된 글쓰기 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영역별 글쓰기 교재는 대학과 대학출판부쪽에서 ‘강의’를 전제로 개척한 바 있다. 서강대는 2006년에, 영남대는 2007년에 영역별 글쓰기 교재를 내놓았다. 출판사들이 기획해 내놓은 영역별 글쓰기 교재는 ‘이공계’ 쪽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말부터 출간된 책들로는 『기승전결을 버려라』(강호정, 이음), 『공학도를 위한 글쓰기 노하우』(김동우, 생능), 『이공자연계를 위한 발표토론과 글쓰기』(박윤우, 역락), 『명쾌한 이공계 글쓰기』(김성우, 제우미디어), 『비판적 사고와 과학적 글쓰기』(마릴린 모라이어티 지음, 정희모 외 공역, 연세대출판부)등이 있다.

‘과학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대학원생에게 강의를 해 온 강호정 연세대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는 “과학 기술자들의 글쓰기 교육은 단순히 ‘작문’ 교육이 아닌, 과학 연구 활동이 행해지는 총체적인 과정에 대한 경험을 하고 이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가르치는 교과목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절박감 때문인지 이공계 글쓰기 저작들은 관련 전문가들에게 호평과 우려가 뒤섞여 있다.

신선경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국어학)는 “이공계 학생들은 인문사회과학 학생들에 비해 전공과정에서 글쓰기를 훈련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공계 글쓰기 관련 교재들은 더 필요하다”고 본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는 “과학 쪽 글쓰기 텍스트는 질적인 측면에서도 괜찮은 책들이 꽤 나와 있다”고 과학영역 글쓰기 교재를 평가하면서, “다른 분야로 확산돼야 하는데, 전문 교수가 없어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글쓰기 교재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교수신문이 2년 전 취재했던 문제점들, 예컨대 사고와 글쓰기의 연계(이창우 가톨릭대 교수), 거시적 글쓰기 전략(박정하 성균관대 교수)과 같은 주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어쩌면 이 문제는 적합한 교재에 있다기보다 적합한 ‘교육’에 있는 지도 모른다. 덧붙인다면 “이 책은 논술을 지도하는 분들께는 물론이고 논술시험을 치르게 될 학생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기본 교재가 될 것이라 믿는다”는 『철학적으로 글쓰기 입문』 ‘옮긴이의 말’과 “철학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마니티치의 안내는 보석과도 같다. …모든 대학 철학과 교수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라는 원작 추천의 글 사이에 있는 괴리감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글쓰기(교육)의 목적, 글쓰기 교재의 목적이 여전히 명료하지 않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신선경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국어학) 조언

 

 

“글쓰기 교육이 대학에 본격적으로 자리잡고 비중이 늘어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때문에 과도기적 상황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지금 나와 있는 책들은 논리적 사고가 부족하거나, 글쓰기의 형식이 부족하거나 둘 중 하나다.

최근 비판적 사고를 반영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문과 연구자들의 저작이 많아 글쓰기 형식에 치우친 감이 있다. 학생들이 실제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어떻게 사고해서 풀어나가야 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고민이 충분히 담겨있지 않다. 철학적 관점의 글쓰기 책들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철학 연구자들의 책들은 논리적 사고를 어떻게 언어와 연결시켜서 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다.

글을 쓰는 것은 우선 어떻게 논리를 세우고 사고할 것인가를 계획하고, 다음 단계에서 그 사고를 문장론적으로 다듬는 것을 포함한다. 아직 양자를 포괄한 교재들은 부족한 실정이다. 조금씩 보충하고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실 글쓰기 교육을 한다는 것은 피교육자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굉장히 필요한 일이다. 학생들은 전공, 학년, 개인적 특질 등 너무나 다른 사고와 눈높이를 가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서 보충할 수 있는 맞춤형 글쓰기 훈련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교재가 필요하다.”        
정리 = 김혜진 기자 khj@kyosu.net

 



■ 『철학적으로 글쓰기 입문』

 

이 기술(지속적인 살 붙이기 작업)을 가지고 여러분은 에세이의 테제나 요점을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 한 문장을 공식화하려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배경지식으로서 독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며 기술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요구되는 배경 지식과 기술적인 용어의 설명은 연속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보충되는 것이다.

실전에서 지속적인 살 붙이기 과정이 너무 초기 단계에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을 학생은 주저할지도 모른다. 학생은 이렇게 항의할 수도 있겠다. “내가 실수를 하면 어떡합니까? 나의 중심 테제로서 공식화된 명제가 잘못된 것이면 어떡합니까? 그리고 내가 처음에 좋은 논증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나의 테제가 잘못된 것과 나의 논증들이 나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나의 대답은 나중에 거짓임이 밝혀지는 테제로 에세이의 초안을 작성하더라도, 나중에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되는 논증들을 구성한다 해도 저자가 잃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테제가 거짓임을 발견하면서 저자는 간접적으로 그녀(학생)의 원래 테제의 부정이라는 진실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거짓 테제를 믿게 인도할 수 있거나 인도한 어떤 논증들, 즉 저자가 원래의 테제를 위해 고안했던 참인 논증들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 『과학글쓰기를 잘하려면 기승전결을 버려라』

왜 우리에게 익숙한 기승전결의 구조가 과학 글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먼저 전환[轉] 단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단계는 도입이나 발전 단계에서는 전혀 언급된 적이 없는, 새로운 내용이 갑자기 나타남으로써 독자의 흥미와 감동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그러나 과학 글쓰기에서는 글 전체에서 동일한 메커니즘과 논리적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 기승전결의 구조는 간접적이고 비선형적인 전개를 특징으로 한다. 즉, 비유나 암시, 복선 등의 간접적인 표현 방법을 중시하며, 결론이나 핵심이 되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글의 뒤쪽에 배치한다. 이렇게 되면 글 전체를 끝까지 읽은 다음에도 글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과학 글쓰기에서는 독자가 서론을 읽는 동안에 해당 글의 어떠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결론까지도 추론할 수 있는 논리적 명확성을 미리 보여줘야 한다.

강호정 교수가 제안하는 과학글쓰기의 기본형식
서론: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배경 정보를 제공하라
재료 및 방법: 누구라도 실험을 재현할 수 있도록 작성하라
결과: 묘사적 설명, 표, 그래프를 적절히 활용하라
토의: 창의성과 논리성을 강조하라
참고문헌: 한 편의 논문, 한 권의 책에서 양식을 통일시켜라
초록과 결론: 최대한 많은 정보를 균형 있게 요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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