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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한완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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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조 시기상조…계약·연봉제, 교수 퇴출수단 아니다”
취임 11개월 째를 맞는 한완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최근 잇따른 교원정년 환원, 수능시험 문제 등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야당은 교원정년을 정치쟁점으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올해 갑작스레 어렵게 출제된 수능시험은 교육정책의 일관성 부재라는 여론의 질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난 30일 우리신문과 나눈 대담서두에서부터 교육을 정쟁화하는 정치권 행태를 비판했다. “교육을 정치쟁점화 해선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것. 하지만 계약·연봉제 시행을 앞두고 교수사회의 비판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두 제도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공식 출범한 교수노조에 대한 석연치 않은 교육부의 태도는 교수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신문은 즐비한 대학사회의 쟁점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한 부총리와 마주했다. 그로부터 대학 현안과 관련한 공식입장을 들어봤다.

● 일 시 : 2001년 11월 30일
● 장 소 :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실
● 대담자 : 이영수 발행인(경기대) , 박영근 주간(중앙대)

 
△교원정년 환원, 수능시험 논란 등으로 인해 교육부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이 정치쟁점화 되는 나라는 미래가 없습니다. 교육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정파적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교육은 정권의 이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아가야 합니다. 교육의 기본목적이 다음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못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 교육은 끊임없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너무 시달려 교육의 근본목표가 흔들리고 왜곡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최근 지나치게 교육붕괴, 교육이민, 쉬운 수능 문제 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교육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교육정책이 과도하게 경쟁과 시장원리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과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관과 창의성을 겸비한 인적자원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정부는 그간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따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더불어 중학교 의무교육 전면 실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확대 등 공정한 교육기회의 보장에도 중점을 뒀습니다. 이를 두고 신자유주의니 신보수주의니 하는 이데올로기적 시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자율과 다양화를 통해 교육의 책무성을 확보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대학정책이 지나치게 교수들만을 개혁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로 인해 교수들의 만족도와 사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교수들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을 이끌어 온 지도자·선각자로서 인재를 양성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교육부가 현재 추진중인 각종 대학개혁 정책은 우리대학이 세계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이점에서 보더라도 대학교수는 개혁의 대상이기보다 주체입니다. 교육부는 이를 감안해 대학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대학인이 자율권을 가지고 대학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직 교수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할 계획입니다.”

△요즈음 교수들의 주된 관심사는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계약제와 연봉제입니다. 교육부의 긍정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두 제도에 대한 교수들의 비판여론이 높은데.

“계약·연봉제를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1960년대 제가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할 때도 계약·연봉제는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신자유주의라는 말도 없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미국에서 3년간 교수를 하면서 메이저 저널에 논문을 실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제도적 장치 때문입니다. 두 제도하에서 교수들은 연구에 매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입니다. 계약·연봉제는 대학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수월성을 추구하고 담보하는 장치입니다. 우수한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것이지, 주어진 권리를 뺏거나, 교수를 퇴출시키기 위한 제도는 아닙니다. 이를 신자유주의와 엮어 공격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됩니까.

“한국의 교수시장은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미국만 해도 다른 대학으로 옮기기 쉽고, 교수직을 그만두더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교수는 그만두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따라서 계약제를 이미 채용된 교수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런 이유로 신규채용하는 교수들에게만 적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계약제는 신규채용 교수부터 적용하고, 연봉제는 2003년 이후 도입을 검토하는 등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신분 불안을 야기하고,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교수들의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신규채용시 원서 접수 마감 2개월 전까지 일간지, 관보 등에 지원자격, 채용분야, 인원 등을 공고하고 채용심사 과정에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교수채용 절차 종료 후 지원자가 요구하면 심사 기준, 심사 점수 등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계약·연봉제는 인센티브 제도이지, 교수를 쫓아내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채용·재임용 절차 공정화

△지난달 10일 교수노조가 공식출범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실정법 상 불법단체인 교수노조의 합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외노조로 교수노조가 출범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교수노조를 추진하는 교수님들의 주장하는 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는 교수님들 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현재 다양하게 조직돼 있는 전문직 교수단체, 각종 장관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보장되고 있습니다. 물론, 교수님들도 임금생활자라는 점에서 일반 노동자와 유사한 경제적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가 일반노동자와 구별되는 특수성은 대학자치의 주체로서 고도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이점에서 교수노조 허용 문제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봅니다. 합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 활동은 불법이기 때문에 정부나 대학당국의 입장에서는 법에 따른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사정위원회의 논의 결과와 공무원 노조에 관한 정책방향, 그리고 교수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합법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내년도 지방대 5백억원 지원

△부총리께서도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셨습니다. 교수노조 또한 그런 차원에서 이해돼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평생 대학의 자율과 학문의 자유를 위해 살아온 사람입니다만,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이 조금도 침해를 받지 않고 발전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노조가 정말 필요한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지금 학문의 자유와 학원의 자율이 없다면 교수노조와 민주교수협의회가 할 일을 많이 해줘야 할 것입니다. 교수노조가 내건 존재이유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정도입니다. 하나는 사학비리를 척결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봉제와 계약제에 대한 비판입니다. 사학비리는 당연히 척결돼야 합니다. 그러나 사학비리 척결의 가장 유용한 제도적 장치가 교수노조는 아닙니다. 특단의 대학교수조직을 따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예를 들면 전국적으로 사학비리 척결 대학교수연합과 같은 엔지오 단체도 가능합니다.”

 
△지방대 총·학장들이 얼마 전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안을 내놓았습니다. 위기에 처한 지방대를 구할 정책적 방도는 어떻게 구상하고 계십니까.

“교육부는 지방대 문제를 완화하고자 지난해 12월에 지방대육성대책을 수립·발표했으며, 지방대육성위원회를 구성·운영 중에 있습니다. 특히 지난 11월6일 지방대육성위원회에서 제출한 ‘지방대육성을위한특별법안’을 고려해 교육부 안을 확정한 바 있으며 현재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 중에 있습니다. 더불어 지방대의 자율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도 지원예산 5백억원을 이미 확보했습니다. 정부의 노력 못지 않게 지방대의 자발적 노력도 중요합니다. 산·학·연 연계체제 구축, 특성화 및 내부혁신 노력 등 대학 스스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대학이 자생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주도에서 자체발전의지를 조성해주는 방향으로 지원방식을 바꿔 갈 것입니다.”

△대학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들의 분규를 보면 법인의 전횡과 비리가 주요 원인입니다.

“친·인척 중심의 독단적 학원운영, 학교공금 횡령 등 회계질서 문란, 교원임용 및 재임용 관련 학내구성원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대학이 안정되지 못하고 학생수업 등 학사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육부는 현재 이러한 대학에 대해 행정감사, 임원취임승인 취소 및 임시이사 선임 등의 방법으로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노력으로 과거에 비해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이 점차 감소되고 있다고 봅니다. 교육부는 앞으로도 사학운영의 자율성은 신장시키되,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사학에 대하여는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사학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선 사립학교법이 먼저 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정치권과 교육관련단체 등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와 사학법인단체 상호간에도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법 개정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된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의견수렴을 통한 합의도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이 사학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민주성·투명성·공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됨으로써 우리 사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임시이사가 파견된 11개 대학의 이사진 교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임기가 올해로 끝나는데 교육부의 처리방침은 무엇입니까.

“임시이사가 파견된 11개 대학법인은 그동안 이사들의 노력 덕분에 현재 대부분의 대학이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재된 학내구성원의 갈등요인까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임시이사가 파견돼 있는 법인 중 8개 법인의 임시이사들의 임기가 금년 말에 만료됩니다. 각 개별 사학이 처한 사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학내구성원은 물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개별 사학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 처리할 계획입니다.”

△고사위기에 처한 기초학문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예정입니까.

“정부의 재정지원이 이공계 위주의 과학기술개발 분야 등 실용학문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비판과 함께 기초학문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원리를 학문분야에 적용할 경우 경제성이 없는 순수기초학문은 학문성과물의 구매자가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기초학문 육성을 위해 내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1천억원씩 3천억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지원대상은 인문학, 사회과학, 기초과학 분야의 순수기초이론연구가 중심입니다. 연구팀, 대학연구소, 연구소 등의 컨소시엄 형태를 통한 공동연구, 협동연구, 학제간연구 등 기초학문의 연구와 저작을 진작시킬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연구과제 중심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대학에도 반드시 필요한 기초학문의 소양을 가진 인재 양성을 위한 중핵교육과정(Core Curriculum)의 설치 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인문사회, 기초과학분야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초학문의 안정적 지원을 위한 ‘학술진흥기금’을 포함한 계속적인 지원방안을 고려할 것입니다.”

사학 자율성 신장 하되, 비리에는 엄정 대처

△고급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측면에서도 대학강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시간강사들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은 무엇입니까.

“시간강사들에 대한 처우를 다소나마 개선하기 위해 시간 강사료 단가를 금년도 2만3천원에서 내년에는 3만원으로 인상하고, 직업이 없는 시간강사에게는 연구비를 시간당 4천원씩 추가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이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습니다. 또한 대학에서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도록 유도해 시간강사들이 전임교원으로 흡수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국립대학의 전임교원은 2002년도에 1천명을 증원했으며, 2003년에도 1천명을 증원할 계획입니다. 사립대에 대하여는 전임교원 증원을 행·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하도록 하여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겠습니다. 시간강사 명칭 변경, 퇴직금 수혜, 법적 지위 개선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대학 교육환경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산업사회에 맞춰져 있던 학사조직, 교육내용, 교육방법과 교육매체가 지식기반사회에 걸맞게 바뀌어야 하고, 대학 행정과 운영방식도 변화돼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기본 방향 속에서 대학의 다양화·특성화를 추진하고 대학 내부의 운영 체제를 선진화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교육부의 정책방향입니다. 정부는 향후 이러한 대학체제 개편 원칙을 분명히 지키되, 개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세밀히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리 :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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