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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과 열정] 대학 자율화의 핵심
[비전과 열정] 대학 자율화의 핵심
  • 교수신문
  • 승인 2008.04.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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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대학 자율화가 기대 이상으로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늘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열망했던 터라 기대가 크고 가슴이 뛰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학의 경영자로서, 학자와 교육자로서, 그리고 보통의 시민으로서 꼼꼼히 따져 보니 보완돼야 할 것과 염려되는 바가 눈에 들어온다. 부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을 진지하게 점검하고 대응함으로써 대학자율화가 본래의 기대와 가치에 근접하기를 바란다. 

첫째로, 대학 자율화의 중심에 대학의 본질과 역사적 소명이 자리 잡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작금의 대학 자율화는 입학제도의 자율화와 정부로부터의 자율이 주요 의제로 돼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 총장이나 이사회의 자율 확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자율화는 원래 학문과 사상의 자유, 양심과 가치의 수호, 소통과 연대의 강화 등 대학의 본질과 역사적 소명이 더 근본적이고 중요하다. 이같은 본질과 소명이 빠져 있거나 등한시되는 자율화는 껍데기 자율화에 불과하다.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라 하거나 대학의 권위가 존중돼야 하는 근거를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학의 자율화는 대학의 대외적 권력화나 대내적 권력 경쟁의 겉포장에 불과할 수 있다. 앞으로 이에 관한 좀더 진지하고 뜨거운 논쟁과 흡족한 결론을 기대해본다.        

     
둘째로 자율화의 전제 조건인 성찰과 절제가 얼마나 배태돼 있는가이다. 자율은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 해방구 만들기도 아니다. 그것은 대학의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자발적이고 지성적인 결단과 실행이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주장들이 열린 소통과 합리적 의사결정을 통해 만들어 지키는 대학공동체의 규범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학 자율화에서는 왜 대학의 타율이 통용되고 선호됐던가, 자율역량을 의심받은 이유는 무엇이었던가에 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편법과 독선 또는 핑계와 시늉으로 대학의 권위와 지성을 스스로 훼손시키지는 않았는지 뼈아프게 돌이켜 보아야 한다.

나아가 구성원 각자의 권한과 책임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절제와 동참의 규범을 정착시키겠다는 다짐도 해야 한다. 이사회도 그래야 하고 총장도 그래야 하며 교직원과 학생도 모두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의 자율화는 자칫 이사회나 총장만의 권력 강화나 극단적인 학과이기주의나 개인주의 또는 구성원간의 분란과 갈등 확산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성찰과 절제가 체질화된 대학 자율화가 필수적이다.         

셋째, 대학 자율화의 대외적 영향력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화에 있어 권력과 정치 그리고 정부로부터의 중립과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대학의 자율로 인해 누군가의 자율이 침해되지 않게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대학의 자율 때문에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들의 공부 방식이 흔들리고, 서울에 있는 큰 대학의 자율이 지방의 작은 대학의 자율을 제약하는 것은 진정한 자율은 아니다.

따라서 대학의 자율화가 확대될수록 대외적인 영향이나 부작용을 염려하고 줄이려는 노력은 강화돼야 한다. 대학의 불편 해소나 의사는 관철돼 좋지만 자율화의 역량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초중등학교와 타 대학의 자율화를 제약한다면 과감히 수정하는 것이 지성 공동체다운 자율성이 아닐까. 대학들 특히 강하고 큰 대학들의 통 큰 배려와 책임감을 기대하고 촉구한다.   

    
넷째, 대학의 자율화가 정권의 또 다른 치적 쌓기에 머물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대학의 자율화 조치는 수없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대부분 몇 건의 자율화 조치를 취했다는 양적 치적에 머물거나 형식만 달리한 위장된 자율화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만은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대학입학제도의 협의, 조정권을 대교협에 넘겼다고 자율화가 이룩된 것은 아니다. 시어머니만 바꾼 형식적인 자율화는 과감히 배제돼야 한다. 정부가 표방한 대학 조직과 재정운영의 자율화도 대학의 실질적인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로 나타나야 한다.

그렇게하기 위해서는 사전 지시나 통제가 아닌 사후 평가나 점검 방식이 중심을 이루어야 한다. 대학의 질적인 성장을 판단할 수 있는 성과 지표를 발굴하고 그 결과에 대해 엄격하게 보상하고 제재하는 관행을 세우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디 치적 쌓기나 위장된 자율화의 유혹을 과감히 떨치고 대학의 자율적 체질 강화를 통한 대학의 본질과 권위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자율화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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