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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연구성과는 누구의 것인가
교수의 연구성과는 누구의 것인가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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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3 11:54:58
지난 11월 28일 서울대 창업보육센터 강당에서 열린 ‘대학 연구성과의 지적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에 관한 세미나는 대학 지적 재산권의 현황이 논의되는 자리였다.

한국과학재단과 특허청 주최로 1부 ‘대학 연구성과의 지식재산권 보호 및 산업화’와 2부 ‘기술이전 전담조직의 활성화’로 나뉘어 열린 이번 세미나의 중점 논의사항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대학교수의 연구성과를 누구의 것으로 하느냐’와 관련된 특허권 귀속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성과를 전담 관리할 전문기관의 활성화에 대한 논의이다. 즉 이번 세미나의 목적은 대부분 국가 소유로 넘어갔던 대학 연구원들의 특허권을 소속 대학으로 돌리고, 특허권을 바탕으로 대학이 실질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그것을 관리할 전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의 공유에 있었다. 논란이 돼온 사안인 데다 특허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까지 된 터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대학의 특허 출원이 부진한 이유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성우 특허청 유전공학과장은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의 지식재산권 보호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서 국내 대학 특허관리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했다. “기술 경시 풍조와 실용 정신의 부족이 우수한 과학기술의 전통을 가졌음에도 지적재산권 개념 자체가 희박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보고, 기술과 산업의 연계 풍토 조성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특허권 귀속 문제의 해답을 제시할 사례로 1980년에 제정된 미국의 Bayh-Dole법을 들었다. Bayh-Dole법은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창출된 특허들이 창고에서 쌓여가자 기존의 국가 소유 원칙을 과감히 바꿔 발명을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는 대학이나 중소기업에 소유권을 귀속시키도록 한 법”으로 “대학의 창의력과 기술이전이 활성화돼 대학을 IT, BT 등 신산업을 일으키는 주역으로 등장시킴으로써 가장 성공한 입법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조 서울대 교수(법학과)는 ‘국립대의 특허권 귀속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대학 중에서도 국립대의 특허 신청과 관리가 특히 저조한 이유는 바로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데 있다고 정 교수는 진단했다.(표 참조) 현재 특허 귀속을 보면 사립학교는 소속학교, 국립대 교수는 국가공무원 신분이므로 국유로 되고, 자유발명은 교수 개인 소유로 되고 있다. 그러나 자유발명의 기준 역시 애매해서 선정과정에 논란이 많은 상황이다.

정 교수는 국립대 특허관리 제도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국립대가 특허권을 취득했다고 해서 그 수익금을 교직원의 연구활동에 재투입할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특허권을 취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왔다”며, 어느 경우에 대학에 특허권의 승계가 이뤄지는지, 국립대의 특허권 승계가 대학에 실질적인 연구개발투자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대학의 특허출원 비용 부담을 위한 재원이 미비한 실정에서 자신에게 귀속되지도 않을 권리를 위해 특허등록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교수가 복잡한 특허출원 절차나 소송에 휘말릴 경우 정작 본연인 연구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것도 특허 전담기구가 시급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기술이전전담센터를 설치한 나라에서 이런 문제들이 대부분 해소되고 있다고 보고 빠른 시간 안에 대학 안에 기술전담센터를 둘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허법 개정논의 활발

2부 첫 발표자로 나선 정현희 한국과학재단 지식확산팀장은 ‘국내대학의 기술이전 조직 현황 및 활성화 방안’에서 그간 순수학문 연구에만 매진해온 대학의 연구성과를 산업화, 상품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기본 연구 뿐 아니라, 공공자본 투입에 대한 사회적 책임역할도 강조되고 있어 대학 연구결과의 활용이 국가적 관심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 즉, 대학도 이제는 돈 안 되는 연구에만 매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며,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품화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30일 전국 국·공립대학교 연구업무담당 처·실장 명의 제출된 대정부 건의문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국·공립 교직원의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대학 기술이전 전담조직에 귀속시킬 것과, 둘째, 각 대학의 전담조직은 단독 혹은 권역별 공동 설립의 다양성을 인정할 것, 셋째, 전담조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것, 넷째, 전담조직이 자생력을 가지는 일정 시점까지 정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 등이다. 또한 지난 11월 13일에는 국회의원 60명의 발의로 ‘특허법중개정법률안’이 제안되는 등, 대학 특허권과 관련한 크고 작은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특허권을 어떻게 끌어안는가에 대한 부담은 만만치 않다. 그것은 곧 교수에 대한 지원배분과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특허 획득이 연구성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 역시 교수들에게 특허를 멀리하게 하는 요인이다. 예전의 특허가 기계 ‘발명’ 위주였다면 앞으로의 특허는 아이디어와 개념 ‘발견’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예측 또한 특허 관련 논의가 담아 내야할 중요한 사안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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