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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너무 성급 … 중국식 민주주의는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 너무 성급 … 중국식 민주주의는 성공할 수 있을까”
  • 교수신문
  • 승인 2008.04.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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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 『21세기 중국 정치』 서진영 지음 | 폴리테이아 | 2008

중국 정치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은 종종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해 고민한다. 물론 특정 지역의 정치를 연구하는 이들이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세계 4대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5천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 봉건제에서 바로 사회주의로 다시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것과 같은 독특한 발전 경험을 가진 중국이라는 나라의 정치를 연구함에 있어 과연 서구에서 체계화된 정치학의 보편적인 논리와 개념이 통용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더구나 세계사에서 날로 커져가는  중국의 비중은 연구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21세기 중국 정치』는 이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와 그 예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보편적 정치 이론과 개념을 바탕으로 중국을 분석하고, 동시에 중국이라는 특수성에서 보편적 요소가 어떻게 표출되고 해석 및 해결되는지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이 책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고 있다. 먼저 서론에서 문제의식을 밝힌 후, 중국 정치의 특수성을 규정하는 부분과 그것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배경과 이데올로기를 분석했다. 역사적 배경으로 저자는 현대 중국에 영향을 미친 고대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100여 년간 혁명 시기의 주요 특성을 추출 및 분석하고 있다. 주요 이데올로기 분석에서, 기본적으로 개혁개방 이전시기에는 역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사회주의에 대한 중국적 해석을, 개혁개방이후 1990년대 탈냉전 시기에는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민족주의의 중국적 발현인 중화민족주의를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다음으로 중국적 특수성을 반영한 구조적 측면인 정치 제도와 권력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정치 제도에서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와 대비한 중국의 특성을 분석하고 있고, 권력구조에서는 주로 중국의 정치 엘리트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들의 목표와 이익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는 개혁·개방이후의 중국 정치 상황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개혁개방의 배경, 전략적 선택과 구체적 행동 프로그램, 그 결과로써의 중국사회의 변화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역으로 중국 정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에서 저자는 중국의 개혁 개방이후의 상황을 현재로서는 그 정책은 성공했으되 그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찮은 ‘성공의 역설’이라고 규정짓고, 이에 대한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을 고찰하고 있다. 동시에 이 ‘성공의 역설’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향후 중국 정치의 핵심적 과제로 보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 자유주의 개입 놓쳐


중국정치를 분석함에 있어 대체로 이 같은 구성 및 논리 전개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세부적인 지점에서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먼저, 개혁·개방 이후 1990년대 중국의 이데올로기를 저자는 중화민족주의로 정의한 후 세부적으로 신국가주의, 신보수주의, 신좌파 등으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주요 이데올로기를 중화민족주의라고 규정하는 것은 주요 흐름 중의 하나인 자유주의에 대한 위치 규정을 애매하게 만드는 오류를 노정하고 있다. 기실 그것이 체제 내이든 아니든 자유주의가 정치경제적으로 개혁 개방 이후 중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과소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 또 중화민족주의 내의 한 흐름으로 구분되는 신좌파는 저자도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신좌파 내의 다양성을 축소 해석할 수 있으며, 그 핵심적 내용 파악에도 오해를 가져올 소지가 있다. 따라서 물론 개혁 개방이후의 중국 정치 상황에 대한 분석 부분에서 다루고 있지만, 오히려 개혁 개방 이후의 중국의 이데올로기를 보다 세부적인 시기 구분을 통한 구체적인 논쟁과 변화 발전 양상을 추적하는 것이 각 이데올로기의 특성과 그 변화 양상을 파악 및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다음으로, 방대한 양을 집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하나, 정치 구조에 대한 분석에서, 자료는 최신이나 관점이나 관련 논쟁에 대한 소개는 최신이 아닌 부분이 다소 발견된다. 예를 들면 권력 엘리트의 변화에 대한 분석에서 자료는 2007년까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으나, 엘리트 변화와 관련된 관점은 여전히 ‘기술 관료화’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후진타오 집권 2기의 시작인 2007년에 열린 제17기 중국공산당 중앙 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기술 관료화’ 현상의 퇴조가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즉 이런 최신 자료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경향과 그 원인 등을 분석하는 부분이 빠진 것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또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한 분석에서도 물론 그 시기를 크게 개혁  개방을 전후로 나누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덩샤오핑 이후를 하나의 시기로 보면서 이후의 쟝쩌민, 후진타오 등 주요 지도자들의 변화로 인해 수반하는 미세하지만 매우 중요한 특징들을 파악하는데 일정한 한계를 노정했다고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결론부분에서 저자는 중국식 사회주의 즉 공산당 주도의 당-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전제하에서의 경제발전이 가져올 딜레마는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지 변화될 것이며, 그 중간 단계는 중국식 민주주의 그리고 최종적인 목적지는 보통 명사로서의 민주주의가 중국에 정착되는 체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너무나 튼튼해 보이는 중국식 사회주의 그리고 차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국식 민주주의를 넘어 다른 모습의 중국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결론이 너무 성급하지 않나 생각된다. 기실 ‘성공의 역설’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범위에서 나타나고 있고, 그 해결이 정치 체제의 민주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논리와 주장이 다소 협소해 보인다. 더불어 중국은 과연 먼 길을 돌아 결국에는 인류 보편의 종착지인 민주주의 체제에 도달할 것인가. 중국식 민주주의의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없는가 등과 같은 질문을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후학으로써 감히 대선배에게 여쭙고 싶다.

보통의 민주주의 정착을 말하려면

저자는 주자학의 ‘理一分殊’설과 유사한 의미인 ‘事不同而理同’란 말로 중국 정치 연구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또 이 원칙 즉 한 개별 국가의 정치를 보편의 관점에서 특수성을 살피는 것이 여전히 매우 유효한 방법이라는 것은 『21세기 중국정치』에서도 드러났다. 이는 중국 정치를 연구하거나 관심 있는 이들이 이후에도 계속 지켜나가야 할 원칙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보편적 이치 내지 원리는 역시 구체적 사물과 현상에 대한 탐구 속에서 파악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변증법적인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초 보편이라고 정해진 이치 내지 원리가 과연 어떤 사례를 바탕으로 추출되었는가. 그 토대가 되는 사례들이 충분 혹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가. 혹시 어떤 편향 내지 편견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에 자신감 있는 대답을 내릴 수 있도록 많은 성찰과 고민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향후 중국까지도 포함된 보편의 틀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이 틀 속에서 어떤 중국적 변형 내지 특수성이 발현되고 있는가를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준 가장 큰 교훈이 아닌가 싶다.    

주장환 / 동서대·중국정치경제

필자는 중국 베이징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중산대 정치 및 공공사무관리학원 교수와 성균관대 현대중국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요 연구성과로 『개혁개방기 중국 정치 엘리트』, 『문화대혁명』(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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